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막
2033년 11월 23일 수요일.
정진우의 기록을 각색.
또다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예전 같으면 그냥 무슨 일인가 했겠지만 이제는 불안했다. 유민이 보여준 영상 속의 놈들이 또 날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오늘은 사이렌 소리도 길었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나는 클럽 멤버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다들 괜찮아요?]
[우리는 괜찮아요. 기숙사는 어떤 상황이에요?]
유민이 먼저 내 메시지를 읽었다. 기숙사에서는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밖에 나가지 말라는 지시였다.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서 웅성거리기는 했으나 그들은 크게 동요한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방에서 나와 한수와 선준에게 가려고 했지만 그때, 다시 한번 방송이 나오면서 아예 방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여태까지 하고는 확실히 달랐다. 무슨 큰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새벽 12시 30분. 이대로 잠들면 모든 사태가 끝나 있을 수도 있다. 나는 침대에 누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처음 입사부터 지금까지 고작 20여 일 지났을 뿐인데 나에게는 20년과도 같은 세월이었다.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회사에 들어와 친해진 사람이 많았지만 이런 식으로 친해지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겨우 들어온 회사인데 그냥 모든 것을 외면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도 있었겠지만 이젠 되돌릴 수가 없게 되었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소은이의 연락이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대화한지도 어느새 열흘 이상이 되었다. 그동안 그녀에게 계속 메시지를 보냈지만 그녀의 대답은 없었다. 그래서 나도 언젠가부터 그녀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알량한 내 자존심 때문이었다.
“여보세요? 소은아. 잘 있었어?”
“오빠. 너무 늦은 시간에 전화했지? 자고 있었어?”
오랜만에 소은이의 목소리를 들으니 좋았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그동안 서운했던 모든 감정이 바로 사라졌다.
“아냐. 이제 퇴근하고 씻고 누워있었어.”
“열심히 일하네. 우리 오빠.”
“너는 잘 지냈어? 많이 바빴지?”
“나 얼마 전에 넣은 회사 서류 합격했어.”
“진짜? 와 너무 다행이다. 진짜 잘 됐다. 어디야? 면접은 언제 본데?”
“내가 항상 가고 싶다고 말하던 거기야. 다음 주에 면접이고.”
“와 너무 자랑스럽다. 소은아. 거기면 내 친구들도 다니는데 면접 관련해서 뭐 물어보는지 알아봐 줄까?”
“아니…. 그럴 필요는 없을 거 같아. 말이라도 고마워.”
“진짜 다행이다. 면접 분명히 잘 볼 수 있을 거야. 너무 걱정 말아!”
“그래…. 오빠도 회사에서 잘 지내는 거 맞지? 일 때문에 혼나지는 않고?”
“어…. 잘 지내고 있어. 좋은 회사 동료들도 만나고. 일도 함께 잘…. 하고 있어.”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상상도 못 한 일이라서 문제지.
“응 다행이다. 다행이야….”
소은이는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응 너 면접 보면 우리 보자. 오빠가 맛있는 거 사줄게!”
부디 안전하게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아냐. 오빠. 우리 서로 잘 지내고 있어서 다행이야.”
“응? 무슨 말이야? 우리 이제 봐야지.”
“하아…. 그냥 얼굴 보고 말하는 게 좋을 거 같기는 한데…. 그냥 우리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각자 생각 좀 해보자.”
그녀의 말에 심장이 덜컹했다. 왜? 무슨 말이야? 소은아?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잘 지냈잖아? 고작 20여 일 잠깐 떨어져 지냈고. 내가 너한테 무슨 실수한 것 있어?”
“그냥…. 인 것 같아. 오빠.”
“뭐?”
“사실 오빠가 좋았는데 언젠가부터 싫지도 좋지도 않아졌어. 예전엔 오빠를 엄청 의지했었어. 오빠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할 거라 생각했어. 그러다가 오빠가 취업 때문에 힘들어하고 오빠가 취업 준비한다고 나한테 소홀해지는 때가 있었어. 처음에는 오빠한테 집착도 하고 그랬는데 얼마 지나고 나니 그냥 잘 지내 지더라. 이제 오빠가 취업하고 내가 취준을 하는 상황에서도 오빠 없이 그냥 난 잘 지내고 있더라….”
