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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Apr 08. 2023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겨둔 마지막 약 하나

제12화

[이 글은 현재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를 연대기로 정리하는 시리즈 글입니다. 브런치와 네이버 카페 강한 영어학원 만들기에 업로드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공황장애에 대해 생각하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의 불안과 발작이 수면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계속 지속된다고 여기는 것 같다. 


다른 환자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겪은 공황장애는 그렇지는 않고 다음과 같은 양상이었다. 


발병 전 평소의 불안도가 10이라고 하자. 


그리고 발병 후 극도의 불안감이 시작하는 수치를 100이라고 하자.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나서는 하루하루가 약 70~80 수준의 불안도를 가진 상태였다. 


그리고 이따금씩 (내 경우엔 며칠~십여 일 중에 한 번 꼴로) 120~150을 육박하는 불안감이 약 3분 내외로 지속되었다가 다시 70~80 수준으로 돌아오는 형태였다. 


이렇게 불안감이 극대화되는 순간에는 가만히 있지 못한다. 


바닥을 굴러다니거나 침대 안에 이불을 머리까지 끌어안고 몸을 최대한 웅크리거나, 이 미칠 듯 한 감정과 터질 듯 한 심장이 정신의 문제가 아니라 육체적 문제라고 치부하고 싶어서 갑자기 밖으로 뛰쳐나가 전속력으로 달린다든가. 


베란다 창문을 열고 이대로 밖으로 뛰어내려 버리면 이 제어할 수 없는 불안을 멈추고 영원한 안식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주 위험한 생각을 하는 경우도 몇 번 있었다. 




내복약도 처방받아 복용했는데, 내 생각엔 이 약이 큰 효과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나중에 찾아보고 원장님께 이야기도 들었지만 약이 없었으면 더 많이 힘들 수도 있던 것을 약 때문에 그나마 이 정도로 지나간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겨둔 마지막 약 하나는 먹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유사시에 약봉지를 그대로 들고 근처 병원으로 달려서 상담을 하고 처방을 해 달라고 요청할 용도로 말이다. 




연예인들 사이에서 마치 유행처럼 번지던 공황장애. 


야 너두? 야 나두! 


젠장. 


원하는 부서 보내달라고 해서 발령 내줬더니, 질병 휴직을 내고 튄 이상한 직원.


새 부서가 적힌 명함을 수령하기도 전에 휴직을 낸 아픈 직원. 




이렇게 F코드 외래진료 환자로서의 3개월의 여정이 나에게도 시작됐다.



<다음 화에 계속>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1화 영어 이름으로 제니퍼를 정했는데 철자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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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내가 수업 시간에 최초로 ‘외운’ 영어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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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별스럽지 않은 날의 퉁퉁 불은 오뎅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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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문제는, 나는 그들과 비슷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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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나는 동그라미 모양인데 그 회사는 별 모양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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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경력직으로 입사한 나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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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다음 날, 나는 인사팀에 면담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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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자리에 앉자마자 팀장님은 말씀하셨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10

9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팀장님에게 연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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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선생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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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부서 배치 열흘 만에 질병 휴직계를 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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