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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가특별한교육 Aug 23. 2023

교권 붕괴와 학부모 갑질 사태,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시론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일부 학부모의 갑질, 그리고 초등 교원의 자살로 이어진 이 비극을 보면서 많은 이들은 충격을 받았다. 교사들은 그 대상이 내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주말에도 집회를 연달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복합적 속성을 지닌다. 우선 그 본질은 아동학대금지법의 남용에 있다. 이 법은 정인이 사건과 같이 부모에 의해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가정 폭력 문제를 해소하려는 것이 취지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교원을 옥죄이는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신고를 했지만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도 신고자가 처벌을 받지 않으며, 즉시 교원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루어지고, 교원에게 직위해제 등의 즉각적인 조처가 이루어지다보니, 일부 학부모가 교사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기분이 상했을 때, 혹은 전략적으로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서, 또는 분노 해소 차원에서 이 법을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교원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부모의 세대적 특성도 작용했다. 80년대와 90년대 학부모의 경우, 팍팍한 시대를 거쳤으며, 권위주의보다는 민주주의를 경험한 세대로 볼 수 있다. 대입, 취업, 결혼과 육아, 주택 등 모든 것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사회를 향한 분노가 내면에 축적되기 시작했다. 자녀도 한명 정도인데, 그 과정에서 ‘우리 아이’보다는 ‘내 아이 우선' 관점을 가질 수 있다. 여기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인식하고, 그 과정에서 교사를 서비스의 제공자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 관점은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더욱 크게 작용했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일부 학부모가 교사를 대상으로 한 갑질로 이어졌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하나는 교육의 사법화와 입법화, 행정화 경향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항상 법과 규정이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에 정치가 작용을 한다. 교원의 정치적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한 시점에서 법과 제도를 만드는 국회의원들은 여론과 표를 의식한다. 교원의 표보다는 학부모의 표를 더 중요하게 인식을 할 수 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부작용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경시된다. 학교폭력의 경우, 엄벌주의가 점점 강해졌고, 그 과정에서 행정 절차는 까다로워졌다. 일부 학부모들은 과정상의 실수를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판 자체를 흔들기도 한다. 행정의 절차는 까다로워지고, 이 과정에서 교사의 에너지는 더욱 많이 들어간다. 가해자와 피해자 간 소통과 화해를 위한 회복의 장은 점점 축소되고, 행정의 요식과 절차는 커져간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교권침해 사항을 적는다고 해서, 그런 문제가 해결될까?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웹툰작가 주호민씨가 특수교사를 아동학대로 고발하였고, 이로 인해 교사가 직위해제 된 점으로 인해 그를 향한 사회적 비난이 높았다. 그는 변호사에게 아동학대 여부에 대해 자문을 받았고, 일은 커지게 되었다. 교사의 교육적 행위는 자녀를 매개로 부모의 해석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오해나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럴 때, 주호민씨는 왜 교사와 먼저 소통을 하지 않고,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을까?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변호사에게 학교폭력과 아동학대는 하나의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고, 그들의 개입과 진상 학부모의 결합은 학교와 교육청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물론, 최후의 보루로서 법과 제도는 필요하다. 제도가 우리를 보호하기도 하고, 경계를 형성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환원할 수 없는 교육의 고유한 속성이 있다. 



두 번째로는 교장과 교감의 역할과 학교의 교직문화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어떤 사안이 터졌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소통하고 중재하는 교장과 교감이 있는가하면, 나 몰라라 하면서 교사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권한만큼 책임이 주어지는 것인데, 책임은 안지면서, 권한은 행사하려고 한다. 교장과 교감은 여러 갈등 사안에 회피하지 않고, 정면승부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교장과 교감의 리더십의 격차와 편차 문제도 지금 학교는 심한 편이다. 현행 교장 임용과 연수 체제의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공동체 내 갈등 상황에서 회피하지 않고, 중재하고 화해를 이끌어낸 리더십이 발현된 사례는 차고 넘친다. 그 리더십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신임 교사나 경력이 적은 교사에게 고난도 업무나 담임 업무를 1년차에는 맡기지 않았던 전통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런 문화가 무너진 지 오래이다. 내가 아는 사례는 3년차 교사에게 학교에서 교무부장을 하라고 했단다. 경력 교사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경력 교사들도 버겁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문제 사안을 감당할 수 있는 내공이, 경력이 적은 교사에게는 아직 축적되지 않았을 수 있다. 기피학년, 기피업무를 기득권이 전혀 없는 교사에게 떠넘기고 보는 이른바 ‘덤터기’ 문화에 대해서도 성찰해야 한다. 이는 마치 베테랑 의사가 감기 환자를 진료하고, 인턴 의사에게 중환자 수술을 시키는 상황과 무엇이 다를까?     


