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1일 허유민의 하루

다시 모이다

by 우주 작가

2033년 11월 21일 월요일.

허유민의 기록을 각색.



“어? 허유민 기자? 돌아왔네. 며칠 갑자기 쉰다더니… 괜찮아졌어?”


지옥 같은 곳에서 탈출하고 오랜만에 회사에 출근을 했다. 그런데 다들 내가 며칠 그냥 쉰 줄 알고 있었다. 내가 없어졌다는 사실에 대해 다들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혹시 최수영 선배는 어디 계실까요?”


“어? 집에 일이 생겨서 며칠 쉰다던데? 둘이 같이 쉬길래 나는 또 둘이 일이 생긴 준 알았지.”


뭐? 갑자기 휴가를… 아니야. 그 선배는 휴가를 잘 내지 않지. 그 사람이 휴가를 냈다면….


“저 죄송한데 최선배한테 연락 좀 해주시겠어요?”


“응? 허기자가 직접 하지? 왜? 둘이 싸웠어?”


“저희 그런 사이…. 아니다. 됐어요. 저 취재 좀 다녀올게요.”


“어딜 가는데?”


“미친놈 잡으러요!!”


나는 윗옷을 걸쳐 입고 바로 뛰어갔다. 왜 선배가 그곳에서 찾아보지 않았지.. 젠장. 선배 거긴 지금…


다시 차를 타고 지옥으로 갔다.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내가 본 지옥을 세상을 알려야 했다. 그런데 세상에 알리면 이제 되는 건가? 그런 괴물들…. 막을 수 있는 거겠지? 아니다. 그건 정부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나는 세상에 저 추악한 곳을 알려야 한다.

IB로 가는 길에 대리점에 들려 핸드폰을 다시 개통했다. 탈출하자마자 이것부터 해서 주위를 살폈어야 했는데 나도 정신이 너무 없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연락처가 모두 불러와지자 나는 선배한테 전화했다.


“여보세요? 허유민? 너 지금 어디야? 뭐야 너?”


“선배. 혹시 김지한네 회사에 있어요?”


“아니… 너 괜찮아? 너 지금 어딘데?”


“다시 그곳으로 가고 있어요. 어디서 만날까요?”


“넌 진짜 사람 걱정하게 해 놓고. 참 태연하다? 여기 회사 앞에 카페… 아니다. 좀 떨어진 곳에서 보자. 내가 위치 찍어줄게.”


“그래요. 내가 도착할 때쯤 다시 전화할게요.”


“너 진짜 괜찮은 거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하아…. 네 괜찮아요. 이따 봐요.”


선배는 거기서 대체 뭘 하고 있었을까? 그 선배 성격에 제대로 알아보기는 했을까? 아니다… 일단 가자. 가야 한다. 나는 차의 속도를 더 높였다.


.

.

.


“유민아!!”


카페에 들어가니 선배의 위치를 묻지 않아도 될 정도의 큰 소리로 선배가 나를 불렀다.


“선배…”


선배는 나를 안으려다가 멈칫하고 자기 머리만 슬쩍 긁었다.


“오랜만에 만나서 기쁜 건 알겠는데 해야 할 이야기가 많으니 일단 앉죠.”


“그… 그래.”


나는 커피를 시키고 자리에 앉아 선배에게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해줬다. 믿을 수 없는 그 이야기를 과연 그가 믿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그는 덤덤하게 들었다.


“좀 놀라운데?”


“꽤나 덤덤하게 반응하네요? 제 말이 안 믿기죠?


“아… 아냐. 그게 아니라. 그 꼬맹이들이 꽤나 진실에 가깝게 간 것 같아서.”


“꼬맹이들?”


“진짜 꼬맹이는 아니고. 저 회사에 대해서 조사하게 되면서 알게 된 사람들이 있어. 퇴사 클럽이라고. 웃긴 이름이긴 한데 회사의 퇴사자들을 찾는 모임이야.”


“퇴사자를 찾아요?”


“아 정확히 말하면…. 또 두서없이 말했네. 이 회사에서 몇 달 사이에 퇴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이상하게 이들의 행방이 묘연하데. 그래서 자신의 동료를 찾는 모임이라고 할 수 있어.”


“실종자… 라는 거죠? 실종자…. 그렇다면!!”


선배의 이야기를 들으니 뭔가 더 확실해졌다. 김지한이 임상실험을 시작했다면 대상자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 대상자가 회사 직원일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보통 무연고자를 대상으로 이런 짓을 할 텐데 김지한은 미친놈이라 그러고도 남을 것이다. 아니, 확신한다.


“정진우, 최가은, 김선준. 그리고 얼마 전에 들어온 강한수. 거기 멤버들이야. 강한수라는 놈은 좀 의심되는데 인사팀이고 본인도 최근 납득하기 어려운 임무들을 많이 받았나 봐.”


