꾸준히 글쓰기 위한 작고도 큰 300가지 물음표_3 (feat. 뉴닉)
올해 1월,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이성계의 낙마 장면을 촬영하던 말이 부적절한 연출로 사망한 사건이 있습니다. 제작진은 말을 넘어지게 유도하려고 다리에 와이어를 묶어 달리게 했고, 넘어지는 과정에서 머리가 땅에 부딪혀 꺾여서 말은 결국 사망했지요. 이 말의 이름은 '까미', 한 때는 경마장을 달리던 경주마였습니다. 까미는 어쩌다 이런 비극적인 죽음에 이르렀을까요?
지극히 인관의 관점에서 생각해봅시다. '말'의 쓸모는 무엇인가요? 자동차, 증기기관차가 발명되기 전에는 쏠쏠한 교통수단이었고, 소처럼 밭을 갈아주기도 했지요. 물론 식재료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럼 오늘날은 어떤가요? 자동차와 경운기에 자리를 내어준 말은 교통수단이나 밭 가는 가축으로서 쓸모가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그나마 관광지에나 가면 말이 끄는 마차를 간혹 볼 수 있는 정도지요.
결국, 가장 큰 말의 '쓸모'는 인간의 유희를 위한 '경마'입니다. 경마장의 말은 경주에 출전하여 달리고 또 달리면서 사람들의 엔돌핀을 폭발시키고 그들의 지갑을 열게 하죠. 정말 좋은 돈벌이 수단입니다. 경주마는 보통 2살에 경마장에 데뷔해 5-6살 정도가 되면 은퇴를 하는데요, 즉 경마장 돈벌이 수단으로써의 '쓸모'는 그 나이가 되면 끝나버리게 됩니다. 은퇴 후 말은 어떤 '쓸모'에 의해 운명이 결정될까요?
일 년에 은퇴하는 경주마는 대략 1400마리입니다. 그중 30% 정도는 승마장에서 사람을 태우고, 12% 정도는 번식을 하며 여생을 보냅니다. 이게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하는데요, 그럼 남은 58%의 말은 어떻게 될까요? 대부분 은퇴하자마자 강제로 도축을 당합니다. 경주마로서의 '쓸모'를 잃은 말을 유지하는 데는 한 달에 100만 원이 넘는 돈이 들기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리는 말 주인 처지에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게 마사회 관계자의 이야기입니다.
뿐만 아니라 말의 주인이 마사회에 용도 변경 등 말의 상황을 신고하지 않으면 추적조차 어렵습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슈가 아니라 더 큰 문제라고 합니다. 본디 말의 수명이 족히 20-30년은 되는데 인간의 유희와 돈벌이로서의 '쓸모'가 없어지면 대여섯 살에 '말죽음'을 당하는 현실. 그것이 대부분 은퇴한 경주마의 종착지입니다.
태종 이방원 촬영으로 숨진 '까미'는 경마장에서 5년간 경주마 생활을 한 경주마입니다. 경주마 성적이 좋지 않았던 까미는 촬영 동물 대여업체에 팔렸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인간의 '쓸모'에 의해 이곳저곳에 대여되었겠죠. 동물자유연대는 '까미'의 죽음을 단순 사고나 실수가 아니라 세밀하게 계획된 연출로, 고의에 의한 명백한 동물 학대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간도 어떤 생명체의 가축이었다면 '쓸모'에 의해 생을 연명했을까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책 '이것이 인간인가'가 겹쳐 보입니다. 그리고 다음 주의 질문은?
감자칩은 많이 먹는데 고구마칩은 흔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
아웃도어 커뮤니티 컨텐츠 플랫폼 와이아웃 커뮤니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