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뚜르드몽블랑일주(8) 보나티산장에서 라풀리
오늘은 또다시 국경을 넘는 날이다. 9일전 스위스 제네바로 입국하자마자 프랑스 샤모니로 버스로 이동한 후 ‘걸어서’ 이탈리아를 통과해 스위스로 가고 있다. 섬과 마찬가지인 반도국에서 온 나로서는 특별한 경험이다.
여기서 국경을 넘는다는 건 큰 고개를 넘는 일이다.(ㅠㅠ) 오늘은 페레고개라는 2,537미터의 고개를 넘어가야 한다. 산 하나 넘어가는 것이어도, 나라가 바뀌니 아마 분위기가 많이 다를 것이다. 처음엔 ‘유럽은 다 비슷하구나’ 했는데, 겪어보니 많이 달랐다. 큰 산이 가로막고 있다는 것 하나로 라이프스타일이 꽤 다르다는 게 신기하다. 아, 화폐도 바뀐다!
큰 오르막이 있는 날이니 느림보 팀은 아주 일찍 출발해야 한다. 6시 15분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7시에 출발했다. 다들 어제 토요일밤을 불살랐으니 이 시간에 움직이는 건 우리밖에 없다. 마지막 이탈리아 산장이여, 안녕. 많이 그리울 예정이야…산장밥….
일찍 출발하는 자의 행운- 일출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작년 네팔에서 일출의 찰나에만 볼 수 있는 불타오르는 안나푸르나가 떠오르는- 아름다운 몽블랑의 붉은 일출!
일찍 출발했지만 한참을 멈춰 볼수 밖에 없는 환상적인 순간이다. 금새 몽블랑의 빙하는 하얀색을 드러낸다.
우리가 일찍 출발한 또다른 이유는, 어제 우릴 기다린 장군이네를 따라잡기 위해서다. 페레고개 전에 있는 엘레나산장에서 비박을 했다는 장군이네와 페레고개에서 만나 라풀리까지 가기로 했다. 문제는 우리의 속도. 결국 페레고개에서 장군이네는 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미안…ㅠㅠ)
내리막과 오르막과 수많은 양보(?)와 오르막을 거쳐- 점심쯤에야 페레고개에 도착했다. 저 멀리 익숙한 남매의 모습이 보인다. 고작 며칠 마주친 누나들을 장군이가 저 멀리서 알아보고 달려와 반겨주니 이 감정 무엇…ㅠ 장군이 누나도, 하루못봤다고 이리 반가울 일인가. 고개 정상에서 점심을 먹으며 한참을 까르륵댔다.
이제 스위스다.
저 내리막 끝 라풀리에 오늘 우리 숙소가 있다. 끝없는 산군을 보면서 내려가는 길에서 다들 한번씩 멈추고 사진을 찍는다. 오르막에서는 잘 없는 여유다.ㅎㅎ 구름낀 하늘이 나름 멋있다.
하지만, 역시 내리막은 쉬워보여도 오르막보다 몸에 더 큰 부담을 준다. 오늘 내리막도 한도 끝도 없다. 한시쯤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다섯시에야 라풀리에 도착했다. 중간에 찻길이 나오길래 버스가 있으면 타고싶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오늘도 역시 쌩 걸음으로 코스를 마무리한다. 무릎아!! 미아내!!
라풀리에서 호수마을 샹펙스까지는 스위스 마을들을 거쳐 가는 도로인지라, 보통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우리는 라풀리에서 하루 묵고 내일 샹펙스로 버스를 타고 간 후 걷기로 했는데, 장군이네는 오늘 버스를 타고 샹펙스로 바로 간단다. 저녁을 함께 먹고 배웅해주기로 했다.
우리는 숙소에 짐을 푸는 사이 장군이네는 버스를 알아본 후, 마을의 슈퍼마켓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마을은 성수기를 끝낸 작은 관광마을이라 한산한 느낌. 일요일 저녁이니 주말 나들이객도 다 돌아간 모양이다.
식당을 찾는데, 문을 연 곳이 별로 없다. 마침 비가 후두둑 떨어져 아무 열린 곳엘 들어갔다. 큰 특징없는 관광지역 식당같아 보였는데 피자가 생각보다 맛있었다. 그냥 걷고나서 먹는 거라 그런가.ㅎㅎ
장군이 누나는 장군이 뺨치게 귀여운 구석이 많다. 그저께도 그 큰 피자 한판을 다 먹고 오늘도 커다란 피자를 시켜 허겁지겁 먹으면서 한다는 말이 ‘나 원래 피자 안좋아해요’. ...이 언니 뭐야 하면서 한참을 웃었다.
남매를 버스 태워 보내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알고보니 우리가 숙소에 퐁듀 저녁을 예약해두었더라고…ㅋㅋ 헐, 저녁 두끼.. 다 먹을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무색하게 다 순삭…
늘 우리는 이야기하지- 다 먹을까봐 걱정이라고... 그래도 몽블랑에선 이렇게 안먹으면 근손실온다구요. 네네.
그런데, 이 집 퐁듀가 치즈도 짜고 막판에 좀 질리는 걸 보면- 우리도 맛없는 게 있긴 하다구. 이탈리아를 떠난게 실감나는 순간.
숙소는 음식솜씨가 그럭저럭이고 쪼금 낡긴 했는데, 이 비수기에 우릴 재워준 것 만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이 집도 곧 휴가에 들어가는 분위기. 우리외에 1팀밖에 없다.
조금씩 비가 온다. 그것이 다음날의 복선인 것은 아직 몰랐지. 내일은 애써 챙겨온 비옷을 한번 써먹으려나 하고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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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뚜르드몽블랑 일주 트레킹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