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학교공동체를 살리는 교권
이준희 (전)강원도교육연구원 정책연구팀장
이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우리 사회가 너무나도 거침없이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문제다, 학부모들이 문제다, 교사가 문제다… 이런 식의 자극적이고 일차원적인 접근을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 더 물러설 곳이 있는지요? 인재라고 볼 수밖에 없는 재해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분노와 혐오의 극단적 행위들, 견디다 못해 극한의 외로움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목숨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처절한 인식 속에서 함께 성찰하고 같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설문조사 기타 주관식 답변 중)
최근 서울 지역 초등학교 교사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는 가운데, 강원특별자치도의 교원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본 설문조사는 모두가특별한교육연구원(원장 강삼영)과 강원학부모연합(대표 백소련)이 공동으로 실시했고 7월 24일(월)부터 27일(목)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응답자는 강원특별자치도의 교원 223명, 학부모 289명, 총 512명이 참여했다. 설문조사 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교원·학부모 95.3%, 교권 확보 위한 제도 정비 필요
교원·학부모 95.3%가 “교원의 학생 지도 권한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교원의 긍정 답변은 99.6%, 학부모는 92% 였으며, 특히 교원의 ‘매우 그렇다’는 답변은 94.2%에 달했다. 교권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에 대한 학교 현장의 요구가 매우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교원·학부모 91.8%, 일부 학부모의 민원과 법률 소송으로 교육활동 위축
전체 응답자의 91.8%는 “일부 학부모의 지속적인 민원과 법률 소송에 대한 부담으로 교사가 적극적인 학생 지도를 못하고 위축되는 경향이 늘었다”고 답했다.
교원의 긍정 답변은 99.1%였고 학부모의 긍정 답변은 86.2%였다. 특히, 교원의 ‘매우 그렇다’는 답변은 91.9%에 달했다. 아동학대 처벌법에 따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교사가 직위해제 될 수도 있는 현실, 악성 민원에 대해서도 마땅한 교권 보호 장치가 없는 상황 등 교사가 정상적인 교육활동의 하나로 적극적인 생활교육을 하기 어려운 현장의 모습을 나타내는 결과로 해석된다.
학생인권과 교권: 충돌한다 41.2% / 충돌하지 않는다 45.9%
“학생인권과 교사의 생활지도 권한이 충돌한다고 생각하는가?”의 질문에는 “충돌한다”는 의견 41.2%(매우 그렇다 18.4%, 그렇다 22.9%)와 “충돌하지 않는다”는 의견 45.9%(전혀 그렇지 않다 18.9%, 그렇지 않다 27.0%)로 나타났다.
배경 변인별로 살펴보면, 교원의 과반수(54.7%)는 “학생인권과 생활지도 권한이 충돌하지 않는다.”고 응답하였다. 일각에서 교권 하락의 원인을 학생 인권으로 보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은 교원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학생인권과 교권을 상호배타적인 관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균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권리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과는 <표 4>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즉, 교원의 51.6%는 “학생인권조례는 교권 하락의 주요 원인이 아니다”고 답했다. 교육부장관 등 일각에서 학생인권조례를 교권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언급했지만 당사자인 강원 지역 교원의 절반 이상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원·학부모의 ▲아동학대처벌법 개정(92.4%), ▲학교폭력예방법 개정(89.5%), ▲학교 민원창구 체계화(95.7%)에 대한 동의는 압도적으로 높았다. 먼저,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아동 학대 신고가 되는 경우 교사가 직위해제 될 수 있는 등 법의 미비점으로 인해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침해되고 있다고 학교현장에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악의적인 민원 등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체계적인 민원 창구 마련에 대해 교원·학부모의 95.7%가 긍정적으로 답변하였다. 이에 대한 교육 당국의 제도 마련 노력이 매우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 교권 보호 노력? 교원 73% "No"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이 교권 보호를 위해 적절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58.2%가 부정적(그렇지 않다 34.6% / 전혀 그렇지 않다 23.6%)으로 답했다. 배경별로 살펴보면, 교원의 경우 부정 답변은 73.1%(그렇지 않다 34.5% / 전혀 그렇지 않다 38.6%)로 높게 나타났다.
체계적인 학교 생활규정, 학부모 민원창구 마련 가장 시급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묻는 문항(2개 중복 응답)에는 ▲학생 지도에 대한 체계적인 학교 생활규정 마련(29.4%), ▲아동학대처벌법 및 학교폭력예방법 개정(25.6%), ▲학부모 민원창구 체계화(25.5%), ▲법률 자문 서비스 확충(10.2%), ▲학생인권조례 개정 또는 폐지(7.6%) 등의 순으로 답했다. 특히 학교 생활규정 마련은, 학교공동체 안에서의 규범의 부재가 심각하고, 절차가 복잡한 법령 개정보다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교원, 학부모 모두의 공감대 높아
본 설문조사 결과, 강원특별자치도 교원과 학부모가 교권 보호 제도 개선 필요성에 모두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과 교권 침해 원인 및 그 해결책 등에 관한 인식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향후 교권 보호 관련 정책 마련의 실질적인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교육당국은 학생인권과 교권의 대립구도가 아닌 상호 균형 잡힌 시각에서 교권보호 방안을 개선·보완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 주체들이 학교 교육공동체를 이루어 아이들을 위한 교육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매거진 여름호 목차
여는 글_모두가 특별한 교육, 여름
1. 시론
2. 특집 : 학교 공동체를 살리는 교권
3. 학교이야기
4. 인터뷰_최이선 건축사
5. 책 이야기
6. 스케치_강원교육 평가와 전망 토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