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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가특별한교육 Aug 23. 2023

교사-학부모가 함께 하는 진정한 교육공동체를 꿈꾸며

특집 | 학교공동체를 살리는 교권

곽경애 참교육학부모회 강원지부장


서이초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은 지난 수십 년간 학교 현장에서 쌓여온 학생, 교사, 학부모 간의 갈등을 수면 위로 드러낸 계기가 되었다. 학생 지도의 어려움, 학부모 민원 응대에 대한 괴로움을 호소하는 교사들의 목소리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에 발맞추어 교육부 및 각 시도 교육청은 교권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 및 정책들을 급하게 만들어내고 있다.



학생인권이 정말 문제의 원인인가?


교육부와 정치권, 각종 언론 및 일부 보수단체에서는 교권 침해의 원인이 학생인권조례와 학부모의 민원에만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하지만 학교붕괴 현상과 현장 교사들의 고충은 학생인권조례가 논의되기 훨씬 이전부터 있어 온 일이다. 지역별 학생인권조례 제정 여부와 교권 침해와의 사이에는 그 어떤 유의미한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학생인권 때문에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교사에게 학생인권을 제한할 권력이 법적으로 주어진다 한들, 학생들이 교육에 적극 참여하게 되거나 학부모들이 협력적으로 바뀌게 될까? 학생의 인권을 후퇴시켜 교권을 회복하려 하는 지금의 분위기를 바라보면 어른들 또한 타인(학생)의 인권을 침해해도 되는 권력을 가져도 되는 존재들인지, 심각하게 고민해보게 한다.


악성 민원인 학부모 또한 현장의 교사들을 ‘죽을 만큼’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역에서 그리고 단위학교에서 학부모회를 운영하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살펴보면 기가 막힌 경우가 실제로 있다. 자신의 욕구를 자녀에게 투영하고 학교 교육과정에 지극히 ‘사적으로’ 참여하면서 이해 못 할 진상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일부 학부모들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직업군이 있지만 그들 중에는 교사를 직업으로 가진 경우도 있다.



학부모의 정체성: 악성민원인 VS 공동체구성원 


학부모는 학교 교육의 주체로서 교사, 학생과 함께 학교 교육에 참여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2019년 강원도교육청 학교 학부모회 설치·운영 조례가 공포되면서 학부모의 학교 참여가 법적으로 보장되고 있지만, 학부모의 학교 참여 마인드는 1980~90년대 육성회 또는 어머니회 수준에 아직 머물러 있다. 여전히 많은 학부모들은 학교 교육에 ‘동원’되고 자의·타의로 ‘봉사’하면서 ‘OO의 엄마(아빠)’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학부모의 역할이라 믿는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민원인’으로서의 학부모를 벗어나기 어렵다.     


필자의 자녀들이 다녔던 강원도형 혁신학교는 13년째 ‘반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 수 70여 명의 작은 학교인 덕분에 가능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십 수 년째 담임과 학부모들이 월 1회씩 - 그것도 저녁시간에 – 만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종류의 갈등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지만, 6년 동안 쌓인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문제 상황에 대해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 자신의 아이가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될 때 즉각적으로 신고부터 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정 학부모가 상습적으로 교사의 교육활동에 과도한 간섭 및 제재를 가하는 경우가 발생할 때, 그것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다른 학부모들로부터 어느 정도 견제도 가능하기 때문에 교사를 외롭게 내버려두는 일은 흔치 않다.


이번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학부모들의 학교 방문을 통제하기로 했다’, ‘학교로 걸려오는 학부모의 개인 전화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 ‘학부모의 의견은 학부모회를 통해서만 접수하겠다’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데에는 학생 지도 자체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그런 학생을 둘러싼 학부모와 겪는 어려움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교사와 학부모는 만나야 한다. 


학교가 깊게 해자를 파고 높게 성벽을 쌓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서로에게 관심이 없으면 갈등도 없어 보이지만 아이에게 어떤 문제 상황이 발생하는 순간, 서로에 대한 무관심은 오해로, 시간이 흐르면 불신으로 빠르게 전환된다. ‘닥치고 신고’하는 문화는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다. 

 

학교 교육과정에 참여하고픈 학부모는 ‘내 아이만 귀하다’는 생각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아이들’을 위한 공적인 마인드를 갖추고 학교와 상시적으로 소통하여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선 교사와 학부모가 적극 협업해야 한다. 교사와 학부모는 수시로 만나고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고 교육 가치관을 공유해야 한다. 서로에 대한 비난과 험담은 멈추고 오로지 아이의 성장만을 바라보며 서로를 격려해야 한다. 교육의 주체들이 서로를 신뢰하고 응원하는 문화 속에서, 아이들은 그들이 학교의 주인임을 깨닫는다. 




교사-학부모가 가치 있게 협업하는 공동체를 위해


위기가 곧 기회라고 했던가. 

우선 교권 침해에 대한 비난의 과녁을 찾고 있을 때, 그 화살의 방향을 상대에게만 돌리지 말았으면 한다. 교사의 상당수도 학부모이다. 학부모 일반을 비난하기 보다는 악성민원을 차단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교사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할 수 있도록 교육청·교육부에 강하게 요청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둘째, 학부모는 OO의 엄마(아빠)로서가 아닌, 보다 ‘공적이고 공식적인 OO학교 학부모’의 모습으로 학교와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셋째, 반모임과 같은 학급(반) 단위의 학부모회를 활성화시켜 교사와 학부모가 오해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고, 서로에 대한 반목과 불신 대신 신뢰를 쌓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자.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집단지성을 발휘하여 가치 있게 협업하는 교육공동체의 모습, 너무나도 아름답지 않은가?


글쓴이: 곽경애 참교육학부모회 강원지부장.




매거진 여름호 목차

여는 글_모두가 특별한 교육, 여름
1. 시론
2. 특집 : 학교 공동체를 살리는 교권
3. 학교이야기
4. 인터뷰_최이선 건축사
5. 책 이야기
6. 스케치_강원교육 평가와 전망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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