“소은아…. 그게 무슨 소리야.”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래서 내가 그냥이라고 한 거야. 세상에 대단한 이유가 있는 만남과 이별은 없는 것 같아.”
“무슨…. 그냥 네가 요즘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런 것 같아. 오늘은 좀 쉬고 나중에 너 면접 보고 다시 연락할게. 서로 마주 보고 다시 이야기해보자.”
“그래…. 그럼 그러자. 면접 보고 다시 연락할게. 나도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이상한 소리를 한 것 같네.”
“아니야…. 일단 자자. 연락할게.”
“그래.”
소은이와의 전화가 끝나고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갑자기 얘가 왜 이러는 거야? 이런 식으로 헤어지자고 말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때, 다시 한번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이윽고 ‘쾅’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놀라서 창 밖을 바라봤다. 저 멀리 어디선가 연기가 보였다. 연구실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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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3년 11월 23일 수요일.
최가은의 기록을 각색.
내 룸메이트인 서우는 무서워하고 있었다. 그녀는 소리에 꽤나 예민한 타입이었다. 나는 그녀를 달랬다. 오랜만에 그녀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며 그녀의 긴장을 최대한 풀려고 노력했다. 겨우 그녀가 달래 졌을 무렵, 다시 한번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이번에는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까지 들렸다. 밖을 확인하니 연구실 쪽에서 불이 나고 있었다. 서우는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녀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서우와 조금 떨어진 다음에 유민에게 전화했다.
“기자님? 지금 연구실 쪽에서….”
“저도 봤어요. 아까 만났던 연구원한테 전화했는데 안 받네요.”
“기자님. 그러면 기사는 혹시 보내셨어요?”
“기사는 못 쓰고 내용 대충 담고 영상 첨부해서 선배 기자들한테 뿌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인터넷이 안 되네요. 아! 수영 선배한테 그 연구원이 전화 온 것 같아요. 제가 나중에 연락할게요.”
유민은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인터넷이 안 된다고? 나도 혹시나 싶어서 인터넷이 되는지 확인했지만 터지지 않았다. 연구실 쪽에서 일이 생겼다면 분명히 유민이 말한 놈들과 관련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어쩌면 놈들이 연구실을 탈출해서 이곳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을 수도 있다. 그 결과 통신망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통신이 안 터지는 것은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여기가 고립된 섬도 아니고…. 이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해결될 일이었다.
그때 또다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이번에는 우리 기숙사 쪽이었다. 곧이어 기숙사 안내 방송이 나왔다.
“알려드립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과 같이 각자의 방에서 절대 나오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만약 복도에 계신 분들은 지금 즉시 방으로 돌아가시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안내드립니다….”
대체 무슨 일이지? 나는 여자 기숙사에 살고 있는 다른 동료들에게 연락했다. 대부분 방 안에 있다는 평범한 소식을 전했는데 기숙사 2층에 있는 유정이 이상한 말을 전했다.
“가은 님? 지금 10층은 문제없지? 여기 좀 이상해 밖에서 이상한 비명 소리가 들려. 윽…. 지금도 났어. 비명 소리가 일정하지 않아. 좀 이상해. 우리 괜찮은 거지?”
유정은 다급한 말투로 물었다. 비명 소리? 어쩌면 놈들이 이곳으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었다.
“유정 님. 일단 방송 나온 것처럼 밖에 나오시지 마시고요. 혹시 모르니 문 앞을 좀 막아두세요.”
“가은아, 우리 회사에 이상한 소문이 있는 거 나 알고 있어… 설마 그건 아니겠지?”
그러고 보니 유정은 전에 내가 본 것을 모두 잊으라는 이상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유정도 뭔가 알고 있던 것인가? 아니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일단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해주세요.”
