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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탁월성은 어떻게 발현되는가?

티처뷰 / 윤희영_교방초등학교 선생님

안녕하세요. 세넷 지원센터 최봉선입니다. 팀리더십 총서 발간을 기념해서 교방초등학교 선생님과 인터뷰하게 돼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와 더불어 교방초등학교 소개를 해 주세요.
사진6.png 교방초등학교 철학
탁월한 교사가 탁월한 학교를 만든다.

제가 교방에 지금 있지는 않고요 현재는 창원에 한들초등학교라고 다른 혁신학교에 근무하고 있고요. 제가 교방에 들어간 게 2019년 그리고 교방에서 4년을 있다가 이동한 상태입니다. 제가 교방 초등학교를 좀 소개를 드리면 기획되지 않은 학교고요. 마산 시내에서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라서 선생님들이 선호하지 않는 학교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튕겨서 오시는 선생님들이 대다수고 아니면 집 가까워서 오는 선생님들이 대다수였던 학교에 갔습니다. 제가 가게 된 이유는 호기심이었습니다. 2019년 당시에도 행복학교(경남형 혁신학교)로 지정되었지만 온전하게 자리잡은 행복학교라고 할 수 없었고 소수 선생님들이 프로젝트 수업 등 한두 가지씩 시도해보는 상태, 다모임이 운영되었지만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했고 갈등과 싸움이 잦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 교방은 선생님들이 성장할 수 있는 학교라고 말할 수 있거든요. 제가 그걸 만든 건 아니지만 그 속에 많은 선생님들과 이 혁신학교를 만들어 가면서 우리는 어떻게 교사가 성장할 수 있는가를 고민했고 어떤 탁월한 교육과정을 만드는 학교가 아니었고 탁월한 교사는 어떻게 발현되는가를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교사에 중점을 두고 혁신학교를 만들어 간 학교에서 4년을 생활했습니다.

그렇군요. 지금 나와 계시는데 멀리 있어야 더 정확하게 보이잖아요. 나와서 보니까 어떠신가요?

제가 지금 있는 학교도 혁신학교인데 결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제가 아까 말씀드렸던 탁월한 교육과정과 탁월한 교사의 발현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지금 현재 학교는 탁월한 교육과정에 좀 집중하는 학교 같거든요.
근데 제가 이제 나와서 보고 올해는 또 학습 연구년을 하면서 여러 학교를 같이 보다 보니까 정답이 있는 건 아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교사의 탁월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훨씬 더 유의미한 일이지 않나라는 것이 현재 저의 생각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그런 결론을 내리셨을까요?

그러니까 탁월한 교육과정에 좀 중점을 두다 보면 교사가 동원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생님들이 소진되는 거죠. 우리가 이런 멋진 걸 해야 하면서 교사들은 당연히 나의 의지나 철학과 맞지 않더라도 탁월함을 위해서 갈아 넣는 것들이 교사의 일반적인 성향들이고 그 과정 속에서 유의미한 의미를 발견하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게 탁월한 교육과정을 추진하다 보면 학교가 엄청 바쁘게 돌아가거든요.


그 상황 속에 성찰도 없고 해석도 없어서 1년 지나고 나면 나는 뭐 했나 약간 이런 자괴감에 빠져서 선생님들이 학교를 떠나시기도 하고, 저도 새로운 학교에서 교방에서 유의미한 것들을 어떻게 찾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학교를 옮겼음에도 좀 버거운 것이 사실이었고 이게 맞다 틀리다라고 할 수 없지만 제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교사가 어떻게 탁월해지지에 초점을 두는 것이 이러한 실천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 같다라는 잠정적인 결론입니다.

