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 김차명_참쌤스쿨 대표
AI 디지털교과서?
AI 디지털교과서는 2025년부터 세계 최초로 도입되는 혁신적인 교육 도구로,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춘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인공지능과 지능정보화 기술을 활용한다. 교육부는 이를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디지털 교육혁신의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으며, 2025년부터 수학, 영어, 정보, 국어(특수교육)를 우선 도입한다.
AI 디지털교과서는 단순히 종이 교과서를 전자책(PDF)으로 변환한 형태가 아니라, 학생의 학습 성취도와 현황을 분석하여 개인별 맞춤형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는 학습 도구다. 학생들은 AI 튜터를 활용해 궁금한 점을 즉각 해결할 수 있으며, 학습 대시보드를 통해 자신의 학습 과정과 성취도를 분석하고 스스로 학습을 조정할 수 있다. 교사 또한 대시보드를 활용하여 학생의 학습 상태를 파악하고 개별 맞춤형 학습 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2024년에는 교원 연수도 대대적으로 진행됐다. 교육부는 '교원의 AI 교수학습 역량 강화'를 위해 3,8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전국 초중고 교사 12,000명을 대상으로 '교실혁명 선도교사' 연수를 운영했다. 그러나 연수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과 시스템 마비 문제가 발생하는 등 운영상의 미흡함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한, AI 디지털교과서의 가격 체계는 기존 종이 교과서와 달리 구독형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학생 1인당 연간 구독료가 6만~10만 원으로 예상되며, 이는 기존 종이 교과서 가격의 약 10배에 해당한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추산에 따르면, AI 디지털교과서를 전국 학교에 전면 도입했을 2025년 AI 디지털교과서 구독 비용은 최소 1,851억 원에서 최대 4,092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며, 2028년 전면 도입 시 연간 최소 6,143억 원에서 최대 2조 5,558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도 AI 디지털교과서가 매우 큰 쟁점이었다.
AI_디지털교과서가 성공적으로 도입되려면
AI 디지털교과서가 성공적으로 도입되려면 이 AI 디지털교과서가 정말로 효과적인지 증명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 AI 디지털교과서가 ‘진짜’ AI 디지털교과서인지 검증이 되어야 한다. 아직 실제 교육 현장에 도입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결과만 봤을 때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려워 보인다. AI는 일반적인 프로그램과 달리 스스로 자료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학습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추론한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업그레이드된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공개된 AI 디지털교과서 프로토타입, 시중에 나와 있는 비슷한 AI 코스웨어들을 살펴보면 AI 디지털교과서는 그냥 정해진 정답을 가지고 주어진 길로 인도하는, 비교적 정교하게 짜여진 프로그램일 뿐이다. AI 디지털교과서에 AI가 없다는 비판도 주로 이 때문이다. 또한 ‘필기’보다는 ‘터치’를 통해 정보를 입력하는 AI 디지털교과서 특성상 학생들의 필기 활동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시력 저하, 디지털 기기에 대한 과의존과 중독 등의 모든 우려를 씻어낼 정도로 효과적이어야 한다.
