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뚜르드몽블랑일주(7) 꾸르마예르에서 보나티산장
이제 우리의 TMB도 후반전으로 접어들었다. 내내 멋진 TMB지만 이곳에도 클라이막스가 있다면 오늘이 될 것이다. 바로 일곱번째날의 루트 -꾸르마예르에서 보나티산장까지 가는 '몽 드 라 삭스 Mont de la Saxe' 혹은 ‘그랑조라스’ 능선 길- 은 ‘뚜르드몽블랑 최고의 트레일', '천상의 능선’으로 알려져있다. 두근두근 기대만땅! 상냥한 호텔주인의 정성스러운 아침을 깨알같이 챙겨먹고 기분좋게 숙소를 나섰다.
호텔의 위치가 루트에서 좀 떨어져 있었는데, 호텔 주인분이 트레일로 바로 갈수 있는 길이 있다며 호텔 밖까지 나와서 방향을 알려줬다. 그의 친절함에 감복한 나머지 연신 감사의 리액션을 하고 돌아섰는데, 그가 가리킨 방향을 까먹어버렸.. 결국 한참을 험한 산길을 헤매고서야 TMB길을 찾을 수 있었다.
베르토네산장까지는 경사가 꽤나 심한 오르막인데, 여기만 넘기면 보나티 산장까지 내내 천상의 능선이 이어진다고 했겠다. 숨이 꼬르륵 넘어갈때쯤 드디어 베르토네 산장이 등장했다.
토요일이라 가족, 친구단위로 많은 사람들이 산장을 찾아 소풍을 즐기고 있다.
“첫날과 비슷한 풍경이네...? 아, 주말! 벌써 TMB에서 일주일이 지났구나!”
수없는 산들이 저 아래 도시 꾸르마예르를 둘러싼 풍경을 보면서 호텔서 싸온 샌드위치와 콜라로 점심을 해결했다. 이 눈이 맑아지는 풍경과 체력소모덕에 TMB 점심은 늘 꿀맛이다.
점심을 다 먹고, 드디어 능선길로 나섰다. 길이 여러갈래길로 나뉘는데, 좀더 위로 올라가 걷는 능선과 베르토네 산장에서 그대로 평평하게 걷는 능선이 있는 것 같다. 별 고민 없이 평평한 능선으로 결정! 후후, 우리답다.
이제 본격적으로 몽드라삭스다!
너무 설레다보니- 너무 기대를 하면 실망하지 않을까? 살짝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분명히 말할수 있다.
이 길을 오는 그 누구든,
그 어떤 기대를 하더라도,
그 이상의 풍광을 보여줄 것이라고.
언니의 날씨운빨이 정말 좋은건지, 오늘도 여지없이 딥코발트블루 스카이에 샤이닝 써니데이다.
강렬한 유럽의 태양빛은 몽블랑 설산에 닿아 부서진다. 거대한 빙하가 흘러내리는 설산을 눈높이로 보면서 지척에서 평평한 능선을 걸어간다. 몽블랑이 생각보다 너무 가까워서 놀랐다. 오늘 내가 이런 장면을 볼 정도로 고생을 안한 것 같아 약간 머쓱할 지경.
그렇게 감개무량하다가도- 이 길을 오기 위해 7일간 고생한 것이란 생각에, 오늘은 그냥 걷기만 해서는 안될 것 같다.
남는건 사진밖에 없어!!!!
사진과 영상을 얼마나 찍고 또 찍었던지.
가던 길을 다시 돌아가서 몇 Take의 영상을 찍고, 파노라마로 찍고 가로로 찍고 세로로 찍고 아주 난리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제대로 나온 사진이 많지 않더라는..그날의 흥분상태를 알수 있는 흔적이다.
몽블랑 와서 가장 큰 사진파티를 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트레일에 사람들이 별로 없다. 아차 싶어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늘 묵을 산장까지 거의 평지라고 해서 마음을 너무 놓았던 걸까. 거리가 꽤나 멀다. 정말 가도가도 보이지 않는 보나티 산장...(ㅠㅠ)
화창한데다가 그늘이 많지 않아 덥기까지 하다. 오늘같이 호사스런 날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구나.
그래도 멋졌으니 이해합니다…존경합니다…
짜증이 치밀어 올라 깔딱깔딱할때쯤, 저 멀리 집이 보인다…! ㅠㅠ
도착해서 알았는데, 장군이네가 보나티산장 마당에서 우릴 한참을 기다렸었다고 한다. 여기서 잘 계획이 아니었어서 기다리다 떠났고, 결국 만나지 못했다. 하… 사진파티의 부작용.... 다시한번 미아내…
그런데, 이 보나티산장이 지금껏 묵었던 산장 클라쓰가 아니다.
몽드라삭스 능선 끝에 있으니 풍광은 말할것도 없고, 규모도 엄청 크고, 식당도 널찍+쾌적한데다, Bar까지 갖췄다. 2인용 방은 모든게 깔끔하고- 푸짐하고 맛있는 저녁은 화룡점정!
무려 이날이 이 산장의 시즌 마지막 날이었다.(우린 TMB행운의 아이콘) 마지막이라 그런지, 원래도 인기가 있는 곳인지, 저녁식사 시간은 주말 나들이객들로 북적북적 파티 수준이다. 스위스에서 휴가온 사람들 사이에서 젤 작은 몸집의 한국여자 둘이 우걱우걱 먹방을 찍었다.
화려한 풍경 다음엔 고생, 그다음엔 호강- 몽블랑은 역시 단짠단짠이로구나.
예쁘게 지는 석양까지 깨알같이 즐긴 후 우린 방으로 들어갔다. 나들이객들의 파티는 늦게까지 이어졌지만 우린 까무룩 꿀잠에 들었다.
#TMB일곱번째날 #꾸르마예르_보나티산장 #몽드라삭스 #그랑조라스 #쵝오의_능선길 #쵝오의_산장
2018 뚜르드몽블랑 일주 트레킹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