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있는 그대로 본 것인가?
열하나, 아지랑이

by 순야 착지

다가가면 텅 빈, 봄날의 환(幻)


명상 노트

평생을 무언가를 쥐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멀리서 볼 때는 그것이 나를 채워줄 완벽한 실체 같았지요. 하지만 막상 숨을 헐떡이며 그 자리에 당도해 보면, 기대했던 것은 온데간데없고 허망한 빈손만 남는 경험을 수없이 해왔습니다. 명예가 그러했고, 재물이 그러했습니다. 평일의 한가로운 오전 산책길에서 춤추는 봄의 신기루를 보며, 우리가 애타게 좇는 세상의 모든 욕망이 실은 저 아지랑이와 같음을 뼈저리게 배웁니다.


일상의 시선

봄볕이 따스하게 내리기 시작하는 평일의 한가로운 오전입니다. 집이 있는 정문 쪽을 나서서, 남문 장미원으로 향하는 길게 뻗은 포장길을 여유롭게 걷습니다. 동남쪽에서 비스듬히 내리쬔 아침 해가 아스팔트를 달구자, 저만치 앞 길 위로 투명한 불꽃 같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릅니다. 보일듯 말듯, 분명 무언가 있는 것 같은데 뚜렷한 형체는 없습니다. 그 일렁임에 홀린 듯 걸음을 재촉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던 바로 그 자리에 섭니다. 하지만 내 발밑에는 텅 빈 아스팔트뿐, 눈앞에서 요란하게 춤추던 일렁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허탈하게 고개를 드니, 아지랑이는 또다시 저만치 앞서 도망가 나를 부르듯 아른거리고 있습니다.


순야의 단상 (순야시)


보일듯 말듯

다가가면 텅 빈 길

아지랑이 환(幻)!!


문구 해석


보일듯 말듯: 분명 존재하는 것 같아 끊임없이 손을 뻗게 만들지만, 결코 그 실체를 온전히 내어주지 않는 세상사 욕망과 현상계의 묘한 속성입니다.

다가가면 텅 빈 길: 막상 욕망의 실체를 쥐려고 다가서면, 영원불변한 고정적 실체는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는 공(空)의 자리입니다.

아지랑이 환(幻)!!: 눈에 보이지만 만질 수 없고, 존재하는 듯하나 실체가 없는 세상만사의 이치가 바로 한바탕 환상(幻)임을 깨닫고 내지르는 각성의 탄성입니다.


교리 한 마디: 금강경의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눈앞에서 춤추는 아지랑이는 분명 내 눈에 보이지만,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실체가 없습니다. 대승불교의 정수인 『금강경(金剛經)』의 마지막 사구게에는 이 현상을 관통하는 위대한 구절이 나옵니다.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인연으로 생겨난 일체의 조작된 현상은 꿈과 같고, 환상(幻)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 같다는 뜻입니다. 보일듯 말듯 한 아지랑이(幻)가 다가가면 사라지는 텅 빈 것(空)임을 알 때, 비로소 우리는 저 멀리 아른거리는 신기루를 좇아 헐떡이는 달음박질을 멈출 수 있습니다. 그것이 환상임을 정확히 꿰뚫어 보는 순간, 지금 내가 딛고 선 이 '텅 빈 길'이 바로 가장 평온한 진리의 자리가 됩니다.


[연재 시간 알림]

일요일 아침의 짧은 만남 한 주를 차분히 정리하고 새로운 내일을 그려보는 일요일 오전 10시, 늦은 아침의 여유 속에 [순야의 단상]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마음의 쉼표를 찍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평온을 비는 마음]

글을 마치며, 한 주의 시작과 끝이 모두 평온하시길 기원합니다. 몸도 마음도 정갈하고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라며, 다음 주 일요일 아침에 맑은 향기를 담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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