둘째는 ‘데이터’이다. 네비게이션이 광범위한 교통 정보를 바탕으로 작동하듯이, AI 디지털교과서는 당연히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동한다. 가끔 AI 디지털교과서가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나 개인정보에 접근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개인정보 수집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미 그것은 AI 디지털교과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데이터 제공 여부보다는 데이터가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을 강화하는 것이 더 올바른 방향이다. 정작 문제는 2025년에 바로 AI 디지털교과서가 전면 도입된다고 했을 때 과연 이 데이터가 있을지, 만약 없다면 이 데이터가 유의미한 의미를 가질 때까지 언제까지, 어떻게 쌓을지도 문제이다. 그나마 현실적인 방법은 각 발행사가 가지고 있는 기존 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만으로도 어느 정도 의미있는 예측하는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인데, 그것도 아니라면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는 2025년은 진단, 분석, 추천 등 ‘제대로 된’ AI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AI 디지털교과서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대시보드’인데,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교사 대시보드는 평가, 학습활동, 정서 정보 등에 따라 학생별로 피드백이 진행될 수 있도록 기능을 구성하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정량·정성적 모든 평가,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는 학생의 모든 활동, 사회·정서적인 내용을 대시보드를 통해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이 기술이 실제로 구현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학생이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는 것에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거부할 경우, 학급 또는 학교에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을 하기 어렵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민감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야 제대로 된 AI 디지털교과서 활용 수업이 될 텐데,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거부할 경우의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2025년에 적용되는 학교급은 초3, 4, 중1, 고1인데 고1을 제외하면 모두 만 14세 미만의 학생들로, 개인정보 수집 등의 과정에서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 학생 보호자가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를 하지 않는 경우 데이터 자체를 쌓을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현재 학교가 검정 교과서를 채택하는 시스템으로 봤을 때, A 초등학교 3학년 수학 과목의 AI 디지털교과서를 B사로 선정했고, 4학년에서는 C사로 선정한다면 3학년 1년 동안 모은 데이터가 연계될지도 확인해 봐야 한다. 학생이 전학 가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셋째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사의 역량이다. 교육부가 계속 강조하는 것처럼 AI 디지털교과서를 제대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 현장에서 학습 과정을 설계·운영하는 교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이유로 ‘학생 맞춤형 교육’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학생들이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는 모습을 살펴보면 도입(동기유발) 영상➡ 문제(과제) 제시➡ 학생 풀이➡ AI 데이터 분석➡ 다시 문제(과제) 제시➡ 학생 풀이… (반복) 등 겉으로는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면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AI가 제공하는 ‘정해진 길’로만 일방적으로 따라가는 매우 수동적인 모습으로 학습에 임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자기주도적인 것처럼 보이는 주입식 교육’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IB 교육과정을 비롯한 전 세계적인 교육 추세는 주제별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통합수업, 프로젝트 학습 등 초학문적 주제를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통합적으로 구성하는 추세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계획한 대로 AI 디지털교과서가 다양한 교과별로 나오게 되고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는 모습이 대부분 위와 같이 이루어진다면 수업의 모습은 각 교과별로 분절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맥락 분석, 수업 평가 설계, 수업 실행, 평가 성찰 등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는 교사의 역할이 특히 강조된다. 하지만 여러 교과를 혼자 가르치는 초등교사에게는 특히 부담이 될 수 있고, AI 디지털교과서 발행사를 다양하게 선정했을 경우에는 각 AI 디지털교과서별로 사용 방법을 익혀야 하기에 더욱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결정적으로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는 교사들의 역량이 천차만별이라 교실혁명 선도교사 연수나 학교로 찾아가는 연수를 한다고 해도 지금의 PC 사용처럼 ‘상향 평준화' 되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으로 인한 연수, 기기 관리 등의 행정 업무 등 도입 초기 교사들의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도 무시 못 할 점으로 보인다.
넷째로 디지털 인프라가 확보되어야 다음은 전국 각 교실에 이미 보급된 태블릿PC, 교실 네트워크 등의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AI가 제공하는 학습진단과 추천을 기반으로 한 튜터링 기능은 지속적인 대용량의 네트워크 트래픽을 유발할 수 있는데 현재 교실 네트워크가 버틸 수 있는지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또한 기존에 학교에 보급된 스마트기기의 관리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2023년 12월 기준으로 교육부가 발표한 「시도교육청별 스마트기기 현황」에 따르면, 초등학교 3학년 이상 스마트기기 보급률은 79.1%로 나타났으며, AI 디지털교과서가 전면 도입되는 2025년까지는 100% 보급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학교에 보급된 스마트기기의 상당수가 코로나19로 인해 급하게 보급된 지 4~5년이 지난 저가 모델이고, 시도별로 태블릿 PC를 보급한 곳과 노트북을 보급한 곳이 혼재되어 있으며, 한 학교에 다양한 모델의 스마트기기가 섞여 있어 수치로는 표현되지 않는 어려움도 존재한다.
디지털 활용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 중요
현재 국가에서 디지털 교육을 강조하고 있지만, 디지털 교육에 대한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디지털 소양'이 언어 소양과 수리 소양과 함께 기본 소양으로 자리 잡으며 교육과정 곳곳에 디지털 요소가 추가되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익힐 시간과 방법은 명확하지 않다. 공식적으로 학교에서 디지털과 컴퓨터를 배우는 첫 시간은 초등학교 5학년 ’실과‘에서 배운다. 그 전까지는 교사의 개인 역량으로, 혹은 각 가정에서 알아서 가르쳐야 한다.