네 저도 매우 오랫동안 한 학교에서 10몇 년을 혁신학교를 했어요. 아까 말씀하신 지속 가능성의 측면에서 보자면 교사 중심이 더 지속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라고 결론을 내리셨다고 했는데 교사 중심이라고 할 때 교사의 개별성을 모두 담는 공동체는 사실 실현 불가능하잖아요. 그러니까 교사 중심은 매우 유동적이어서 변화에 취약하고 그러다 보니까 합의의 기초가 오르락내리락 하고 어떨 때는 무너지기도 하고 그래서 어느 것이 그래도 지속 가능할까 생각을 해봤고 계속 의문이었는데 그 관점에서 보셨다니까 그렇게 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팀리더십의 핵심은 사람이다.
네 그러면 제가 질문 드린 내용 중심으로 말씀을 나눠보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이 공동체 리더십의 선순환 과정을 아까도 얘기했던 안착시키는 노력을 하고 계시는데 가장 영향력이 큰 요소는 어떤 것일까요?

이것도 고민을 좀 해봤는데 결국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사람은 공동체 리더십의 구성원이 되는 리더 교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바로 와서 내가 리더 교사다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런 리더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그러한 리더 교사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학교 문화가 필요하다라는 것이 제 답변이거든요.


이게 참 딜레마예요. 그렇죠. 문화가 먼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네 저희도 그런 얘기를 한번 한 적이 있어요. 리더 교사는 과연 발견되는 것인가 길러지는 것인가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이것도 닭이 면저냐 달걀이 먼저냐인데 저희끼리 하는 얘기는 결국 발견되는 게 맞는 것 같다. 환경이 주어지면 교사가 발현하는데 그 환경이란 도전할 수 있고 큰 틀을 볼 수 있는 사람이 큰 틀을 이야기하는 것을 경청할 수 있는 그러한 문화가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그런 요소들은 다 존재한다고 보는데 교사들이 대부분 안 그러려고 하거든요. 리더십을 받아들이는 거에 대해서 상처받은 기억들이 많은지 그렇지만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여주는 문화가 가장 중요하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그 문화를 만드는 것도 결국 사람이기도 하고요


교사들의 가장 큰 문제가 개인주의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거든요. 근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교사가 개인주의다라고 말하는 것도 개인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교사 개인의 의존적인 성향도 교사 개인의 잘못이고 교실에서 안 나오고 전학공 안 하려는 것도 교사 개인의 성향이다로 몰아가는 말이라는 생각이 좀 들더라고요. 그게 아니라 교사는 고립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는 문화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교사를 이렇게 고립하게끔 선택하게 하는 어떤 우리 학교 저변에 깔린 문화가 존재한다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의지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것에 책임을 지게 되었을 때의 교사들이 가지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이 공동체가 전혀 해소하지 못하니까 그걸 해소해 줄 수 있는 곳에 의탁하게끔 하는 그런 기저가 작용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교사 개인의 성향이 이렇게 책임 안 지려고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안의 공동체가 교사의 두려움을 낮출 수 있는 문화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리더나 그러한 걸 좀 잘해줄 수 있는 선생님 옆에 의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뼈아픈 현실을 보고 있습니다.


학교만의 특성이나 문화라고 봤을 때 교직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특성과 구분하기 힘들잖아요. 이런 특성이 학교만의 특성인지 교직 전반에 걸쳐 있는 일반적인 특성인지는 어떻게 구분하세요?

지금 말씀드린 건 교직 전반에 걸쳐진 거라는 생각이 들고요. 학교마다 지금 현재의 학교 문화를 얼마나 어떻게 진단하고 공동체가 그거를 해소하기 위해서 소통하는가에 따라서 색깔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라는 그겁니다. 학교에 따라 학군이 좋네 이런 이야기들을 하시면서 핑곗거리로 삼는, 우리는 학군 영향이라서 이런 거 굳이 답을 찾지 않아도 돼. 해소할 생각이 없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좀 듭니다. 그래서 교직 전반적인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 해소하기 위한 노력에서 그 고유의 학교문화가 좀 발현될 수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사진3-1.jpg 주간 더불어숲 모임
의논하면 해결할 수 있다.
교방에 여러 학습 구조가 있더라고요. 학습 모임에서 사다리 타기가 매우 신선하기는 했는데 진행하는 과정에 챙겨야 될 것이 있잖아요. 사다리 타기 앱을 여는 사람도 있어야 되고 시키는 사람도 있어야 되고 그러면 되게 번거로워서 빼먹게 되거나 그러지 않나요? 몇 년간 하셨어요?

