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였나. 유명한 빵집 성심당에서 무화과 시루가 나온다는 대대적인 홍보물을 본 적 있고...
(이미지 출처) 성심당 SNS
그럼에도 나는 무화과를 돈 주고 사 먹어 본 적이 없다.
누군가 마른 무화과를 주면 모를까 생 무화과는 한두 번 먹어본 기억 밖에 없다.
무른 식감과 내 맛도, 네 맛도 아닌 애매모호한 맛 때문이기도 하다. 오히려 마른 무화과에서는 단맛이 난다.
그럼에도 무화과에 자꾸 눈길에 가는 이유는, 아빠다.
빼짝 마르신 몸으로 봄이면 모를 심고, 여름이면 약을 치고, 가을이면 추수를 해야 했던 아빠는, 낭만이라곤 1도 없는 분이었다. 오히려 성마른 성격이라 자주 큰소리를 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더운 여름 한낮 낮잠을 주무실라치면 꼭 전축을 틀어 트로트 가요를 들으셨다. 마당에서 소일거리를 할 때도 마찬가지. 집안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볼륨을 높이고 노래를 들으셨다.
송대관, 현철, 주현미, 김지애 등등.
당시 내로라하는 트로트 가수들의 모음곡이었다. 더 신기한 것은 우리 집에 전축이 있었다는 것! 안방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넙죽하고 새까만 전축은, 뚜껑을 열어 LP판을 끼워 넣고 Play 버튼을 누르면 뱅글뱅글 두세 바퀴 돌다가 이내 그 간드러진 트로트 음악을 쏟아냈다.
어린 내가 그 노래들의 가사를 다 외울 정도로 아빠는 노래를 듣고 또 들으셨다. 아마 아빠의 노동요였던 듯. 그래서 무화과 과일을 보면 가수 김지애가 부른 <몰래한 사랑>이 떠오른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당시 여자로선 하기 힘든 쇼트커트를 하고, 무스나 스프레이로 한치의 움직임이 없도록 고정한 그녀의 머리스타일은 노래를 부를 때마다 조명을 받아 매끄럽고 힘 있어 보였다. 그래서 여느 여자 가수들의 여리함과는 달리 강인하고 강단 있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