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타고 부산 가는 날

초조한 디랜다

by Mihye
예매할 때, 나는 “5호 차 6C, D 어때?”로 끝인데, 디랜다는 멀미하는지, 순방향인지, 창가 자리가 좋은지 등 조건을 물어봤다. 역시, 예상대로 디랜다는 세심한 아이였다.
기차 타면 제일 좋아하는 일. 나는 베이지와 연노랑 빛으로 물든 들판과 푸른 숲이 어우러진 경치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스으으-달칵. 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열차는 출발했다. 디랜다와 나는 오늘 드디어 떠나긴 떠난다며, 매우 들떠 있었다. 우린 서로 약속이나 한 듯, 각자 지루함을 달래 줄 물건을 꺼냈다. 나는 붉은 벽돌색 무지 노트와 스케치할, 연필 한 자루를, 디랜다는 남색과 비리디안 색상이 깔끔히 들어간 작은 디자인 관련 책을 꺼냈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서로의 책과 노트를 구경하다가, 본격적인 수다를 할 마냥, 책을 내려놓고 조곤조곤 서로의 근황을 말하기 시작했다. 커피도 다 마셔가고, 이야기할 거리도 없어진 우리는 자연스레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난 잠도 안 오고 뭐 할까 하다 턱 괸 채 창밖을 바라보았다. 날씨가 흐리고 어두워서 한바탕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인데 비 올 것 같다니, 날씨 운 없다, 망했다 싶다가도 날씨가 무슨 상관이냐면서 여행이나 잘 즐기고 오자고, 혼자 속으로 되뇌고 있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갑자기 도착 지연 안내방송이 나왔다. 금방 출발할 줄 알았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꽤 길어진다. 10분, 20분, 30분…. 시간이 흘러갈수록 디랜다는 스마트폰 속 시계를 자꾸만 보며 불안해했다.

“영화 한 시에 시작인데. 어떡하지?”

“일단 부산에 도착해봐야 알지 않아?”

“그러게... 그냥 취소하고 너랑 같이 해동용궁사 갈까?”

나야 어찌 됐든 상관없지만, 디랜다가 영화제로 하루는 보내고 싶어 했던 게 마음에 걸렸다. 똑같은 말을 나에게 물어보는 걸 보니, 영화 못 보면 디랜다가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아, 디랜다 보고, 되든 안 되든 일단 영화관에 가보라고 이야기를 했다. 운 좋으면, 일찍 도착하거나 딱 맞게 입장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 열차는 잠시 후 마지막 역인 부산역에 도착합니다.’

드디어 부산에 도착했다. 출발할 때 날씨와는 다르게, 부산은 햇빛도 쨍쨍하고 날씨도 선선해서 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개찰구로 올라가는데 왼편으로 바다와 선박이 많이 보인다. 부산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열차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바다 풍경과 도시 풍경은 이국적이다고 생각했다. 여유롭게 움직이고 싶건만, 초조한 디랜다를 보니, 아무래도 개찰구를 나서자마자 전철역을 향해 뛰어야겠다 생각했다. 급할 때 꼭 안 보이는 것처럼, 개찰구에 나왔는데 전철 타는 곳이 안 보인다. 표지판은 분명 이쪽을 가리키고 있는데, 1, 2층 모두 전철 플랫폼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급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지나가던 행인에게 전철 타는 곳을 물어봤다. 행인의 손끝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엎어지면 닿을 거리에 바로 전철역 입구가 있다. 나가 볼 생각을 도대체 왜 못 했는지, 어이없음에 나와 디랜다는 서로를 보며 헛웃음을 터트릴 뿐이었다.





뚜벅이 셋이서 부산여행, 2박 3일 여행기

DAY 1: 부산역 - 해동용궁사 - 숙소 해운대 노을해운대 원조 할매 국밥 - 가방 정리 - 영화의 전당& '아틱'관람 - 숙소

DAY 2: 문텐로드&미포 철길 - 모루 식당 - 초키 만남 - 흰여울 문화마을&절영해안산책로 - 깡통시장&자갈치시장- 숙소

DAY 3: 조식 - 용두산공원&부산타워 - 중구 기사식당 - 초량 이바구길 - 명성 횟집&백구당&구 백제병원(핸즈 브라운 카페) - 부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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