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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기반의 협동학습과 AI로 완성한 질문탐구수업

수업 나누기 정보 더하기 / 김요섭 선생님_광수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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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소 모형과 함께 시작한 교직 생활

직소 모형은 학생들이 모집단과 전문가 집단을 오가며 학습 내용을 완성해 나가는 협동학습 전략 중 하나이다. 수업 초반, 학생들은 모집단에서 전체 학습 주제를 접한 후, 각자 맡은 세부 주제에 따라 전문가 집단으로 이동한다. 전문가 집단에서는 같은 주제를 맡은 학생들끼리 모여 해당 내용을 깊이 탐구하고 정리한다. 이후, 다시 모집단으로 돌아가 자신이 익힌 내용을 다른 팀원들에게 설명하며 협력적으로 학습을 진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 집단 활동에서는 모집단에 돌아가 설명할 내용을 준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교생 시절 처음 직소 모형으로 수업했던 단원은 ‘지구계의 구성과 수자원에’ 관한 내용이었고, 내용이 아주 쉽고 간단해서인지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강의식 수업에서는 천장만 바라보던 학생이 이 수업에서만큼은 자기가 아는 것을 하나라도 더 말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단순히 내용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을 설계하고 협력하며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오기 전, 2019년에 교직을 시작한 나는 본격적으로 직소 모형(Jigsaw) 수업을 시작했다. 모집단을 구성하고, 역할을 선택하도록 하여 전문가 집단을 다시 구성하고, 교과서와 활동지, 텍스트 자료를 나누어주며 전문가가 되도록 한 것이다. 수업 시간에는 각 전문가 집단을 순회 지도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모집단으로 돌아가 설명할 모범 사례의 시범을 보여주기도 하고, 꼭 필요한 설명 포인트를 짚어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텍스트 자료만으로는 전문가가 되지 못하는 학생들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영상 제작자, 과학 교사 K의 시작

이런 현실을 마주하면서, 2019년 2학기부터 수업 방식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학생들에게 전문가 집단 활동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짧고 컴팩트한 영상을 제작하여 제공한 것이다. 일반적인 거꾸로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집에서 영상을 보고 오지만, 학생들이 보고 오지 않을 것을 알기에 수업 시간 초반에 영상을 함께 시청하도록 계획했고, 학생들이 즉각적으로 활동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데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수업 환경은 열악했다. 전체 학교에 태블릿은 10대뿐이었고, 와이파이도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각자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았으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는 학생들이 테더링을 제공해 주기도 했다.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학생들이 영상을 시청하면서 내용을 이해하고, 활동지를 작성하며 전문가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수업에 조금씩 자신감을 얻어갔다.

(영상 샘플 링크: https://youtu.be/kudmiknA3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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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활동지를 단순히 읽기만 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수업이 여전히 상호작용 면에서 부족하다는 점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하여, 2019년 2학기의 어느날부터는 학생들에게 활동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대본을 작성’하도록 했다. 대본 작성은 단순히 내용을 이해하는 단계를 넘어,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설명할 준비를 하게 만들었다. 학생들은 대본을 쓰면서 자신이 배운 내용을 구체화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언어적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전문가 집단 활동과 모집단 내 상호교수를 한층 더 구조화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온라인 수업에서 에듀테크의 가능성을 만나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되면서 직소 모형 수업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대면 수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의 수업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 나는 구글 클래스룸을 활용하여 영상을 업로드하고 활동지와 대본 작성을 진행하도록 했다. 학생들은 집에서 제공된 영상을 시청하고, 활동지를 작성하며 각자 맡은 역할을 준비했다. 이후, 디스코드(Discord)에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이 서로 설명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학생들의 참여도를 유지하고, 비대면 환경에서도 협동학습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었다. 모집단 안에서 역할별로 정해진 시간을 배정해 효율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도록 하였고, 학생들의 상호교수가 끝난 후에는 내용을 종합해 전체적으로 피드백을 제공하며, 학생들이 놓쳤던 부분을 정리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했던 학생들도 점차 온라인 환경에서 학습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익혀 나갔다. 비록 얼굴을 마주하지 못한 채 진행된 수업이었지만, 학생들의 학습 과정과 상호작용을 관찰하며 협력 학습의 가능성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온라인 공개수업 영상 링크(https://youtu.be/B21XahNrPPU)

수6.jpg 영상 중 상호교수 장면


동료평가는 데이터가 된다.