“응 알았어요, 아… 누가 문을 두드려. 안돼 안돼. 문 열지 마. 하영 님. 절 대 열지…. 문 열지 마요! 제발!”
유정이 아까보다 더 다급하게 누군가에게 말했다. 유정의 룸메이트가 문을 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유정 님! 지금 막아야 해요! 문 절대 열지 마요!!”
“하아……가…. 가은 님… 저게 대체 뭐예요?”
“네?”
수화기 너머로 유정이 긴박하게 숨을 쉬는 소리와 함께 저 멀리 누구의 괴음이 들렸다. 이윽고 유정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하영 님 도망쳐요!! 아아아……하영 님!!!!”
“유정 님? 유정 님? 괜찮아요?”
“살려줘… 가은 님… 나 살려줘…. 아아아 아악”
순식간에 유정의 비명소리와 함께 무언가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으으’라는 이상한 소음도 같이 들렸다. 유민의 영상 속에서 봤던 놈들의 소리가 분명했다. 하영과 유정이 순식간에 당한 것이 분명했다. 나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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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3년 11월 23일 수요일.
장유호의 기록을 각색.
아수라장. 연구실의 지금 모습을 설명하는 데는 이보다 더 적절한 단어가 없었다. 이곳은 순식간에 지옥이 되었다.
어제는 오랜만에 일찍 퇴근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너무 오랜만에 퇴근을 해서 그런지 지갑을 놓고 연구실을 나와버렸다. 숙소에 들어가 잠을 자려고 할 때야 겨우 내가 지갑을 두고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 옷이나 대충 입고 연구실로 들어갔다.
연구실 앞에는 인사팀 직원과 전에 본 언론사 기자들이 있었다. 전부터 우리 대표에 대해 조사를 한다더니 아마 그 때문인 것 같았다. 아무리 봐도 수상했지만 신경 안 쓰기로 했다. 이 망할 회사 곧 때려치울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연구실로 들어가는데 하윤이 출입금지구역에서 나오는 것을 봤다. 하윤은 나를 보자마자 놀란 눈치였다. 아까 입구에서 본 기자들의 행동과 하윤의 지금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뭐 대충 어떤 일인지는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이 망할 회사 곧 때려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내 자리로 돌아가 냉장고에 넣어둔 이온음료를 마셨다. 하도 회사에 오래 있어서 그런지 이 망할 연구실이 숙소보다 편했다. 어째 더 짜증이 났다. 이 망할 회사 곧 때려치워야지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 같았다.
그러는 사이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내가 잠에서 깰 수 있었던 것은 사이렌 소리 때문이었다. 사이렌 소리는 평소보다 길었다. 출입금지구역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했다. 보안팀 요원들이 서둘로 출동하는 소리가 복도에서 들렸다. 어떻게든 도망가야 했다. 나는 주위를 살피며 서둘러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갔다. 연구실 곳곳에서 비명소리와 총소리가 들렸다. 연구실의 불은 나가버렸고 어둠이 찾아왔다. 어쩌지 하고 있는데 하윤과 다시 눈이 마주쳤다.
“하윤 님.”
하윤에게 조그만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유호 님. 어…..”
“쉿. 오늘은 평소보다 심각한 것 같은데 무슨 일이에요?”
“그…. 그게 갑자기 지하 4층의 모든 문이 열렸습니다.”
“문이요? 갑자기 그게 왜요? 아니, 그보다 그럼 실험체들이 모두 탈출했다는?”
“유호 님. 지금 당장 나가셔야 합니다. 이제 아침이 되면 여기는 완전히 난리가 날 것입니다.”
“아까 그 기자들 때문에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하윤은 크게 놀랐다.
“어…. 알고 계셨어요?”
“에이씨, 조용히 퇴사하고 싶었는데 이게 뭐야. 일단 여기서 도망가죠. 아직 지하에 실험체들이 있는 것 아닌가요? 우리는 1층으로 가서 조용히 사라지면 됩니다.”
하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왔다. 겨우 문 밖으로 나오자 우리는 지옥이 될 뻔한 장소에서 탈출한 것에 대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일단 숙소로 돌아가죠.”
