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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Nov 17. 2023

붕어빵 3개 2,000원이 비싼가요?



붕어빵을 싫어한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좋아하진 않는다. 팥을 먹을 때 입에 남는 껍질 식감이 싫기 때문이다. 붕어빵을 사면 팥이 들어가지 않은 꼬리를 떼어먹거나 아예 땅콩빵이나 계란빵을 다. 마흔을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붕어빵은 매력적인 간식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딸이 먹고 싶다고 하면 퇴근길에 여기저기를 헤매며 붕어빵을 사다 주곤 한다. 좋아하지도 않는 붕어빵을 들고 집으로 향하다 보면 문득 떠오르는 사람들다.



국민학교 때 친구들과 시장에 놀러 가면 횡단보도 옆 노상에서 땅콩빵과 붕어빵(당시는 국화빵)을 파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주변 친구들이 용돈을 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보니 붕어빵은 그림의 떡이었다.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아는 사람이 사서 먹고 한 개를 건네주기 바랐지만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참 거지같이 보낸 시간인데,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통통한 몸에 유난히 동그랗던 얼굴과 눈, 묵직하게 다문 입으로 말없이 만들다가 망가진 땅콩빵과 붕어빵을 건네준 아주머니 덕분이다.



퇴근길 두 딸에게 상납한 붕어빵 세 마리(이천 원)



다른 한 명은 도연이다. 도연이는 국민학교 동창인데, 통통한 몸에 유난히 동그랗던 얼굴과 눈, 묵직하게 다문 입으로 말수가 적은 순박한 아이였다. 하지만, 조용한 도연이가 불같이 화를  적이 있다. 도연이 닮은 아줌마를 봤다고 누가 물었는데, 도연이가 잔뜩 화를 내고 교실을 뛰쳐나갔다. 진위를 알  없었지만, 그 후로 다시는 비슷한 질문을 하는 일은 없었다. 노점에서 빵을 굽는 아주머니에게물을 필요가 없었다. 둘은 유난히 동그란 얼굴과 다문 입이 붕어빵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당시 우리 부모들은 대부분 공사 현장 잡부이거나 시장에서 채소나 생선을 내다 팔았는데, 도연이는 그게 싫었던 것 같다.



시간이 조금 지난 고등학교 때, 친구 몇 명과 군고구마를 팔았던 적이 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붕어빵 노점이 사라진 장소에서 장사를 했는데, 유동인구가 적어서 겨울 한 철만 장사하고 접었다. 결국 주유소에서 열심히 번 으로 샀던 드럼통과 재료들은 벼룩시장에 되팔았다. 반대편 버스 정거장 앞 어묵집은 늘 북적였는데, 우리 자리는 장사하기에 적절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후로도 여러 노점이 들어섰지만, 꾸준하게 장사하는 노점은 없었다.



며칠 전 붕어빵이 3개에 2,000원이나 된다는 뉴스를 접했다. 서민 간식이 너무 비싼 게 아니냐며 기자가 푸념 섞인 글을 썼다. 사실 나도 떡볶이나 짜장면, 새우깡이나 브라보콘 가격이 터무니없이 오를 때마다 라테는 얼마였는데를 읊조리는 꼰대이다. 하지만 붕어빵만은 가격이 올라도 대수롭지 않다. 심지어는 더 올랐으면 한다. 한 개에 천 원이든 이천 원이든 상관없다. 추운 겨울 노상에서  다문 입으로 건네주던 망가진 붕어빵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많이 쌀쌀한데, 붕어빵이 보일 때마다 도연이와 붕어빵 같았던 아주머니가 더욱 그리워진다.



* 취향에 따라 즐기세요


** 표지 : 심부름 중에 식욕을 참지 못하고 한 입 베어 물어서 절단된 붕어빵과 범인 (라라크루 호스트)



#라라크루 #갑분글감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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