“납득하기 어렵다?”


“퇴사자의 짐을 치워야 한다거나. 퇴사처리가 매끄럽지 못하다거나. 일반 퇴사자랑 달랐다는 거지.”


“그럼… 역시…”


“이중에 정진우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랑 같은 부서에 있는 사람이 또 이상한 소리를 했데. 아영? 인가하는 여자인데 그 여자의 친구가 여기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고 갑자기 죽었다는 거야. 그런데 아무도 그 죽음에 대해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는 거지.”


“연구원?”


“그래서 아영이라는 사람이 몰래 연구소에 잠입했는데 그때 괴물 같은 녀석을 봤다는 거야. 마치 유민 기자가 말하는 것처럼.”


“괴물을 본 사람이 있다고요? 그 사람 만나봤어요?”


“어제 만났어. 아영이라는 사람은 그들을 만나기 싫어했는데 내가 잘 설득해서 만났어.”


“선배가 설득을요?”


“왜 이래. 나 무시하지 마. 여하튼 아영이라는 여자를 만났어. 그 여자가 죽은 친구한테서 지금 하는 연구에 대해 들은 게 있다는 거야.”


“뭐라고 했어요?”


“김지한이 추구하는 연구는 사실 허무맹랑한 것이었데. 생각해봐 사람의 수명을 늘리는 게 이렇게 쉽게 될 리가 있겠어? 하지만 김지한 특유의 이빨로 투자를 받았던 거고. 여하튼 그것까지는 좋은데 언제부터인가 연구가 이상한 방향으로 갔다더군. 아영도 그거에 대해 자세히 들은 것은 아니지만 신체의 일부를 지나치게 강화하는 방향이었어. 아영의 친구… 그래 지혜였지. 지혜는 아영과 가끔 만나서 말없이 울기만 했었데. 자신이 지금 하는 연구가 비윤리적인 부분이 있었다…라고만 말했다더라.”


“쥐와 개, 그리고 사람까지 실험을 하기 시작했으니…. 그럴 수 있겠네요.”


“그리고 이건… 정말 조심해야 하는 것인데…. 잠깐 더 가까이 와봐.”


선배가 나에게 손짓을 했다. 나는 선배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갔다. 선배는 속상이듯 말했다.


“나라에서 이 연구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더라.”


“그건 다 아는 이야기 아니에요?”


“아니. 신체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 내 생각에는 진짜 이 연구는 인체 병기 같은 것을 만들려는 게 아닐…까? 사실 이건 내 생각이라기보다는 우리 클럽의 결론이었어.”


“병기? 저 괴물들을 일부러 만든 거라고요?”


“목소리 좀 낮춰. 저런 괴물까지 정부에서 생각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묵인이라는 게 있을 수 있다는 거지. 그래서 김지한이 저렇게 대담하게 행동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거지.”


“거기 있는 사람들이 그런 결론까지 도달했다는 거죠? 직접 본 것도 없고. 증언을 통해 추론한 것일 텐데 대단하네요.”


“그러게 말이야. 어제까지만 해도 정말 상상력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유민 기자의 말을 들으니… 좀 무섭네.”


“ 그 사람들을 만나야겠어요.”


“뭐? 지금 우리의 생각이 사실이라면 이제 그들은 손을 떼야하는 게 맞아. 이건 너무 위험해.”


“이런 결론까지 나왔는데 그 사람들이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아…. 아닌가?”


“그보다 김지한….”


“대체 무슨 생각일까? 이런 대담한 짓을 벌인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아.”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김지한에 대해 많이 조사했어요. 모든 것을 가지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었죠.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에 대해 말한 내용도 있었는데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아주 어릴 때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가 하나 있었다. 자기 장난감을 빼앗고 때리는 친구였다. 그 친구가 너무 미웠지만 자신은 힘이 없어서 결국 맞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장난감의 철사가 튀어나온 것을 봤다. 가지고 놀면 심하게 다칠 수 있는 것이었다. 어린 김지한은 그걸 친구에게 줬다. 친구는 가지고 놀았다. 그리고 그 친구는 상처를 입었다. 김지한은 그렇게 복수를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는 아니고 아무리 어릴 때지만 그렇게 행동했던 사실이 부끄럽고 그 친구에게 미안하다… 라는 내용의 인터뷰였어요. 그런데 정말 김지한은 미안했을까요? 그 철사는 왜 튀어나온 것일까요? 그리고 고작 철사인데 왜 심하게 다친 것일까요? 그의 말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요?”