나는 하윤과 함께 숙소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연구실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다. 고개를 둘러보니 연구실 1층에서 불이 나고 있었다.
“저게 뭐죠?”
무슨 일인가 싶어 자세히 보려고 하는데 불길 사이로 실험체들이 뛰어나오는 것을 봤다. 이런 미친.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야 했다.
“하윤 님 도망쳐요!!”
나와 하윤은 미친 듯이 달렸다. 다행히 실험체들은 우리를 쫓아오지 않고 있었다. 다만 그들은 여자 기숙사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윤 님. 아침부터 난리 난다고 했었죠?”
“하아 하아…. 이런 젠장.”
“그냥 이미 망한 것 같은데요?”
나는 하윤을 쳐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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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3년 11월 23일 수요일.
허유민의 기록을 각색.
가은의 메시지를 통해 현재 여자 기숙사에 놈들이 쳐들어왔다는 것을 알았다. 갑자기 놈들은 어떻게 밖으로 나온 것일까? 아까 폭발음은 무엇이었을까?
밤새 가은에게 연락하며 여자 기숙사의 상황을 주시했다. 수영 선배는 차를 타고 이미 서울에 있는 우리 회사로 가고 있었다. 수영 선배는 나도 같이 갈 것을 권했지만 나는 여기 남아있는 사람들이 걱정이 되었기에 이곳에 잠시 남기로 했다. 그들에 대한 의리로 이곳에 남았지만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특히 가은이 걱정되었다. 그녀가 잘 버틸 수 있을까?
아침이 겨우 다 되어서야 인근 경찰들이 도착했다. 하지만 지금 사태를 경찰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들은 지금 사태를 단순히 미친 사람들의 난동 정도로만 보고 있었다. 겨우 3명 정도의 경찰로는 해결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특공대를 데려오거나 군대를 데려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수영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수영 선배를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직 운전 중인 건가? 아니면 회사에 도착해서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있는 건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일단 기다려보는 수밖에….
차에 앉아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놈들은 여자 기숙사 외에는 아직 다른 곳을 공격하지 않은 듯했다. 회사에서 아주 큰일이 났는데 이상할 정도로 고요한 아침이 되었다. 가은의 말에 따르면 지금 여자 기숙사 안은 지옥이 펼쳐지고 있는데 세상은 너무 여유로워 보였다.
진우는 계속 나와 가은에게 전화를 하며 안부를 묻고 있었다. 그에 비해 선준은 계속 연락이 안 되었다. 이 사람은 유진 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인가?
대수롭지 않게 회사로 진입했던 경찰들의 소식도 전해지지 않았다. 계속 차에만 있으려고 하니 미칠 것 같았다. 나는 차에서 계속 가은과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똑똑’
누군가 노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회사 사람인가? 김지한이 보낸 사람인가? 놀라서 옆을 돌아보니 창문 너무로 선준의 얼굴이 보였다. 사실 더 놀랄 일이었다. 김선준이 왜 여기 있는 거지?
“뭐예요? 기숙사에 있는 것 아니었어요?”
나는 창문을 내리고 그에게 물었다.
“허유민 기자님. 잠시 나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선준의 말투는 지금까지 하고는 조금 달랐다. 느낌 탓인가?
“뭐죠?”
나는 차에서 내려 선준과 마주했다.
“상황이 조금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일단 저희 회사에는 지원 요청을 해둔 상태입니다.”
선준이 말했다. 근데 회사라니?
“회사요? 아 보안팀 사람들을 더 부른 건가요?”
“아뇨. 휴우… 정식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김선준이 아닙니다.”
“무…무슨?”
“저는 국정원 요원 김현준이라고 합니다. 유민 기자님 이전에 김지한과 IB, 그리고 이곳에서 자행되는 실험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선준… 아니 현준… 아니 선준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처음에 나는 그가 나에게 장난을 하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다음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지금 그의 정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기자님의 자료를 들고 가던 최수영 씨께서 방금 사망하셨습니다.”
지금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비해 오늘 아침은 너무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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