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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Jun 16. 2024

K팝에는 있고, K정치엔 없는 것.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 21화]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BTS처럼 한국 정치씬에도 멋있는 정당이 등장해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정치를 하는, 그런 정치 그룹이 등장하는 상상 말이다.


 K팝 아티스트는 짧은 시기에 세대를 4번이나 거듭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활동한 H.O.T, god, 핑클 등으로 대표되는 1세대 아이돌부터, 200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활동한 빅뱅·소녀시대·2NE1 등 2세대 아이돌을 거쳐,  201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활동하는 BTS, iKON, 오마이걸 등 3세대 아이돌, 그리고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는 스트레이키즈, 뉴진스, 르세라핌, 에스파 등 4세대 아이돌까지. 불과 25년 만에 K팝은 엄청난 변화의 과정을 거쳤다.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댄스, 발라드, 테크노가 주를 이뤘던 K팝은 랩과 댄스·디스코 팝이 주를 이루면서 장르적 변환이 일어났다. 특히 랩과 래퍼가 없는 K아이돌 그룹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랩과 래퍼는 K아이돌의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해외 시장을 고려해 멤버는 다국적으로 구성되고 있고, 영어 가사의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다. 


 BTS의 첫 영어 가사 노래 'Dynamite'는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가사 전체를 영어로 쓴 점이 '핫 100' 1위에 오른 원동력으로 평가했다. 이전에도 '빌보드 200' 차트 정상에 네 차례나 올랐던 BTS가 최초로 '핫 100' 1위에 오른 곡이 'Dynamite'였다는 점에서 일리 있는 평가라고 생각한다. 그 뒤에도 'Savage Love', 'Life goes on', 'Butter', 'Permission to Dance', 'My Universe' 등이 핫 100 1위에 올랐는데 'Life goes on'을 제외하면 모두 영어 가사로 된 노래였다. 


 장르, 멤버, 가사 등의 음악의 모든 요소를 변화시키면서 이제는 K팝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K팝은 지난의 경험들이 켜켜이 쌓이면서 세계 정상에 오르게 됐다.


 반면 한국 정치는 40년째 그대로다. 지금 한국의 주요 정치인은 386세대 출신이다. 30대 나이,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의 앞자리를 따와 붙여진 386세대는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하던 세대를 일컫는다. 그런 이들이 이제 586세대로 불린다. 30대의 나이가 50대로 바뀐 것이다. 곧 있으면 686세대로 불릴 이들은 K팝의 세대가 4번이나 바뀌는 사이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자유와 민주화만을 울부짖으며 새로운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구성원이 바뀌지 않은 건 아니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국회에 처음 입성한 초선의원 비율은 51.6%였다. 국회의원 절반 이상이 바뀌었다. 20대 국회에서는 초선의원 비율이 44%, 19대 국회에서는 49.3%였다. 선거 때마다 새로운 국회의원이 등장했지만 왜 K정치는 K팝처럼 바뀐 것을 체감하지 못하는 걸까?


 바뀌기만 했을 뿐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선 의원 비율은 제법 높았지만 지난 19대, 20대, 21대 국회 모두 여전히 '586세대 아저씨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21대 국회의 평균나이는 54.9세, 20대 국회는 55.7세였다. 21대 총선 당시 39세 이하의 유권자는 32.6%였지만 당선된 39세 이하 국회의원은 4.3%(13명)에 그쳤다. 20대 총선에서도 39세 이하 의원은 9명뿐이었다. 여성의원은 19대 47명, 20대 51명, 21대 58명으로 점진적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어림잡아 인구 절반인 여성 유권자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수였다.


 최근 치러진 22대 총선의 국회의원 평균 연령은 56.3세로 높아졌다. 전체 300명 중 50대가 150명(50%), 60대 100명(33.3%), 70대 5명(1.7%), 80대 1명(0.3%)으로 50대 이상이 85.3%를 차지했다. 여전히 386세대가 의회를 장악하고 있다. 반면 40대는 30명(10%), 30대는 14명(4.7%)이었고 20대 당선자는 없었다. 

 K팝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었다면, K정치는 같은 세대가 물갈이만 하면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 결과 K팝은 눈부시게 발전하며 세계 문화를 제패할 수 있었다. 반면 K정치는 '50대 아저씨들'이라는 고인 물만 가득 차면서 변화와 혁신과 멀어지게 됐다. 


 그렇다면 무엇이 K팝과 K정치의 차이를 만들었을까? K팝에는 있고, K정치에는 없는 것이 있다. 경쟁 시스템, 신인 플랫폼, 그리고 투자다.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는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이전화 읽기
1화: 프롤로그)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는 이유
2화: 글로벌 시장을 대하는 카카오의 민낯
3화: 싸이월드와 카카오의 공통점: 글로벌 시장 공략의 부재
4화: 영어는 글로벌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다.
5화: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을 하지 못하는 이유.
6화: 한류는 어떻게 세계를 휩쓸었을까?
7화: 1당 체제가 몰락시킨 홍콩 문화. 
8화: 세습정치로 몰락한 일본 문화.
9화: 한류의 미래는 몰락입니다.
10화: 잼버리 사태로 본 정치의 한류 길들이기.
11화: 차별을 방관한 정치가 망치는 한류.
12화: 세계는 한류에 열광하지만 한국은 세계를 차별한다.
13화: 노재팬이 있다면, 노한류도 있다.
14화: 한류를 감당하기에 너무 후진 한국 정치.
15화: 글로벌 한류팬은 기후악당 한국을 좋아하지 않는다.
16화: 글로벌 시험대에 오른 한류
17화: 한류의 미래는 다양성에 달렸다.
18화: 폐쇄적인 정치 때문에, K팝은 반짝이다 망할 거예요.
19화: 세계 시장과 거래하지 않는 이유가 뭔가.
20화: 한류의 미래가 선거제도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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