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국비유학 13. 케임브리지의 수업

by CH

공무원 국비유학

1. 국외장기훈련 선발

2. KDI국제정책대학원

3. 해외 대학 선택

4. 해외 대학 지원(1)

5. 해외 대학 지원(2)

6. 영국 비자 발급

7. 영국 거주 준비

8. 케임브리지 정착

9. 케임브리지 학기 시작

10. 케임브리지 적응과 몰랐던 것들

11. 케임브리지 생활과 칼리지

12. 케임브리지의 겨울



필자의 과정(Mphil in PGR, 이하 PGR)에 대한 수업 얘기를 적고자 한다.


따라서 케임브리지대학 전체 과정(학사, 석사, 박사)이나 전공에 일반화할 수는 없음을 밝힌다.


졸업을 위해서는 수업을 듣는 2학기 동안 10학점을 수강해야 하며, 하나의 과목(수업)은 1학점에 해당한다. 즉, 매 학기 최소 5개 과목을 들어야 한다. 3번째 학기에는 수업이 없고 논문 작성에만 매진한다.


Core module이라 하여 필수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과목이 4개, 여러 과목 중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이 6개이다. 하지만 졸업을 위해 필수로 들어야 하는 이 10과목에 더하여 추가적인 과목 청강도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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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형태의 강의실이 있다. 대부분의 강의는 현대적인 내외관을 지닌 건물에서 진행된다.


수업은 교수(강사)가 여러명의 학생 앞에서 강의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같다. 한국 강의실 풍경과의 차이점은 학생들이 수업 중간에 질문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수업 진도가 밀리는 경우도 흔하지만 교수들은 대체로 질문을 마다하지 않으며 수업 중 interaction을 권장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한국 대학에서도 대부분 교수는 수업 중 학생의 질문이 있으면 기꺼이 답한다. 교수 역량이나 교수법의 차이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내재된 문화와 관습의 차이라 생각한다.)


또다른 큰 차이점은 출석을 체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PGR은 20명의 소규모 인원이고 전담 교수도 소수이기에 연속적으로 출석을 하지 않는다면 분명 눈에 띌 것이지만, 어쨌든 출석 여부는 전혀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다.


중간평가가 없고 한번의 평가로 수업 성적이 결정된다는 점도 다르다. (이건 영국의 다른 대학들도 유사한 것 같다. 영국 대학 교육의 특징일지도?) 한국의 강의는 출석, 과제, 시험 등 여러 요소로 성적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PGR은 지금까지 내가 수강한 5개 수업 모두 한번의 평가(학기말 essay 제출 또는 시험)로 성적이 결정된다. Supervision 등을 통해 학기 중 essay 작성 과제가 나오기도 하는데, 제출 여부는 개인의 선택이며 이는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다. (값비싼 등록금을 생각하면 모두 작성하여 제출해야 할 것이나, 학기 중엔 수업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바쁘기 때문에 essay 과제 중 일부는 제출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있다.)


문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다르다. Essay 과제나 시험의 경우 3~10개의 문제가 나오며 이중에 1~2개를 선택하여 작성하도록 한다. essay 과제와 시험 모두 집에서 pc로 작성하여 파일을 제출하는 방식이다. 과제는 4,000자 이내 분량을 정해진 기한 내에 제출하면 되고, 시험은 정해진 시험날에 문제가 공개되고 5시간 동안 각 1,500자 이내 essay 2개를 작성하여 인터넷으로 제출한다. 따라서 배운 모든 내용을 복습할 부담이 없고, 학생마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부분을 깊게 학습할 수 있다.


그리고 과목마다 주 1회, 월 1회 등 교수의 재량으로 supervision이라는 소규모 그룹 수업이 존재한다. 내용이나 구성 역시 교수의 재량인데, 본 수업의 보충 또는 심화 수업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PGR01 도시·환경계획 수업과 PGR02 도시·주택정책 수업의 supervision은 교수가 제시한 주제에 대해서 Essay를 써서 제출하고 time slot별로 5~7명 정도 소규모 그룹이 모여 주제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것과 제시 주제에 대해서 PPT로 발표를 하는 것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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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PGR02 supervision에서 필자가 20분 발표를 진행 중이다. (우) 한국의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은 여기서도 유명하다.


토론이라 하여 거창하게 찬반 논쟁을 하는 건 아니고, Essay 주제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공유하고 교수의 주재에 따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Essay 작성의 부담이 있었지만 supervision 참여엔 어려움이 없었다.


RM01 연구방법론 수업의 supervision은 주 1회 수업과 별개로 R 프로그래밍을 통해 연구방법론에서 배운 Regression, Hedonic price model 등을 시연하는 보충 수업이었다.


수업 시간 이외에 외부 강사를 초청하여 수업 내용과 관련한 특강을 하는 것으로 supervision을 갈음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한가지 차이는 예습을 강조하는 것이다. 수업 전에 읽어와야 할 논문이나 책(일부 챕터)을 essential reading과 additional reading으로 사전 공지하며, 최소한 모든 학생이 essential reading은 읽어왔다는 전제 하에 수업이 진행된다. 따라서 수업 진도는 빠르고, 학생과 교수 간 질문과 답변 역시 이러한 수준에서 이뤄진다. 케임브리지의 학기는 8주 정도로 특히 짧기 때문에 체감상 한국 대학교, 대학원 수업의 1.5~2배 이상의 속도로 진도를 나가는 것 같다.


이상을 종합하면, 아직까진 한국 대학에서 경험한 수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PGR이 강의 수강 위주의 수업 석사(taught master) 과정이고, 과목 특성상 지식 습득과 essay 작성이 수업 중의 토론이나 웅변보다 중시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대학원생에게 정말 어렵고 힘든 것은 졸업 논문과 향후 진로(박사 또는 취업)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를 학기 중 수업과 병행하려면 학기 중에는 거의 공부와 연구만 하며 살아야 하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것이다. 필자는 돌아갈 직장이 있으니 최소한 이러한 걱정은 없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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