사다리 타기가 들어간 게 2022년이거든요. 돌이켜 보면 2022년의 학습 구조가 제가 경험한 4년 중에 제일 멋진 황금의 해였다고 생각하는데 그때 사다리 타기를 진짜 우연히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그냥 차를 먹으면 좋겠다 해서 한 선생님이 그냥 시키셨는데 교장 선생님이 이거 그냥 내가 내겠다 하신 거예요. 그러니까 시키신 선생님이 그렇게는 안 된다라고 하시면서 그냥 오늘은 사다리 타기로 한번 해보죠. 이렇게 된 거에서 시작이 됐는데 처음에는 그냥 우리끼리 약간 즐거움, 약간 로또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이 사다리 타기가 우리가 동료로서 만나는 걸 넘어서 삶을 좀 공유하는 공동체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는 그때 시작했고 우리가 이 의미를 아니까 중요하게 생각해서 1년 동안 잘 운영을 했는데 그다음에는 이게 의미가 만약에 달라지면 안 해야 되는 거잖아요. 근데 지금도 잘하고 계시더라고요.

저도 안 그래도 그걸 물었어요. 이거 번거롭고 할 사람이 없으면 운영이 좀 어렵지 않냐 누군가의 업무가 돼버리면 안 하는 게 맞지 않냐 라고 물으니까 선생님들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우리가 그때 할 때는 매주 그냥 음료를 취합하는 일을 제안하신 선생님이 기꺼이 다 하셨거든요. 근데 이제는 회의록을 작성하는 공유 문서에 표를 만들어 놓고 차를 쓰는 거예요. 근데 메뉴가 매주 달라지는 게 아니라 그냥 써놓고 내가 바꾸고 싶으면 거기 들어가서 바꾸는 거예요. 그리고 안 바꾸면 그냥 매주 같은 음료를 먹는 거죠.
이제 그렇게 운영을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사실 별일 아닌 일이지만 저희가 제일 힘들었던 게 메뉴 취합하는 일이었는데 그렇게 해결을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누구 아이디어냐고 물으니 그냥 얘기하다가 이게 잡무가 안 되려면 어떻게 해야지 한 거에서 결과가 나왔다. 그것도 결국 공동체의 지혜였던 것 같고요. 이게 공동체 유지를 위한 유희 요소로 들어왔는데 현재는 잘 운영하고 있지만 내년에 누군가의 부담이 된다면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과감히 없애도 된다. 이건 그냥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렇죠 과감히 없애죠. 없애고 다른 뭔가를 만드는 게 낫지 없애지 않으면서 누구 때문에 누구 때문에 왜 이런 걸 해가지고 이렇게 하는 순간!

그런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맞아요. 네 맞습니다 오늘도 그런 얘기를 했는데요. 우리가 이유 없이 무의미하게 마치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하고 있는 것들이 있거든요. 저는 의미가 없다면, 우리가 거기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없다면 과감히 없애는 것이 오히려 새로운 성장을 위한 방안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육과정은 실천의 축적이다.

선생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공립학교에 전통이 어디 있어 그죠? 공립학교는 공공성이 최우선이잖아요. 그러면 현재성이죠. 그리고 기반은 국가 교육과정이니 전통은 국가교육과정에서 찾아야겠죠. 속 시원하게 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세 번째 질문인데 교육과정 리더십의 근간을 역사성에 두고 계세요. 전년도 교육과정 둘러보는 시간이 있고 그거를 이제 수정 보완하는 시간이 있고 내 걸로 안착시키는 시간이 있는데 이 과정은 학습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매우 어렵습니다. 사실 국가 교육과정이 개정되고 거기에다가 이제 지금 실질적으로 민주시민 교육이니 더 두드러져야 되는 그런 교육이 있고 그럴 때 그것을 수정 보완하는 작업을 개인이 혼자 하는 것도 어려울 것 같고 이 작업을 어떻게 했을까요?