2021년. 코로나가 끝나고 학생들이 등교한 후, 학생들에게 동료평가를 도입했지만, 그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학생들이 작성한 평가 내용은 주로 "잘했다"나 "목소리가 컸다"와 같은 단순하고 피상적인 의견에 그쳤다. 이러한 평가로는 학습 효과를 높이거나 서로의 학습을 심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나는 전문가 집단 활동이 끝난 후 모집단에서 상호교수를 하기 전에 1차시의 강의를 추가했다.


이 강의는 학생들이 영상과 활동지를 통해 공부한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핵심적인 개념과 설명 포인트를 짚어주는 역할을 했다. 학생들은 영상을 통해 첫 번째로 학습하고, 활동지를 작성하며 두 번째로 내용을 정리한 뒤, 강의를 통해 세 번째로 학습하게 되었다. 이러한 반복 학습 구조는 학생들이 학습 내용을 보다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동시에, 동료의 설명을 들을 때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더 구체적인 평가를 작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수7.jpg 모집단을 구성하기 전에 각자 영상을 시청하는 학생들의 모습
수8.jpg 영상을 보면서 활동지를 작성하는 학생의 모습
수9.jpg 모집단에서 서로 설명하는 학생들의 모습

결과적으로, 모집단에서 동료들의 설명을 들은 학생들은 단순히 "잘했다"라는 식의 평가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이 부분에서 개념 설명이 명확했다"라 거나 "바닷가의 예시를 통해 더욱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라는 식으로 평가의 질이 크게 향상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학생들이 서로의 학습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으며, 상호교수와 협력 학습의 효과를 한층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동료평가는 원문 그 자체로 학생 개개인에 대한 개별화 피드백 장치로 활용될 수 있으며, 교사에게는 기록의 근거자료가 될 수 있었다.


