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학교공동체를 살리는 교권
손상달 전 섬강초 교장
터질 것이 터졌다고 말을 많이 한다. 그게 아니지, 누군가의 죽음으로 세상이 학교를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말을 해야 맞지 않을까? 80년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고 외치며 스러져간 학생들을 보고 세상이 또 다른 시선으로 교육을 바라보기 시작했던 때가 생각난다.
시대에 맞는 학교장의 역할은?
학교는 삶을 배우고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곳이라고 말을 많이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 등이 서로의 성장을 위해 소통하고 존중하며 자기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교육을 교사의 질, 학교문화는 학교장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고 말을 한다. 학생들 교육의 중심에 교사가 있듯이 학교라는 조직에서는 학교장의 역할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시대에 맞는 학교장은 어떤 역할로 조직에 몸담아야 할까? 서이초 사건이 터진 이후 경기지역 초등 교장들은 결의문을 발표하며 선배 교사로서 역할 다하지 못해 미안함을 설파하고, 교육 당국과 정치권에 호소문을 발표하며 자신들도 역할을 다하겠다고 하였다. 그럼, 학교장으로서 현장의 교사들이 당당하게 교육활동에 임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떤 일들을 해야 할까?
먼저 동료성을 바탕으로 소통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학교 교육의 목표가 민주시민 양성이라는 것이 교육과정 총론에 있지만 정작 학교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추구하는 보편적인 가치들을 얼마나 강조하며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해가도록 돕고 있는지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어른들이 민주적이지 않은 데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친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소리이다. 적어도 학교는 지시와 통제보다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모든 것들이 결정되고 실천해 갈 수 있도록 의견수렴, 회의 문화가 바르게 정착되도록 학교장이 역할을 다해야 한다.
두 번째는 학교업무 정상화로 각 구성원이 역할을 다하게 하는 것이다.
새 학기가 되면 학교 업무 정상화 이야기가 늘 학교에서 화두가 되지만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구성원들 간의 갈등만 일으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거 교원업무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을 때는 학교의 모든 동력이 교사들의 교육활동 지원만 하는 것으로 왜곡되었었다. 하지만 학교의 교육이 행정 중심이 아니라 교육활동 중심으로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 학교에서 행해지고 있는 활동 중 반교육적, 비교육적인 것을 들어내고 온전히 교육활동 중심의 시스템 정착을 위해 학교의 다양한 직군들이 자기의 역할을 다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모든 구성원이 전시적이고 관행적인 교육활동은 덜어내고 각 직군의 역할을 다하게 해야 하며 업무 충돌이 생겼을 때는 학교장이 업무조정위원회를 통해 합리적으로 바로 잡아 나가야 한다.
세 번째는 다양한 업무를 지원해야 한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가장 위축되고 어려워하는 업무를 학교장이 일정 부분 맡아 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 시작으로 가장 좋은 것이, 학부모회 담당이다. 이제 대부분의 교육청에 <학교 학부모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어 학부모 스스로 학교 교육의 주체로 참여하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과 공간 확보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늘 학생 보호자들과 소통하는 구조를 만들어 간다면 학부모들도 학교 교육에 대한 신뢰와 학생들 교육활동에 더 많은 관심과 자기의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학교의 다양한 민원 중 교육과정 운영에 관한 사안은 교무실에서 처리하도록 하고, 학교 운영과 교사-학생 간 갈등은 학교장이 적극 개입하여 조기에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또 하나의 큰 역할이다.
마지막으로 지역과의 소통이다.
교육의 장을 학교를 넘어 지역사회로 확대하여 학생들이 다양한 사람과 공간에서 여러 가지 경험의 기회를 얻으며 삶을 살아가는 힘을 키워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한다. 언제부턴가 과학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해감에도 불구하고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이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핵심역량으로 강조되고 있다. 지역사회와의 연대에 학교장이 중심에서 역할을 하며 ‘ 우리 아이들은 우리 모두가 키운다’라는 문화를 만들어 간다면 지역사회에서 학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학교가 이제는 외로운 섬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아름다운 섬, 희망의 섬이 되도록 만들어 가야 한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어수선하다. 지금처럼 모두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어디 부분이 곪았는지 정확하게 진단하고 하나하나 도려내고 치료해 나가자. 그 길의 중심에 학교장이 있었으면 좋겠다.
글쓴이: 손상달 (전)섬강초 교장.
매거진 여름호 목차
여는 글_모두가 특별한 교육, 여름
1. 시론
2. 특집 : 학교 공동체를 살리는 교권
3. 학교이야기
4. 인터뷰_최이선 건축사
5. 책 이야기
6. 스케치_강원교육 평가와 전망 토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