그러니까 역사성이라는 것을 저는 수정 보완을 넘어선 해석이라고 보거든요. 그러니까 교방의 교육과정은 크게 두 개가 나오는데요. 초반에 주는 건 철학만 줍니다. 비전과 철학, 그리고 1년을 살아온 뒤에 교사의 내가 이 교육과정을 이렇게 해석해서 이렇게 우리가 실천을 했습니다라는 성찰문을 담은 게 2월에 나오는 교육 과정이거든요. 새로운 구성원이 와서 보게 되는 건 이 두 개의 교육 과정인데 이 앞에 것을 수정 보완하는 게 아니라 참고죠.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이 철학과 비전을 이렇게 해석해서 이렇게 재미나게 살았고 이렇게 성찰했구나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또 재미있게 살지에 대한 질문이 저는 그 교육 과정이라고 보는 거죠. 그래서 기존의 것을 수정 보완하는 게 아니라 선생님의 해석에 따라서 그 공동체가 어우러져 그걸 실천하는 것이 교방의 교육과정인 겁니다.


그래서 과거의 것을 과거의 것은 말 그대로 참고만 되는 거지 이게 작년에 좋았다면 우리 여기서 사용할 수 있어요. 근데 이걸 그대로 전통을 유지, 기존에 해왔던 교육 과정을 우리의 철학에 맞게 수정 보완하는 범위는 아니다 라는 거고요. 그래서 중요한 것은 그냥 수정 보완이 아니라 해석이다. 교육과정의 역사성은 해석이고 그러니까 해석이기 때문에 많은 여백과 틈이 존재하는데 그 틈과 여백을 교사 개인의 철학과 그리고 시대 변화 아이들의 특성이 다 들어갈 수 있는 거죠. 그래서 학교의 교육철학을 현재의 구성원과 함께 현재에 맞게 해석하고 또 그 해석의 여백을 교사가 채워가며 실천하는 것, 그리고 실천을 돌아보며 성찰하여 나름의 철학적 의미를 찾는 것이 순환되는 것이 교육과정 리더십의 역사성입니다.


학교 교육과정 학년 교육과정 교사 교육과정 학급 교육과정 여러 유형이 있잖아요.
실물이 뭘로 존재하죠?

교방에는 다른 우리가 모여 함께 빛나는 학교라는 철학 비전이 존재하고요. 학년군별로 몇 년간의 교육과정이 의미하는 게 뭔지를 우리가 굉장히 숙고했고 거기서 건져 올린 철학이 환대, 공존, 민주시민이라는 철학입니다 선생님들께 환대, 민주시민만 던져지는 거예요. 그러면 1학년은 환대를 우리는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고민하자. 우리는 환대를 교육과정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그걸 1년 동안 선생님들이 전학공에서 고민해 가시면서 프로젝트 수업도 하시고 학년 교육과정 운영하시고 그 학년 교육과정의 큰 프로젝트 안에서 교사는 개인의 학급에서 철학을 또 새롭게 구현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거든요. 교육과정을 어떤 문건으로 받지 않아요 처음에는 계획서를 받지 않는 거죠. 쉽게 이야기하면 그리고 그 전체 과정을 담은 최종 교육과정 아까 말씀드린 2월에 서사의 형태로 선생님들이 성찰문을 써서 내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니까 문건으로 확실하게 존재하는 거 어떤 보기 좋은 표로 존재하는 건 한 장짜리 환대 공존 민주시민밖에 없고요. 어떤 학년 교육과정은 어린이상 이런 거 쓰잖아요. 그런 게 아예 교방에는 문건은 존재하지 않고 최종 2월에 교사의 철학을 풀어낸 성찰문이 남습니다. 물론 앞에는 프로젝트 수업을 했던 큰 틀들은 존재해요. 학년 교육과정에서 그거는 몇 장 되지 않고 그 뒤에 선생님들의 에세이가 붙습니다. 우리가 보는 교육과정입니다.


보통 교육과정 안에 들어가야 할 여러 가지 표라든지 있잖아요. 창체에다 반영해야 될 거 뭐 이런 것들 교육청에 보고해야 될 것 이런 것들은 어디에 기록되죠?