[한 학기 동안 1명의 학생이 받은 동료평가 예시]
- 발표를 하기 전에 내가 어느 부분들을 해야 할지 친절하게 알려주었고, 그리고 내가 힘들어하는 것이 있으면 친절하게 와서 도와주었다.
- 순환에 대한 부분을 맡은 이 학생은 미리 그려온 깔끔하고 정확한 그림을 보여주며 설명하여 이해가 쉽게 하였고 전체적인 내용을 빠짐없이 잘 설명해 주었다,
- 대본을 또박또박하게 읽었고 질문을 잘 만들었고 상대방의 눈을 마주치면서 발표했고, 그리고 발표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으며 비열에 대해서 잘 정리하고 발표를 한 거 같다.
- 옆에서 못 하는 게 있으면 도와주고 대본 쓰기에서도 가장 많은 부분을 써준 거 같다. 자기 할 거를 다 하고서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 않고 우리가 쓴 거에서도 인공지능 말을 사람 말처럼 바꾸어 주고 다른 내용도 더 채워주고 진짜 우리 모둠을 이끌어 준 거 같다.
- 해류가 무엇인지 잘 설명을 해주었고, 우리나라 주변 해수를 그림을 보여주면서 설명을 해주어서 잘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만조, 간조, 조차를 잘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깊은 질문을 잘 만들었다. 또한 또박또박 말하여 말이 잘 들려서 잘 이해되었다.
- 다른 학생과는 달리 뛰어난 집중력과 발표력으로 다른 사람의 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발표를 해주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열과 우리 생활 발표에서 자세한 내용을 요약하여 친구들의 이해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신의 발표를 더욱 잘하고자 노력한 부분이 보여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 이 학생은 모둠원 모두에게 들리는 목소리 크기로 설명하였고 자세한 내용으로 모둠원들이 이해하기 쉽게 하였고, 하나하나를 설명할 때 모둠원들에게 한 명씩 물어보며, 이해시켜 주었습니다. 이 학생은 모둠에서 그냥 아무 주제만 주어도 빨리 이해하여 다른 모둠원들에게 이해시켜 줄 수 있을 것 같은 훌륭한 학생이었습니다.
- 자신있고 차분한 목소리로 또박또박하게 발표를 해주어 발음이 명확하게 들릴 수 있었으며 이 덕분에 발표에 관한 내용을 잘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우리 몸의 혈소판과 백혈구, 혈장에 대한 특징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었으며 우리 몸의 순환과정을 깔끔하게 그림으로 정리해 주었으며 이를 토대로 청취자들이 잘 보일 수 있도록 그림과 함께 설명을 해준 덕분에 순환과정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 이 모둠원은 조장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굉장히 잘한 친구이다. 대본도 이 학생이 모둠원들과 의논하며 채우고 보완할 점이 있으면 보완하고 잘 못하는 친구가 있으면 알려주면서 피드백도 같이 해주었던 친구이다. 인상깊었던 점은 대본을 작성할 때 모둠원들과 어떤 내용을 넣어야지 이해가 되기 쉽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지 본인이 듣는 사람이 되어서 질문하던 부분이 인상깊었다. 나의 평가는 굉장히 자신의 할 일도 잘하고 본받아야겠다.
- 이 학생은 순환을 설명하였습니다. 혈액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어떤 경로를 거쳐 순환하는지, 산소와 이산화탄소에 기체 교환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림을 통해 설명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깊은 질문인 ""모세혈관에서의 물질교환 과정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라는 좋은 유도 질문으로 상대방이 순환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인상깊었던 점은 발표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발표 도중에도 이해되지 않는 점이나 어려운 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이해하기 쉽게 발표를 소화해 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평가는 이러한 자세나 발표를 이끄는 태도로 다른 모둠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면 완벽할 것 같습니다.
