⑪ 도그 프렌들리(dog friendly) - 1
Are dogs welcome? Not especially.
지난 8월, 여름 휴가지를 베를린으로 정하고 책 몇 권을 뒤져봤다. 모노클 2016년 7~8월 호에는 위와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나는 '살기 좋은 도시 2위라더니(2016년 기준 1위는 도쿄) 개가 살기엔 별로인가 보다' 하고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두 달 후 베를린으로 떠났다.
막상 가본 베를린은 도그 프렌들리 도시였다. 아마도 모노클의 살기 좋은 도시 시리즈 베를린 편을 쓴 기자는 개의 출입을 금하는 식당과 마트의 규정이나, 이 도시의 '개 세금' 탓에 박한 점수를 준 것 같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베를린에서 개를 키우려면 한 마리당 연간 120유로, 두 마리 이상일 경우 180유로의 세금으로 내야 한다. 어찌 됐든 관광객인 내게 베를린의 사육 환경은 괜찮아 보였다.
베를린에서의 만 7일간 로컬 개들을 유심히 봤다. 녀석들은 유별날 정도로 온순했다. 덩치가 있던 작던, 짖는 법이 없다. 마트에서의 광경 몇 가지가 생각난다. 시내 어느 매장을 가든 개 한 두 마리가 입구 앞에 엎드려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줄에 묶인 것도 아닌데 녀석들은 열이면 열, 다들 앞 발을 모으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재밌는 게 이런 장면만 모아서 텀블러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도 있다 http://dogswaitinginberlin.tumblr.com/) 매장 앞을 떡하니 가로막고 있는 개들이 귀찮을 법도 한데, 베를리너들은 오히려 귀엽다는 반응이다. 이런 면면을 봤을 때 적어도 베를린은 도그 프렌플리 도시가 맞다.
한국 같았으면 당장 매장 문이 남아났을까. 우리 벤만 해도 생전에 방마다 문을 긁어놔서 멀쩡한 게 없었다. 마침 내 방문 끄트머리를 보니, 녀석이 할퀴어 놓은 자국이 눈에 들어온다.
아래는 직접 찍은 베를린 개들.
(2편 이어서)
벤과의 5600일 - 프롤로그
벤과의 5600일① 대낮의 실종
벤과의 5600일② 녀석의 간식들
벤과의 5600일③ 벤과의 러닝
벤과의 5600일④ 털 손질
벤과의 5600일⑤ 오줌 소탕작전
벤과의 5600일⑥ 사진 수집을 게을리한 개 주인의 푸념
벤과의 5600일⑦ 벤의 소리들
벤과의 5600일⑧ 개와 목줄
벤과의 5600일⑨ 타이오와의 만남
벤과의 5600일⑩ 타이오와의 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