세 번째로는 교육청의 역할이다.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교육청에서는 어떤 시스템이 작용을 할까? 불합리한 제도가 있다면 이에 대한 개선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어떤 사안이 터지면 교육청은 사안 보고를 받고, 감사에 착수할 뿐, 학교의 어려움을 ‘나 몰라라’ 할 때가 있다. 악성 민원이 발생하거나, 학교 공동체에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필요한 전문가들을 묶어서 함께 학교에 들어가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얼마나 있을까? 어떤 어려움을 겪는 교사가 교권보호센터에 전화를 하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을 얼마나 주었을까? 내 주변의 교사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으면서 교육청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담당자의 애매한 태도와 답변을 듣고는 별도로 변호사를 알아보는 상황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아동학대금지법으로 인해 신고가 되면 무조건 직위해제가 되어야 하는가? 모 교육감이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해 직위해제한 교사를 즉각 복직시켰다. 다행스럽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지만, 또 한편에서는 관행적으로 교사를 직위해제했던 그 간의 교육청 관행에 대해서 씁쓸했고, 법 개정 없이도 가능했던 일을 교육청에서는 그동안 왜 하지 않았는가에 관한 의문이 들었다.


네 번째로는 학부모와 교사의 연대와 협력이다. 


  진상 학부모에 대해서는 깨어있는 다수의 학부모가 견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학부모 개인이 민원을 제기하는 방식보다는 학부모회를 거쳐서 정제된 상태에서 공식적으로 학교장 내지는 교사회와 소통을 할 필요가 있다. 학부모회를 주관하는 학부모를 어떻게 믿느냐는 의구심도 있지만, 대다수의 학부모는 내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를 바라본다. 그러한 믿음이 학교민주주의와 학교자치를 성립하게 한다. 


  그동안 학부모 정책을 교육부와 교육청은 어떻게 펼쳤으며, 그들의 주체화 작업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학부모 교육은 과연 내실화 되었을까? 일상의 건강한 소통 구조를 어떻게 학교에서는 구축하고 확보할 것인가? 민원도 필요한 민원이 있고, 악성 민원이 있을 텐데, 대응 방식 역시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을 고민하지 않은 채, 학부모와 교사의 대립 내지는 차단 구도로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반복되거나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학부모 정책에 대한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큰 사고를 추적해보면 중간 규모의 사고와 사소한 작은 사고가 그 큰 사고의 전조로 수십 건, 수백 건이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에 나타난 일부 학부모의 갑질과 교권 붕괴는 그 전에 크고 작은 사건들이 학교와 교육청에 누적되어 있었다. 그것을 예민하게 감지하지 못했거나, 알면서도 넘어갔던 것이 큰 비극으로 이어졌다. 교육정책을 떠들어댔던 나부터 철저하게 반성한다. 


  당장 시급히 문제를 해결해야 할 법과 규정, 지침의 정비도 필요하다. 아동학대금지법의 남용을 막을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법과 제도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심각한 5% 정도의 사건에는 이러한 법과 제도가 적용되지만, 80-90%는 일상 소통의 문제이다. 행정과 법체계가 우리의 생활 세계를 마냥 침범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 오해를 사전에 불식시키고, 3주체의 소통 시스템을 통해 불만을 해소해야 한다. 공적 가치를 위해 때로는 나의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공동체성과 공공성, 자치의 철학과 가치, 문화를 지닌 학교로 규정할 수 있다. 과연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불과한 것인가? 그런 사례를 보여주는 학교가 우리 주변에 있지 않는가? 이 과제에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매거진 여름호 목차

여는 글_모두가 특별한 교육, 여름
1. 시론
2. 특집 : 학교 공동체를 살리는 교권
3. 학교이야기
4. 인터뷰_최이선 건축사
5. 책 이야기
6. 스케치_강원교육 평가와 전망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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