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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당 Nov 29. 2021

남향집, 북향집, 동향집, 서향집

남향집, 북향집, 동향집, 서향집.


대개 남향집이 선호되지만, 저마다 나름의 장점이 있다. 동향집은 해가 일찍 들어 아침을 활기차게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좋고, 남향집은 계절별로 해가 적당히 들어 좋다. 심지어 북향집이라도 그 부침(浮沈) 없고 차분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 생각해 보면 '강남'의 많은 아파트도 북향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집은 서쪽으로 큼지막한 창문이 있는 서향집이다.


결혼 직후 살았던 두 군데의 집은 모두 남향이었는데, 빌라 지구 한복판에 위치하여 하루에 고작 한 시간 남짓 해가 들었다(그나마도 손바닥만큼이었지만). 빛을 좋아하던 우리 가족에게는 제법 힘든 시간이었는데, 다행히도 그 뒤로는 줄곧 막힘이 없는 서향집에 살며 지난 시간 동안 못 받았던 햇빛을 양껏 받았다.


쉬는 날의 그것보다 더 각별하게 느껴졌던, 일과 후 늦은 시간까지 집에 한가득 들이치던 햇빛. 선물처럼 날마다 달라지는 노을. 아마 이 기간 동안 내 마음속에 '서향집이 최고야'라던가 '아름다운 게 보이는 창(窓)이 좋아'와 같은 생각이 굳게 뿌리내렸으리라.


남고북저(南高北低)의 지형 탓인지, 남향에 대한 선호 때문인지 아쉽게도(?) 대다수의 북촌도시한옥은 남쪽이나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 이유로 서쪽으로 해를 잔뜩 받을 수 있는 필지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어떻게 인연이 닿아 그런 집을 구한 만큼 최대한 빛이 오래, 많이 들게 만들어 보고자 노력 중이다.


아참, 그리고 고양이도 확실히 서향집을 좋아한다.

빛이 들던 한 시간(2017), Pentax MX/Fuji Xtra 400(좌), 햇볕 부자 서향집(2019), Pentax MX/Fuji C200(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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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향집의 오후(2018), Pentax MX/Kodak Proimage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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