- 이 친구는 모둠에서 정말 필요하다 느낄 것 같은 행동들을 보여주고 딱 필요한 것이랑 중요한 것만 딱딱 말하고 의미 없는 말은 하지도 않아서 카리스마 있다고 생각하고 모둠원들이 부족한 것이나 힘들어하는 것들을 도와주려고 행동으로 하는 모습이 있었고 발표에 필요한 대본, 질문, 재미 포인트 등에도 다 도움을 주어 대단하다 느끼는 친구였다, 뭔가 이상하거나 너무 AI 같은 말투가 있으면 먼저 다가와서 다시 바꿔보자고 제안도 하였고 실전으로 전람회를 할 때 떨지 않고 완벽한 태도를 보여주면서 발표하는 것 같았고 다시 말하지만, 모둠에서 진짜로 제일 필요하다 느끼는 친구였음, 또 대본을 만들 때도 복사 붙여 넣은 티가 너무 많이 나는 대사들을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수정을 해주었고 대본을 다 쓰고도 자신이 할 것이 더 있는지 하려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고 혼자서 다 하는 모습들이 진짜로 대단하다 느끼었음.
- 이 학생은 순환에 관해서 설명하였다. 이 학생이 발표할 때의 바른 자세, 정확한 발음과 목소리 크기가 특히 좋았는데 발표의 태도 또한 발표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 학생의 발표 태도는 발표에 아주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았다. 순환에 관해서 설명할 때, 해류들을 그저 말로만 설명한다면 이해가 잘 가지 않고 머릿속에서 정리도 안되어서 힘들었을 텐데 이 학생은 직접 그림을 보여주며 우리나라 주변에서 영향을 끼치는 해류들을 설명했다. 그림은 간단했으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만큼 이해가 잘 되었고 해류들의 특징들의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더 잘 되었다. 주석 주기를 설명할 때는 주석 주기가 나와 있는 사이트의 그래프를 보여주며 주석 주기 시간의 이유와 정의를 설명해 주었다. 이 학생의 가장 기억에 남는 점들은 사람들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서 머릿속으로 한 번 더 정리하고 이해시켜 주게 하는 것이었다. 그림이나, 표가 간단했으나 설명을 들으면서 이해가 잘 갈 수 있었던 내용이었기 때문에 이 학생의 발표가 특히 인상 깊고 기억에 남았던 발표였다고 생각한다.
- 이 학생은 혈액이 순환하는 과정에 대해 발표하였다. 혈액의 구성 성분과 기능을 설명해 줄 때 백혈구, 적혈구 등의 혈액의 구성 성분을 자세하게 발표해 주어 세심하다고 생각했다. 다음으로는 심장의 역할과 구조에 관해 설명을 해주었는데 이 학생이 직접 그린 그림을 모둠원들에게 보여주면서 심장의 구조를 먼저 설명하고, 심장이 어떻게 몸 안의 혈액들을 순환시키는지, 대동맥, 대정맥의 정의와 역할, 구조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나는 특히 심장의 구조와 대동맥과 대정맥의 위치가 구분하기 어렵고 헷갈렸었는데 이 학생의 설명은 그림과 같이 자세하게 설명해 주어서 이해가 훨씬 더 잘되는 느낌이었다. 이 학생의 질문을 처음 들었을 때 도대체 이게 무슨 질문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이 학생이 준비한 선행질문을 듣고 나서 다시 그 질문을 해결하려고 하니 이 학생 질문의 의도와 그에 대한 답을 조금 알게 된 것 같았다. 확실히 질문이 어려웠으나 선행질문 덕분에 이해가 빨랐다는 것이었다. 특히 이 학생은 말을 거의 절거나 더듬지 않았는데 안정적인 목소리와 속도 덕분에 발표가 듣기 좀 더 좋았던 것 같았다.
- 비열에 대해서 아주 자세하고 팀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중요한 부분을 위주로 설명을 진행하였다. 한여름 바닷가에 물 온도는 낮아 차갑지만, 모래는 온도가 높아 뜨거운 현상이 왜 그런지 항상 궁금했는데 비열 설명을 통하여 그 문제의 답을 찾아서 좋았다. 목소리는 아주아주 조금 작았지만, 또박또박 말하고 중요한 부분을 강조하는 데 있어선 매우 좋다고 느꼈다. 발표 진행은 매우 안정적으로 진행하여 좋았다. 비열이 큰 물질 일 수록 더 많은 열이 필요하므로 온도를 높이거나 낮추는데 큰 열량이 필요해서 온도를 바꾸기 어렵다는 사실을 이승이 학생의 설명을 통해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깊은 질문에 답과 맞추고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생각한다. 질문은 한명 한명을 지목하며 선행질문과 깊은 질문을 진행하였고 만약 지목한 상대가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한다면 지목 상대가 최대한 질문을 대답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한 뒤, 틀린 질문이어도 무조건 대답을 얻은 후에 같은 질문을 다른 사람을 지목하여 다시 질문하였다. 다시 지목한 상대가 대답했다면 그 대답에 대해서 부족한 부분을 더욱 보충해 주며 100퍼센트 이해를 도와주었고 다시 지목한 사람 또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면 답을 전보다 더욱 구체적으로 유도해서 다른 대답을 얻어갔다. 손동작을 이용하여 이해하기 쉽도록 잘 설명했고 눈을 맞추며 팀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발표 진행은 매우 부드럽고 리듬감 있게 진행하여 모든 게 완벽했다. 그래서 최고의 동료로 뽑았다.
질문의 시작

