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두가특별한교육 Aug 23. 2023

작지만 큰 성장, 옥동중 학생자치활동

학교이야기

너희가 주인이야!


한국 통신이 기업 혁신을 위해 대표 로고를 정할 때 전신 전화국의 ‘여보세요’를 뜻하는 ‘hello’를 뒤집어서 만든 말이 ‘olleh’라고 한다. 가끔은 뻔하다 생각한 것들을 뒤집으면 또 다른 관점이 생긴다. 학교 혁신이 거창한 말처럼 보이지만 관점을 바꿔서 생각하면 그 의미가 쉽게 다가온다. 수동적이며 일방적이던 학교 문화를 능동적이며 서로 소통하는 것으로 바꾸고, 교사 중심이었던 수업을 학생 중심으로 바꿔 생각한다면 훨씬 이해하기가 쉽다.     


학교 자치의 중요한 한 축인 학생자치를 위해서는 학생자치 활성화가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항상 교육과정 함께 만들기를 하면서 가장 중점에 두었던 점이 학생자치회에 힘을 실어주자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학생들이 모일 수 있는 시간과 장소와 예산을 책정하는 것이었다. 교원학습공동체 시간을 매달 2번씩 정한 것처럼 학생자치회 시간도 정기적으로 매달 2회씩 하도록 정했다. 그리고 학생자치회 임원들에게 회의를 맡기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도록 했으며, 무슨 이야기든 학생회에서 나온 의견을 존중해주고, 건의 사항은 일일이 답변을 달아서 게시판에 공고하였다. 학생자치회 회의록도 꼬박꼬박 작성하도록 했다. 교사들에게도 교육과정 운영상 학생회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함께 논의하여 결정하고, 함께 운영하도록 안내하였다.


학생자치회 협의록 및 건의사항


그러자 처음에는 낯설어하고 주저하던 학생회장도 임원들과 서로 소통하여 적극적으로 교육과정에 함께 하기 시작했다. 생활 규정 정하기부터 시작하여 학생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캠페인 활동들을 기획해 냈다. 특히 흡연 예방 교육이나 음주 예방 교육, 학교 폭력 예방 교육이 필요할 때 학생회 아이들이 기획하여 아침 등교 시간 관련 퀴즈 문제를 풀게 한다거나, 전교생 배구 대회를 운영하였다. 세월호 추모 행사, 사제동행 체육대회 및 별빛 야영, 생활복 선정, 학급 반 티 정하기, 등교 백일기념행사(백일 떡 나눠 먹기), 농업인의 날 홍보 겸 가래떡 데이 행사, 학교 축제, 텃밭 가꾸기, 학생자치회 선거 등등 많은 학교 행사 또한 학생자치회가 책임지고 운영하게 되었다.

학생자치회가 주관한 테마체험학습, 세월호 추모 캠페인, 텃밭 가꾸기


이때 교사들은 다만 조금의 조언과 팁을 제공할 뿐이다. 그러자 1년 동안 학생회장과 학생회 임원들의 역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교사들은 돌아앉으면 학생들의 성장 모습에 놀라워하는 뒷담화(?)를 수시로 하고 있다. 이제는 자신들의 의견을 묻지 않으면 왜 자기들의 의사를 묻지 않느냐고 되묻는 경우도 많다. 제법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이제는 전통이 되어가는, 갑자기 비가 오는 날을 대비한 양심 우산 빌려주기와 양심 실내화 제도는 처음에는 교사들이 담당하다가 학생자치회로 넘어갔다. 아이들은 분실되는 경우가 많아지자 대여 장부를 만들었다. 그래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자 따로 담당자를 두어 관리한다. 일반 실내화가 아닌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예쁜 실내화와 예쁜 우산을 준비하여 인기가 좋은 제도로 자리 잡았다. 비 오는 날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학교의 작은 문제점들을 찾아 해결해가기 위해 수시로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어본 뒤 교사협의회를 거쳐 필요한 물품과 문제점들을 해결해주기도 한다. 옥동중학교는 깊은 산속, 숲이 가까운 곳에 위치한 관계로 교실에 각종 벌레들이 자주 출몰한다. 도시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손바닥만 한 지네라든지, 뱀, 지렁이, 왕거미, 벌 등등. 때는 이때다, 용감한 남학생들이 빗자루를 들고 모두 퇴치해주지만 수시로 여학생들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은 교실에 파리채, 에프킬라, 모기약, 벌레 퇴치제 등을 사달라고 교사들에게 요구하였고, 교사 협의를 통해 교실에 비치하였다. 이렇게 옥동중학교 교사와 학생들은 일상의 사소한 문제들도 그냥 넘기지 않고 서로 소통하고 협의하여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서 서로 간의 신뢰가 쌓이고 학교생활에 보람과 즐거움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자율 동아리인 체인지메이커 동아리도 조직되어 우리 주변의 작은 문제점들을 찾아 해결해나가는 활동을 하고 있다. 보건실 꾸미기, 자원 절약을 위한 중고 장터를 열어 물건을 기부 받아 판매한 수익금 전액을 면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공근면 지역의 독거노인 생활필수품 사드리기 활동을 하였다. 옥동중에서도 아침밥을 굶고 오는 학생들을 위해 토스트와 따뜻한 음료를 제공하고, 양심 문구점을 운영하며, 중고장터를 열어 기부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예정이다. 

옥동중 체인지메이커 활동


교육의 목적은 지식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각자 갖고 태어난 재능이나 역할을 소중히 생각하고, 똑같은 틀에 넣으려 하지 않고, 세상에 정말 하나밖에 없는 존재로서 존중받고, 그런 모습들이 서로 모여서 공공의 선의 이루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학교의 교육과정도 디자인을 바꿔가고 있다.


글쓴이: 최윤하. 친구 같은 선생님이 되길 소망하는 중등교사. 학생들과 요모조모 함께 일을 꾸미고, 책을 함께 읽고 공부하며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정선, 원주, 횡성을 거쳐 현재 영월 옥동중학교에서 근무 중이다.



매거진 여름호 목차

여는 글_모두가 특별한 교육, 여름
1. 시론
2. 특집 : 학교 공동체를 살리는 교권
3. 학교이야기
4. 인터뷰_최이선 건축사
5. 책 이야기
6. 스케치_강원교육 평가와 전망 토론회 


매거진의 이전글 건축가가 바라보는 학교 공간과 교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