그 결과, 학생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디지털 역량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일부 학생은 스스로 코딩을 하거나 SNS에 콘텐츠를 업로드할 정도로 디지털 활용에 익숙한 반면, 어떤 학생은 컴퓨터 전원 버튼을 찾는 것조차 어려워한다. 이는 각 가정에서의 디지털 교육 허용치와 공감대 수준의 차이가 반영된 결과다. 디지털 기초·기본 교육을 누가, 언제,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디지털 기반 교육은 기존 교육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예를 들어, 초등 저학년에서 수십 년간 지속되어온 '받아쓰기' 교육을 보면, 현재 방식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개별화가 어렵고, 둘째, 획순을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학생들은 태블릿을 이용해 자신의 수준에 맞는 받아쓰기 문장을 선택하고, 태블릿에 직접 글씨를 쓰면서 획순까지 기록할 수 있다. 또한, 자음, 모음, 띄어쓰기, 문장부호 오류 유형을 데이터로 분석하여 학생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 기반 교육은 기존 교육 방식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한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나는 작년 초등학교 1학년 담임과 학년부장을 맡았다. 학년이 시작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각종 서류를 수합하는 일이었다. 학기 초 일주일 동안 수합한 서류만 해도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서>, <학생 건강상태 조사서>, <수익자부담경비 납부 신청서>,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 이용 동의서>, <늘봄학교 및 돌봄학교 신청서> 등 수십 종에 달했다.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이러한 서류를 나눠주고, 다시 회수한 후 검토하고, 누락된 부분을 확인하는 과정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했다.
전자 시스템을 도입하는 학교도 일부 있지만, 여전히 종이 서류 중심의 행정이 대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은 불필요한 행정 업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따라서 디지털과 AI를 학습보다는 행정 분야에 적극 도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AI가 현장체험학습 장소를 분석해 추천안을 제시하고, 학부모와 학생들이 전자 설문으로 의견을 제출하면, 이를 바탕으로 자동으로 공문이 생성되는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다. 또한, 결제 시스템과 연동하여 학부모가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하면 교사의 업무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학교 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도 함께 향상될 것이다. 매우 단편적인 사례이지만 우리가 지향해야 할 디지털 기반 교육은 기존 교육을 디지털로 모두 ‘대전환’하는 것이 아닌, 기존 교육의 한계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AI 디지털교과서라는 선택
결국은 ‘선택’의 문제이다. 최근 주요 선진국들은 교실 안에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을 펼치고 있다. 스웨덴은 6세 미만 디지털 학습을 중단시키고 10세 미만 글쓰기 수업에서 태블릿PC 사용을 금지시켰고, 핀란드는 초·중학교에서 종이와 연필을 다시 쓰도록 했다. 또 캐나다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표현이나 비판적 사고에 도움을 준다는 학계 의견을 수용해 필기체 쓰기 수업을 필수 교육과정으로 17년 만에 되살렸다. 프랑스는 2018년부터 15세 이하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시킨데 이어 2024년 학교 안 별도의 사물함을 설치해 학생들이 등교하면 휴대전화를 수거하고 하교할 때 돌려주는 방식을 전국 학교 200곳에서 시범 시행한 뒤 2025년 1월부터는 전면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역으로 디지털 활용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을 ‘선택’하였다. 과연 어떤 선택이 옳을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되는 교육청의 예산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2023년 56조4천억 원의 세수 결손이 일어났고, 내국세(內國稅)의 영향을 받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역시 11조 원 감액된 상태이며 장기적인 불황에 따라 이 추세는 지속될 예정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AI 디지털교과서 사업을 선택하였다. AI 디지털교과서 사업으로 인해 기존 교육청의 사업과 예산을 대폭 줄여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AI 디지털교과서라는 ‘선택’이 ‘학생 맞춤형 교육’을 위한 첫걸음으로 우리나라 공교육을 혁명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2024 겨울호 목차
1. 시론
2. 포럼&이슈
3. 특집
4. 수업 나누기 정보 더하기
5. 티처뷰
6. 전국NET소식
7. 이 책 한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