그거는 정보 공시, 진도표나 이런 것들, 파일만 제출하는 용도의 결재 문서만 갖고 실질적으로 법적 문서 에 대한 간소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더 자유롭게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게 교사의 탁월성을 키우는 방안이라고 저희끼리는 이야기한 거죠. 답습하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계획에 발목 잡히지 않고 실천하고 그걸 해석해서 기록한다. 그것이 교방에서 이야기하는 역사성이고 저는 후불제 교육과정이라는 말로 표현을 하는데 양재욱 교장 선생님은 역사성으로 표현을 하십니다.

초등학교의 기억이 삶의 밑자락이 되기를
네 마지막 질문입니다. 학교는 학생을 위해서 존재하죠. 교사는 학생을 성장이든 존재든 어쨌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어떻게 판단할까요?
교방에서의 6년을 보내고 나면 아이들이 성장이든 긍정적 변화든 보이는 것이 있을까요? 저는 지금 학교 폭력을 담당하고 있어요. 학교 폭력 건수의 저하라든지 이런 가시적인 성과가 있으신가요?

이런 이야기는 합니다. 선생님들이 행복학교에 오래 있었던 애들이 산만하다 자유롭다 말이 많다 이런 얘기들을 하세요. 그러니까 일반 학교에서 오신 선생님들도 다른 데보다 훨씬 애들이 자기 얘기를 잘 한다 이런 얘기를 하시는데 모르겠습니다. 관점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고 저는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그런 걸 떠나서 그러니까 제가 졸업시켰던 애들도 중학교 가면 다시 학폭에 연루된다든가 이런 이야기들을 사실 저도 들어요. 그러면 우리 과거에 했던 6년의 것이 이 아이에게 아무 의미가 없는가라는 고민이 들 때도 있었는데 그냥 저희 생각은 그렇습니다. 인간이 긴 시간 동안 살아감에 있어서 존재의 인정 그다음에 협력의 즐거움을 맛본 시간이 무의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결국 지금 당장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더라도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과정 그리고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이것이 하나의 손난로는 될 수 있지 않을까 굉장히 추운 바깥 환경에서 호주머니 넣으니까 따뜻했다.
그러한 기억이 그 아이에게 손난로는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우리가 이 교육을 봐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 당장 성과가 안 나타나고 당장 다른 학교에 비해서 학폭이 더 많은데 행복학교 진짜 의미 있어 이렇게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그래 이거 행복학교의 일 아무 의미 없는 거 아니야 어차피 중학교 가면 시험 다 치잖아 이거 뭐 우리 이런다고 소용 있어라고 자괴감 섞인 이야기들도 많이 하는데, 그냥 인간의 긴 삶 속에서 이 6년을 봐야하지 않나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사진5-2.jpg 교방초등학교 두권의 교육과정, 2월에 나오는 수업, 평가, 생활교육의 성찰과 해석을 담은 더불어숲과 학교 비전과 철학, 법정 시수, 학사일정 등을 포함하는 교육과정


리더십 영향력의 비밀은?
공립학교라서 부딪치는 문제인 것 같아요. 각종 지침이 있고 한편으로 팀 리더십이라고 할 때 그 팀에 속하는 사람들은 무작위잖아요. 교사 자격증이 있다는 거 외에는 아무런 기준이 없는 구성원이 정한 의견이 절차적 합리성을 가진 결론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학교에서 혹시 그런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거나 그들만의 리그로 여기거나 하는 그런 구성원은 없었나요?

당연히 있거든요. 그러니까 어차피 답정너 아니냐라는 이야기들을 하시죠. 학교 사이즈가 교방은 36학급 정도 되는 좀 큰 규모의 사이즈니까 전체 다 모임도 있지만 이제 대부분의 결정이 부장 다 모임, 더불어숲다 모임 안에서 이루어지거든요. 그래서 이 안에서 그냥 무조건 결정된다가 아니라 모두의 의견을 우리는 경청한다라는 의미로 만들어낸 게 구글 문서고요. 그래서 사전에 안건을 올리고 학년에서 그걸 충분히 논의하셔서 학년의 의견을 적기도 하고 교사 개인의 의견을 적기도 합니다. 형식상은 부장 다 모임이지만 모든 교사에게 다 열려 있다. 언제든지 오시라 이런 메시지는 당연히 드리고 있고 그런 과정 속에서 결정이 되거든요.

