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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 Oct 08. 2022

29. 감자칩보다 고구마칩이 흔하지 않은 이유는?

꾸준히 글쓰기 위한 작고도 큰 300가지 물음표_4 (feat. 뉴닉)

때는 바야흐로 1853년. 어떤 신사가 뉴욕의 한 레스토랑으로 들어갑니다. "여기가 프렌치프라이 - 감튀 - 맛집이라던데 1인분만 갖다 주시오!" 아니 그런데 웬걸, 그 신사는 감튀를 맛있게 먹기는커녕 주방에 클레임을 겁니다. "감자가 너무 두껍고 눅눅해서 노맛탱. 다시 만들어주시오." 주방장은 인내를 갖고 다시 감자를 튀겨 신사에게 내놓습니다. "아니 여전히 노맛탱이라고요. 당신들 이걸 감자튀김이라고 만들었어? 다시 만들어와!!" 이렇게 몇 번이나 빠꾸를 당해 킹 받은 주방장. 그는 신사를 골탕 먹이려고 포크로 감자요리를 집어먹을 수 없을 정도로 종잇장처럼 얇게 감자를 썰어 튀겨낸 후 소금을 마구 투척하여 내놓습니다. 맛 좀 봐라!!!! 

그런데 돌아오는 신사의 반응은? "살면서 먹은 감자 요리 중 제일 맛있소. 1인분 더 줘요~" 


믿거나 말거나 이게 바로 감자칩의 유래라고 합니다. 전 세계 남녀노소에게 너무너무 사랑받는 감자칩. 그런데 누가 문득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감자칩은 많이 먹는데 고구마칩은 흔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

 


세계 5대 작물 중 하나, 감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작물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밀, 쌀, 콩, 옥수수, 그리고 감자'입니다. OECD 국가 기준으로 보았을 때 2020년 감자 생산량은 97.3백만 톤, 고구마 생산량은 고작 2.8백만 톤으로 감자의 생산량이 무려 35배가 많습니다. 한국의 경우 감자 생산량이 고구마 생산량의 1.7배로, 타 OECD 국가보다는 고구마 생산이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긴 하나, 여전히 한국에서도 감자 재배가 더 많습니다. 

출처 : 통계청, FAO

사실상 고구마를 유럽 국가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관한 수준이에요.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감자와는 달리 고구마는 보관 기간이 짧고, 추운 지방에서는 번식도 잘 되지 않습니다. 수확량의 압도적인 차이... 감자칩보다 고구마칩이 흔하지 않은 이유는 너무 명확하네요. 이렇게 마무리해버리긴 아쉬우니 감자 썰을 조금 더 풀어보려고 합니다. 



악마의 식물이었던, 감자

영화 마션의 한 장면

2015년 박스오피스를 흔들었던 영화 '마션'. 영화 장면 중 맷 데이먼이 감자를 반으로 쪼개서 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반을 쪼개면 멀쩡한 열매가 죽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거기서부터 감자가 주렁주렁 열립니다. '죽은 열매를 묻었는데 생명이 태어났다고? 악마다!!


감자의 최초 원산지는 중남미, 안데스 고산 지역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대행해시대 때 유럽 사람들이 감자를 발견하는데 영 모양도 음흉스럽고 감자가 열리는 방법도 쉬이 이해가 되지 않아 '악마의 식물'이라고 불렸습니다. 사람들이 워낙 기피하는 통에 유럽인들이 감자를 먹기 시작한 건 감자를 발견하고 나서 무려 200~300년이 흐른 후였다고 해요. 

아일랜드 대기근

16세기 아일랜드에서 가장 먼저 본격 감자를 먹기 시작했는데요, 이는 순전히 왕과 귀족이 소작농을 수탈했기 때문입니다. 밀, 보리, 옥수수는 수확하기만 하면 상류층이 빼앗아가버리니 그들이 먹지 않을 혐오 식품인 '감자'를 키워서 먹은 거죠. 그런데 그 감자가 얼마나 영양분이 넘쳤던지 150년 만에 아일랜드 인구수는 무려 4배로 증가합니다. 그때 아일랜드 사람이 키운던 감자 종은 단 1개였는데요, 감자 역병이 돌면서 감자가 몽땅 죽어버립니다. 이 때문에 그 유명한 '아일랜드 대기근'이 발생하고 국민의 1/3 정도가 죽었습니다. 


프랑스는 전쟁 중에 데려왔던 포로에게 악마의 식물인 감자를 먹였는데요. 감자를 먹은 포로들이 엄청 건강해지지 뭡니까? 이를 알게 된 마리 앙뜨아네뜨와 루이 16세는 감자 먹기를 장려하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반감을 가졌어요. 그래서 귀족들을 초대하는 연회에 감자요리를 선보이고 옷 장식을 감자꽃 모양으로 하는 등 갖은 노력을 했습니다. 


독일은 프리드리히 2세가 국민에게 감자를 먹이려고 기발한 전략을 세웠는데요. 무작정 국민들에게 감자를 먹이려고 했더니 시위가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프리드리히 2세는 감자는 왕이 먹는 좋은 음식으로 브랜딩을 꾀했어요. 그는 왕실 전용 감자밭을 가꾸고 낮 시간에 삼엄하게 경비 보초를 세웠습니다. 반면, 밤에는 일부로 경비를 느슨하게 해서 국민들이 감자를 훔쳐가게 유도했습니다. 그의 야무진 전략이 딱 맞아 들어 독일인의 주식이 감자가 되었다네요. 이 뿐 아니라 겨울철에도 감자를 가축 사료로 줄 수 있게 되어 육고기 식문화의 다변화도 이루어졌다는데 - ♬




마지막으로, 감자는 수출 대비 내수가 훨씬 우세한 작물입니다. 세계적으로 잘 자라서 자급자족하기 좋은 작물이라 전체 생산량의 단 1%만 수출이 된다고 하네요. 인류 역사를 바꾼 감자, 오늘 저녁은 감자를 먹어야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의 질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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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누리

운동과 술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 석유화학회사를 때려치우고 와인 공부하다 스타트업에 정착했다. 창의성과 영감이 샘솟는 삶을 위해, 인생을 변화시킨 사람과 문장들을 수집 중이다.


(현) '일곱잔' 와인바 사장 @신사

       아웃도어 커뮤니티 컨텐츠 플랫폼 와이아웃 커뮤니티 팀장


(전) 와디즈 경영추진팀 

와인 21 객원 기자, 레뱅드매일, 파이니스트 와인 수입사 홍보 대사

패스트파이브 커뮤니티 크리에이터팀

독일 UN 사막화방지기구, FCMI팀

석유화학회사 환경안전경영팀

서울대학교 과학교육, 글로벌환경경영 전공

산림청 주관, 유네스코 - DMZ 지역 산림 생태 연구 인턴

한국장학재단 홍보 대사

4-H 동시통역사, 캐나다 파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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