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디자인 미팅
드디어 창(窓)에 살이 그려졌다. 현실과 너무 강하게 타협했던 욕실은 다시 이상에 가까워졌고, 옷방은 적당한 넓이를 찾았으며, 대청에는 빠위의 화장실을 놓을 수 있는 장소가 생겼다.
본채와 별채의 내부를 연결하는 고양이용 통로는 단열 등의 문제로 우선은 포기하는 쪽으로 생각 중이다. 빠위가 정 별채에 가겠노라고 떼를 쓰면 가슴 줄을 단단히 묶고, 두터운 옷감으로 칭칭 감싼 채 잽싸게 뛰어가야지. 적응되면 이것 또한 모두에게 나름 재미있는 일상이 될 거라 믿는다.
문제가 있다면 기둥과 기둥 사이의 길이가 일치하지 않는 입면(立面)이 있다는 것. 기껏 예쁜 문양의 창호를 끼워놨더니 간격의 차이가 부각되어 외려 덜 정돈되어 보이는 것도 같고, 그렇다고 살을 아예 없애자니 허전하고 재미가 없다. 아마 고심 끝에 결심을 하고 나면 그때는 또 현관과의 조화가 문제가 되겠지. 어쩌면 현관문이 정말 필요할지부터 고민해봐야 할지도 모른다.
집안의 동선에 마당을 어떻게 포함시킬지도 고민이다. 마당과 실내 공간 사이에 괴리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고, 동선에 자연스레 포함되어 즐거운 마음으로 자주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느덧 11월이다. 공사 시작까지 시간이 아주 많이 남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하루가 다르게 높아져만 가는 금리와(대체 왜 하필 지금) 언제 어떻게 또 생겨날지 모르는 대출 규제, 많이 비싸졌다고 하는 공사비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조여 오지만, 모두 닥쳐서 다시 고민하기로 한다.
그저 오늘에 충실하자고 다짐하는 매일.
2021.10.20. 가구 가전 사이즈 조사
2021.10.22. 두 번째 디자인 미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