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업이 되어가는 이야기
'뜨친'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으세요?
바로 <뜨개친구>, 함께 뜨개를 하는 친구를 뜻한다고 합니다.
뜨친과 함께 뜨개를 하는 것은 "함뜨", 바로 <함께 뜨기> 로 뜨개인 사이에서는 굉장히 많이 사용하는 단어더라구요.
전 뜨친도 없고 함뜨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오로지 함께 뜨개를 했던 사람은 나의 엄마 뿐.
저의 가장 좋은 뜨개 파트너는 엄마였어요. 바람도 마음도 선득해지는 계절이 오면 뜨개거리를 잡고 소파에 앉아 트로트를 흥얼거리던 엄마와 나. 군고구마가 있으면 좋고 달달한 믹스커피가 있으면 더 좋은 풍경이죠.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그렇게 마주앉아 뜨개를 했습니다. 아직도 제 휴대폰 속에는 마지막 함께 뜨던 그 장면이 생생하게 남아있죠.
3년 전 이맘때 엄마는 뜨고 있던 스웨터를 마저 완성하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굵은 줄무늬 가디건으로 몸판은 거의 완성! 소매 한쪽만 떠서 이으면 되는 거였는데. 네, 미처 완성을 하지 못하셨네요.
저도 섣불리 그 스웨터를 이어나가질 못하겠어요. 잘못하다가 풀리면 어쩌지? 한올한올마다 엄마가 있는 것 같아서 차마 잇지 못합니다. 흑.
언젠가 뜨개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일이 있었는데 그 때 생각났던게 엄마 스웨터였어요.
꼭 이걸로 찍어두고 싶어서 살살살 바늘을 넣었습니다.
아마도 이 스웨터는 영영 잇지 못할거예요. 잊지도 못할거구요.
매년 이 달이 오면 이 스웨터를 꺼내봅니다.
히히. 엄마와 함께 뜨개하던 그 때는 제가 이걸 업으로 삼게 될 줄은 몰랐어요.
나의 가장 좋은 뜨개 파트너, 엄마에게 함께 나누던 취미로 더 멋지게 성장한 저를 보여주고 싶어요.
엄마 지켜봐주세요. :)
지금까지의 이야기, 역주행하기
직업인들의 뜨는 취미생활
오늘 쌓인 스트레스, 지금 뜨면서 풀어요
땡스 thnx는 과정을 즐기는 뜨개를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