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Z팀장님이 버릇처럼
자주 하는 말이 하나 있다.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하나 배웠다"
일이 잘못되거나,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났을 때 하시는 말인데,
이슈가 발생해도 잘못한 사람을 찾아서 혼내기보다, 우선 수습하고 이번에도 또 하나 배웠다며, 모든 일이 수습되고 정리되어 정상 궤도에 다시 오른 뒤에야 회고하는 입장에서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더 잘하기 위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짚어보신다.
그러다 보니 이슈가 발생했을 때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고백하게 되었다.
이슈가 발생해도,
그래 이번에도 또 배우면 되지 하며
조금은 차분해진다.
아주 조금은.
그리고 더 놀라운 일이 있었다.
내 부사수 S가 사고를 쳤다.
사고가 난 것을 인지한 뒤, S사원은 자기가 얼마나 꼼꼼히 두 번 세 번 확인했었는지 나에게 보여줬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외주랑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했는지, 카톡도 메일도 보여주며 실수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 S에게 나는 이렇게 답했다.
"S야, 알고 있어. 우리 정말 두 번 세 번 확인했고, 커뮤니케이션도 꼼꼼히 했었어.
그런데, 사고가 이미 났잖아. 그러니까 지금 중요한 건 이 사고가 더 커지지 않게 여기서 정리하는 거야. 그게 먼저야."
그리고 그렇게 수습을 하고 나서, 며칠이 지난 후, 우리는 앞으로 개인톡으로 외주와 커뮤니케이션하지 않기를, 외주와 파일을 공유할 때는 파일 접근 권한을 더 꼼꼼하게
신경 쓰기로 약속했다.
지나고 이 일을 다시 생각해 보니
놀라운 지점이 많았다.
왜냐면, S사원의 억울해하던 표정이
나와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다, 사고가 나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내가 실수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했고 그래서 결국 누가 이 사고에 가장 큰 기여를 했는지 찾느라고 에너지를 다 소모했었다.
Z팀장님과 일한 덕에, 내가 바뀌었더라.
게다가 내 스타일로 그의 장점을 소화했다.
Z팀장님은 효율을 중시하는 사람이라, 그의 머릿속에서 사고가 났을 때의
우선순위는 1) 수습, 2) 다음에 같은 사고가 또 발생하지 않도록 배우기이다.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사고 수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비효율적이고 에너지 낭비이다.
그래서 궁금해하지도 묻지도 않으셨다.
나는 Z팀장님에게 배워서,
수습을 우선 시 하면서도
본디 억울한 것이 많고 불안함이 많았던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S사원을 달래는 형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었다.
괜찮다고. 정말 다 챙겼던 거 잘 알고 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사고라고. 더 치밀하게 잘해서 사고를 방지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그 억울함을 다 들으면서도,
우선순위가 수습임을 잊지 않았다.
그렇게 나도 따라서 말해본다.
"괜찮아,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하나 배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