그러니까 항상 공유되고 있고 일부 소수가 결정하는 걸 우리가 왜 따라야 하는가에 대한 불평불만을 희석시키는 방안으로서 구글 문서를 많이 활용하고 있고 그리고 되게 첨예한 문제들 예를 들면 업무 재구조화라든가 그런 것들은 이제 부장 다모임에서 의견을 취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체 다 모이면서 이야기할 시간을 가진다던가 하는 시스템으로 하고 있고요. 여기서의 기본적인 결정은 다수결이 아니고 합의고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듣고 불편한 의견까지 수용해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학교 철학에 비춰서 이 방향이 맞지만 모두가 원하지 않는다면 이 방향을 우리는 접어야 된다. 이러한 것들이 어느 정도는 합의되어 있는 상황인 것 같아요.


선생님이 생각하는 리더십을 영향력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부분의 영향력이 가장 효과를 발휘한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생각하는 리더십의 요소는 크게 두 개인 것 같아요. 하나는 큰 틀을 볼 줄 아는, 구조를 볼 줄 아는 능력인 거죠. 그러니까 현재 상황을 진단해서 어느 요소가 필요한지 어떤 부분이 우리가 부족한지를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이 들고 그다음에 두 번째는 좀 뭐랄까요?

우리 우스갯소리로 가스라이팅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그러니까 선생님들에게 격려하고 잘할 수 있다 선생님 도전해 보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라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말과 태도, 두 가지가 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이 두 가지를 다 가진 사람은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공동체 리더도 공동체가 되어야 되고 팀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라는 생각이 있어요. 그런 가스라이팅을 잘하시는 분이 있고 또 구조를 잘 보시는 분이 있거든요. 이러한 팀들이 잘 이루어져야 학교가 여러 군데에서 흔들림 없이, 좀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고 잘 굴러갈 수 있는 것이 된다라는 생각입니다.


떠나오신 지 지금 2년 됐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교장 선생님도 바뀌고 교방은 그 후에 잘 유지가 되고 있다고 하나요?

혁신학교 특징이기도 한데 나갔다 다시 들어가시는 분들이 좀 있잖아요. 귀신이라고 부르는데 그분들의 구심력이 그 책에도 아마 나올 것 같아요. 저희가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구회들은 귀신들이 모여 있기도 하고 이제 새로운 선생님들이 거기 들어와서 귀신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전해 듣는데 그러한 것들이 조금 삐걱거리기는 해서 매일 매년 걱정하세요. 올해는 좀 힘들 것 같은데 하는데 또 지나고 나면 올해는 너무 괜찮았어 이렇게 얘기를 하시고 항상 걱정은 하시지만 결과적으로는 되게 우리는 잘 하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던져주십니다. 그래서 외부에 있는 저는 그 학교가 잘 되는 것이 너무 기쁜 사람이 되었고 그것이 오히려 이제 학교를 자꾸 이끄는 구심력이 됩니다. 저는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사실 별로 없거든요. 근데 연구회는 계속 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학교가 잘 됐으면 좋겠고 이런 학교가 계속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렇군요. 선생님 경력에 비해서 매우 포괄적인 이야기를 아주 구체적으로 말씀을 해 주시는군요.
존경스럽습니다.

아니 아니에요. 저도 그 안에서 늘 배웠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되게 좁게 보는 것들을 어떻게 하면 크게 보고 그리고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과정 속에서 좀 더 구조를 성찰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네. 네 인터뷰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2024 겨울호 목차

1. 시론
2. 포럼&이슈
3. 특집
4. 수업 나누기 정보 더하기
5. 티처뷰
6. 전국NET소식
7. 이 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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