2022년, 나는 학생들이 대본을 단순히 읽는 데서 그치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느꼈다. 이에 따라, 대본 작성 단계에서 자신이 설명할 내용이 관련된 질문을 함께 준비하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전문가 집단에서 대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다른 학생들이 이해를 돕기 위한 질문을 미리 생각하고 만들었다. 이러한 질문은 단순히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에게 사고의 기회를 제공하고 경청을 이끄는 데 초점을 맞췄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질문을 작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예를 들어, “전류가 뭔가요?”나 “저항이 무엇인가요?”처럼 단순하거나 표면적인 내용 확인에 그치는 질문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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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작성한 대본과 포트폴리오(준비한 판서 내용과 교사의 강의 노트)


답이 없는 깊은 질문

2023년, 학생들의 질문 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깊은 질문을 하도록 지도하는 방법을 도입했다. 단순히 “전압이 높아질수록 전류는 어떻게 되나요?”와 같은 사실 확인 수준의 질문에서 벗어나, ‘깊은 질문’을 요구한 것이다.


*학생들에게 제공한 깊은 질문에 대한 설명: 답이 정해지지 않은 질문이다. 복잡한 개념을 분석, 비교, 평가하거나 지식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는 것 같은 고차원적 사고를 요구한다. 깊이 생각하도록 유도해서 가치 있는 답을 끌어낼 수 있다. 단순하게 네/'아니요.'로 대답할 수 있거나 조금만 찾아본다고 해서 답을 얻을 수 없는 질문이다.


질문에 관한 질문. 선행질문

질문 수준이 높아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일부 학생들이 너무 뜬금없는 질문이나 학습 목표와 무관한 질문을 하면서 수업의 흐름이 방해받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에는 선행질문을 도입했다.


*학생들에게 제공한 선행질문에 대한 설명: 깊은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해결해야 하는 질문. 얕은 질문일 수도 있고, 깊은 질문일 수도 있다. 그 답이나 힌트를 대본 속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선행질문을 도입하면서 학생들의 질문 작성 과정은 더욱 체계화되었다. 선행질문은 깊은 질문을 이해하고 답을 도출하기 위한 기초 단계로, 학생들이 대본 작성 시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요소로 설정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작성한 대본의 핵심 내용을 기반으로, 선행질문과 이를 바탕으로 발전된 깊은 질문을 함께 준비했다. 이에 따라 질문의 흐름이 논리적이고 학습 목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었다.


예를 들어, ‘만약 달이 없었다면 인류의 우주 탐사 역사는 어떻게 흘러갔을까요?’라는 깊은 질문에 대한 답을 도출하기 위해, 학생들은 먼저 ‘인류는 왜 달에 가려고 했을까요?’, ‘달에 가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이 필요한가요?’, ‘달이 아니라면 어디에 가장 먼저 가게 될까요?’와 같은 선행질문을 작성했다. 선행질문은 대본 속의 내용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고를 확장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를 통해 질문 작성이 단순히 지식의 확인에 그치지 않고, 과학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학습에 흥미를 느끼도록 하는 장치로 작용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선행질문과 깊은 질문의 차이를 명확히 설명하고, 학생들이 작성한 질문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해 질문의 방향성을 조정하고, 학습 목표와 연결성을 높였다.


결과적으로, 선행질문의 도입은 학습의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깊이 있는 논의를 이끄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질문이 단순히 활동의 일부가 아니라, 동료 학습자들에게 사고의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도구임을 인식하게 되었고, 이는 수업의 상호작용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 준 것이다.


왜 과학 시간에 질문을 해야 하지?

이렇게 학생들은 '질문'하는 수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과학 수업에서 질문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과연 중학교 과학 수업에서 그 목표가 단순히 "질문을 잘 만들 줄 아는 것"에 그쳐도 되는 것일까?