“음… 어릴 때 이야기라 내가 지금 어떻게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


“제가 잠시 본 김지한은 끝을 알 수 없는 악의로 가득한 사람이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악의. 어쩌면 그는 고장 나고 위험한 장난감을 만들어 나라에 넘기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나는 제대로 마시지 못 한 커피를 바라봤다.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여하튼 그 사람들 만나게 해 주세요. 말만 들어볼게요. 정말 위험하면… 그들은 끼지 않게 할게요.”


선배는 한참 망설이다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마 퇴사 클럽 멤버 중 하나일 것이다.



.

.

.


저녁에 그들을 만났다. 나를 소개하고 그들을 소개받았다. 그리고 내 이야기를 그들에게 전했다.


“기자님.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하실 생각이세요?”


정진우라는 남자가 물었다.


“세상에 알려야죠. 그게 제 일이기도 하고요.”


차분하게 대답했다.


“기자님 이야기를 들으니까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네요. 세상에 알린다고 해도 만약 정부가 연관되어있다면….”


이번에는 최가은이라는 여자가 말했다.


“그래도 열심히 일하는 분들도 있어요. 언론이 보도하면 국민들이 분노하고, 정부는 그들을 외면할 수 없어요. 어떻게든 책임자를 만들거나, 아니면 이 사태를 해결하려고 할 거예요. 그건 걱정 말아요.”


“그냥 유진 님 만나고 싶었을 뿐인데…. 어떻게 하다 보니 일이 이렇게 커졌네요.”


선준이라는 남자의 반응이었다.


“사실!! 여러분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한수라는 남자가 갑자기 말을 했다. 이 사람… 인사팀이라고 했지?


“저희 팀장이 새로 왔는데 그 사람이 여러분을 감시하라며 저를 이곳으로 보냈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기 합류한 거고요.”


“이 새끼. 역시 이상하더라니.”


선배가 한수의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 나는 흥분한 선배를 진정시키려고 했다.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에요. 저를 가둔 것도 그렇고. 한수 님을 일부러 보낸 것도 그렇고. 회사는 우리를 압박하고 있어요. 여러분들은 이제 각자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어 주세요. 이후에는 저와 선배가 처리할게요. 여러분들 피해 안 입게 저희가 어떻게든 보호를…..”


“기자님. 한수 님의 말이 사실이라면 저희도 마냥 대기하고 있을 수는 없어요. 일은 벌어졌고, 저희는 아마 회사에서 잘리겠죠. 좋게 말하면 잘리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또 다른 실험 대상이 될 수 있는 거고요. 이제 이름 그대로 퇴사 클럽이 되었네요. 빠지라고 하지 말아 주세요. 적어도…. 저는 같이 도울 거예요.”


가은이 말했다. 그녀의 입은 떨리고 있었다. 분명 그녀도 무서울 테지만 그녀는 용기를 내고 있었다.


“제가 그때 가은 님한테 말을 걸지 않았다면 이럴 일도 없었겠죠. 저도 책임지겠습니다. 기자 님 돕게 해 주세요.”


이번에는 진우였다.


“에이씨. 다들 왜 이리 정의로운 거야. 좋아요. 저도 합니다. 기자님이 살아있는 것처럼 유진 님도 아직 잘 있을 수도 있고!”


선준이 손으로 자신의 볼을 치면서 말했다. 그에게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던 것 같다.


“다들 한마디 씩 하는 분위기네요? 어… 저도 이제 대안이 없네요. 우리 진짜 팀장님도 갑자기 퇴사를 하신 것도 이상하고. 알겠어요. 저도 합니다.”


한수의 말이었다.


“유민 기자. 아무래도 유민 기자도 퇴사 클럽 멤버가 된 거 같네? 이거 잘못 보도하면 우리도 잘리는 거니 맞기는 하네. “


선배가 어이없는 듯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일단 우리에게 시간이 없어요. 어떻게든 증거를 잡아서 빨리 이곳을 탈출하고 저는 회사를 통해 보도를 한다. 이게 작전이에요. 작전이라 할 것도 없고요.”


간단하다고는 했지만 분명 쉬운 길은 아니었다.


“필요한 건 연구실이에요. 그곳에 있는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부서 아영 님이고요.”


진우가 말했다. 내부 연구원을 설득하는 방법도 있지만 지금은 연구실에 잠입할 수 있는 아영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래요.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빨리 주무시고 내일 다시 만나요. 진우 님은 아영 님 꼭 불러와주세요. 기자님도 혹시 모르니 도와줄 수 있는 연구원을 확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임시 출입증 하나 만들어드릴게요.”


“고마워요. 가은 님. 그런데 그렇게 해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어차피 잘릴 건데요 뭐. 다들 내일 밥 든든히 먹고 와요. 내일은 긴 밤이 될 것 같아요!”


가은의 말처럼 내일은 우리에게 가장 긴 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내일을 기약하며 모임을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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