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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Apr 09. 2023

화해는 둘이 하는 거지만, 용서는 혼자 할 수 있어요

제13화

[이 글은 현재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를 연대기로 정리하는 시리즈 글입니다. 브런치와 네이버 카페 강한 영어학원 만들기에 업로드합니다.]






첫 진료를 한 뒤 두 번째 진료부터는 그냥 보험으로 했다. 


앞으로 당분간 일주일에 한 번씩 상담 및 약을 타기 위해서 병원에 와야 하는데 매번 10여만 원을 들이며 치료하기엔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보험으로 하면 약까지 해서 3만 원 내외였던 것 같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둔 뒤 무슨 일을 할지 정하지 않았지만 진료 기록이 남아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군인이나 특수한 몇몇 공무원 직렬은 정신과 이력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렇지만 소문이 사실이든 아니든 나에게는 결국 해당 사항이 없기 때문에 마음을 가볍게 먹기로 했다. 


진료 첫 달에는 참 많이도 울었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원장님은 잘 도닥여주시고 좋은 말도 많이 해주셨다. 


뭔가 가르치려 하시거나 혼내시거나 하지 않으셔서 마음이 많이 풀렸다. 


나중에 다른 환자들의 후기를 보면 상담선생님이나 의사 선생님과 잘 맞지 않으면 오히려 더 상처를 받았다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나는 천만다행이었다. 


원장님이 하셨던 말들 중 절대 잊지 못하는 한 마디가 있다. 



화해는 둘이 하는 거지만,
용서는 혼자 할 수 있어요. 



참 지금 생각해도 멋진 말이다. 


난 종교가 없지만 어떤 인터넷 짤 중에 한 누리꾼이 어느 스님에게 물어본 질문이 생각난다. 


맨 손으로 선인장을 쥐고 있다면, 선인장이 날 아프게 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걸 놓지 않으려 하는 내 마음이 날 아프게 하는 것일까 하는 질문이었다. 


내가 힘들어하는 것이 과연 외부의 자극과 경험 때문인지 또는 그것을 자꾸 붙들고 있는 나 때문인지. 


원장님의 말씀도 이 질문과 일맥상통한다고 느껴져서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왜 원하는 부서에 결국 배치를 받았는데 병이 났을까 하고 물어본 질문에 원장님은 스트레스가 누적되다가 어느 순간 터질 수 있으니 그건 당연한 것이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것이라 하셨다. 


앞으로 뭘 하며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질문에는 지금 당장 그걸 생각하진 말고 머리의 온도를 낮춰서 진정시키는 것이 먼저라 하셨다. 


원장님과 상담하고 나오면 꽤 안정이 되다가도 밤이 오면 다음 날 아침이 오는 게 싫고 무서워서 늦은 시간까지 안 자고 있다가 오전 11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나는 경우들도 있었다. 


하루는 괜찮고 또 하루는 안 괜찮은 나날들이 켜켜이 쌓이며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다음 화에 계속>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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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선생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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