가장 먼저, 과학 수업에서 ‘질문’의 역할을 고민해 봤다. 아하! 과학 수업에서 질문은 분명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중요한 도구다. 하지만 과학은 단순히 호기심을 가지고 묻는 데 그칠까?. 아니, 과학은 탐구의 과정이다. 즉, 질문은 탐구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통해 탐구까지 경험하도록 돕기로 했다. 학생들에게 과학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과학적 문제 해결 능력을 연습시킴으로써 과학적 사고 과정을 체험하게 하고, 배운 내용을 실생활에 과학적으로 적용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학생들은 매 단원 깊은 질문 1개와 선행질문 3개를 만든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나는 학생들에게 질문 중 하나를 골라 탐구 방법을 설계하고 가설을 설정해 보도록 지도했다. 예를 들어, “온도는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라는 질문에 대해, 학생들은 먼저 우리 몸과 온도를 변인으로 설정하여 가설을 만들어보는 과정을 거쳤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질문이 단순히 호기심을 표현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했다.

수13.jpg 2024년 2학기,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제작한 질문-탐구 일지


무한 피드백을 위한 AI 챗봇

이렇게 학생들이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질문’ 만들기와 ‘탐구’ 설계하는 방법을 해내기 위해서는 교사의 ‘무한 피드백’이 필요하다. 세상에 어떤 선생님이든 1명에게 10번이고 100번이고 피드백 해주지 못할 선생님은 없다. 그런데, 우리 교실 구조가 이것을 허락하지를 않는다. 놀랍게도 수업 1시간은 학급에 있는 모든 학생에게 1번 피드백해 주면 끝나는 시간이다.


같은 학생에게 수십 번, 수백 번 피드백을 제공한다는 것은 교사로서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다. 물리적인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I 챗봇을 통해 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프롬프트에 좋은 질문의 조건, 피드백 형식, 그리고 몇 가지 예시를 설정해 두면, 학생들이 작성한 질문에 대해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학생들이 접속하면 마치 선생님과 대화하듯이 자신이 작성한 질문을 검토받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조언을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


개선이 필요한 질문에 대한 챗봇의 피드백 / 좋은 질문에 대한 챗봇의 피드백


개선이 필요한 가설에 대한 챗봇의 피드백 / 좋은 가설에 대한 챗봇의 피드백



학생들의 반응은 놀라웠다. 어떤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이 챗봇을 쓰기 전에는 선생님에게 수업 시간에 한 번 말 걸기도 어려웠어요. 그런데 이제는 제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까지 정말 수백 번도 부담 없이 물어볼 수 있어서 좋아요.”


챗봇은 학생들에게 피드백의 문턱을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질문의 수준을 높이고자 하는 학생, 대본을 더욱 완성도 있게 다듬고 싶은 학생, 혹은 깊이 있는 탐구를 위한 가설을 작성하고자 하는 학생까지, 챗봇은 각자 다른 필요를 가진 학생들에게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했다. (물론 목적에 맞는 챗봇은 내가 직접 제작하여 학생들에게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단순히 챗봇의 답변을 수용하는 것을 넘어, 챗봇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스스로 질문을 다듬고, 결과를 분석하며 학습의 주체로 성장해 갔다. 한 학생은 챗봇을 활용하면서 “제가 어떤 부분에서 약한지 알게 됐고, 다음에는 더 나은 질문을 작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기쁨을 표현하기도 했다.


AI 챗봇은 교사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역할을 확장하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 수업 시간에 모든 학생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챗봇은 그 공백을 메우며 학생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피드백이 더 이상 자원의 제약을 받지 않고, 학생들이 학습 과정에서 스스로 더 많은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이 AI 챗봇이 만들어낸 가장 큰 변화였다.


결국,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언제든지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 챗봇은 학생들이 필요할 때마다 조언받을 수 있는 보조 교사가 되어 주었다. AI 챗봇이 수업 속에 자리 잡자, 학생들의 학습은 더욱더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것이야말로 미래 교육에서 기술이 지향해야 할 모습이 아닐까?



2024 겨울호 목차

1. 시론
2. 포럼&이슈
3. 특집
4. 수업 나누기 정보 더하기
5. 티처뷰
6. 전국NET소식
7. 이 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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