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ch a feelings coming over me.
There is wonder in most everything I see.♪
오후 5시 10분. 침대에 누워 핸드폰 하기엔 너무나 아까운 시간. 디랜다와 나는 무작정 밖으로 나섰다. 5분도 걸리지 않아 당도한 곳은 해운대. 빨간색 BIFF 부스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부산국제영화제 보러 왔으니 사진은 남겨줘야 하지 않겠냐며, 우린 BIFF 포토존에 서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몰라도 해운대는 예상외로 조용하고 아늑했다. 잔잔한 파도 소리가 귓가에 끊임없이 들려오고 눈에서는 은빛 물결이 끊임없이 일렁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해변에 앉아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거나 가벼운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바다를 보며 걸은 게 얼마 만인지….’
신발 위로 부드럽게 흩어지는 모래알이 좋아 제자리에 서서 오른발 끝을 가볍게 올렸다가 내려보았다. 신발 안에 모래알이 들어가도 전혀 성가시지 않았다. 푹신한 모랫바닥 위를 걷고 있으니 내 기분도 말랑말랑해지는 듯했다. 밀려오는 바닷물을 피해 뒷걸음질하다 얕은 바닷물에 손을 슬며시 담가봤다. 제법 차가운 기운이 손끝을 맴돌았다. 뒤돌아서서 디랜다와 같이 길을 마저 걸었다. 붉게 물든 도시가 예뻐 디랜다와 나는 쉴 새 없이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디랜다가 갑자기 내 옆에 오더니 나를 툭툭 쳤다. 찍어달라고 하는 건가?
“저기 봐봐.”
“와아….”
연보라색과 분홍빛이 온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색감이 어찌나 예쁘고 부드러운지 꼭 수채물감으로 하늘을 옅게 칠한 것 같았다. 여태까지 많은 노을을 봐왔지만, 이렇게 예쁜 분홍 노을을 본 적이 있나 싶었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똑같이 봐오던 노을인데 말이지.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해두고 싶어서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같이 여행을 다니는데 너무 혼자 상념에 사로잡힌 건 아닌지 미안함이 몰려와 디랜다에게 말을 걸었다. 어떤 얘길 하며 걸어 다녔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부분 쓸데없는 말장난으로 한바탕 크게 웃으며 걸어 다닌 건 분명했다. 디랜다는 지금 이 풍경과 어울릴만한 노래가 생각났다며 노래 틀어도 괜찮겠냐고 물어봤다.
Such a feelings coming over me~. 맑고 잔잔한 기타 소리와 함께 편안하고 나긋한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일요일 늦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 노랠 들으면 참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Something in the wind~ ”
나는 작은 목소리로 노래 리듬 따라 흥얼거렸다. 디랜다도 노래에 맞춰 고개를 끄덕거렸다. 여행 중 음악 듣는 것도 꽤 멋진 일이라며 나도 다음번 여행엔 음악 선곡을 꾸리고 떠나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 근데 많이 듣던 노랜데?”
“응. 많이 들었을 거야.”
나는 디랜다에게 노래 제목을 물어보고 곧장 그 자리에 서서 노랠 추가 했다. 노래 제목은 Naomi&Goro의 Top Of The World.
‘오늘 잠들기 전에 한 번 더 들어봐야지.’
나는 분홍빛으로 물든 해운대 풍경을 바라보며, 더 이상 어디 가지 않아도 된다고, 이번 여행은 해운대 노을 하나로 충분히 다 보낸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뚜벅이 셋이서 부산여행, 2박 3일 여행기
DAY 1: 부산역 - 해동용궁사 - 숙소 – 해운대 노을 – 해운대 원조 할매 국밥 - 가방 정리 - 영화의 전당& '아틱'관람 - 숙소
DAY 2: 문텐로드&미포 철길 - 모루 식당 - 초키 만남 - 흰여울 문화마을&절영해안산책로 - 깡통시장&자갈치시장- 숙소
DAY 3: 조식 - 용두산공원&부산타워 - 중구 기사식당 - 초량 이바구길 - 명성 횟집&백구당&구 백제병원(핸즈 브라운 카페) - 부산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