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halo! Hawaii
Oh! My friend!
와이키키 MOKU 서핑샵의 영애언니를 따라 종종 North shore surf shop을 가곤 했다. 언니가 일하는 동안 나는 가게 옆 나무 벤치에 앉아 나만의 시간을 갖곤 했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빌려 간 책을 읽기도 하고, 노트북으로 하와이에 대해 끄적거려 보기도 했다. 그런 내게 먼저 말을 걸어 준 친구가 생겼다.
노스쇼어 서프샵에는 항상 먼저 말을 건네는 디션(deshawn)이 있다. 그는 언제나 가게 앞을 지키고 서서 오가는 손님을 맞았다. 165cm 정도 되는 키에 왜소한 몸매이지만 목청은 어찌나 좋은지, 쉴 새 없이 말하는 목소리가 가게 전체에 울려 퍼졌다. 한껏 톤이 높은 목소리에는 흑인 특유의 엑센트가 배어 있었다. 굉장히 빠르고 시끄럽게 거의 쏟아내듯이 말했다.
Welcome My Friend,
Beautiful Day, Happy Vacation, Wow.
쉬지 않고 연신 이어가는, 과장되지만 흥이 있는 그의 인사와 특유의 친화력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많은 관광객들을 만나서인지 첫눈에 국적까지 예상하고 인사말을 건넸다. 한국인 같으면 "코리아? 코리아!", 일본인 같으면 "도쿄? 도쿄! 오사카? 오사카!" 하고 먼저 질문하고 대답까지 혼자 했다. 디션은 나에게도 "코리아? 코리아?" 물었고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이 제법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3월이었던 걸 알았던 것인지 그는 "콜드! 콜드!" 하면서 팔로 몸을 비비며 추위에 떠는 너스레를 떨었다.
그와 길게 이야기를 나눠봤자 더 시끄러워질 것만 같아 나는 서둘러 인사를 마쳤다. 코너를 돌아 가게 테라스 옆 내 전용 벤치에 앉아 노트북을 펼쳤다. 그가 다시 나에게 성큼성큼 걸어오는 게 곁눈으로 보였다. 하지만 나는 조용히 있고 싶어 일부러 화면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다. 그는 방해하지 않겠다는 제스처를 하고선 작은 쪽지를 건네주고 사라졌다. 쪽지에는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적혀 있었다. 사실 샵 안으로 들어가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물어보려다 귀찮아서 움직이지 않던 참이었는데... 그는 내게 필요할 것 같아 먼저 가게로 들어가 비밀번호를 적어온 것이다. 내가 묻지 않았지만 이미 그는 나에게 필요한 게 뭔지 찾고, 배려하고 움직였다. 순간 그의 소란스러움에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하지 못한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도 잠시,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일어섰다. 나를 보고 찡긋하고 웃고 난 디션은 또다시 큰 목소리를 이어갔다. 그의 이런 친절함은 노스쇼어 서프샵이 손님이 아니어도, 모든 이에게 열려 있었다. 샵 앞에 잠시 주차하고 다른 가게로 걸어가는 사람들에게도 큰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노스쇼어 서프샵의 벽화로 안내하기도 했다. 지난주에 새로 벽화를 칠했으니 그 앞에서 사진을 찍으라고 친절하게 말하고 사진사를 자처했다.
Thank you so much, My Friend!
See you next time!
그는 환영의 인사만큼 그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사라져 갈 때까지 굿바이 인사도 잊지 않았다. 단지 눈을 마주친 그 순간부터 모든 사람을 친구로 받아들이는 그에게 나도 인사를 하고 싶다.
“Thank you”
로라이모네 새우트럭
노스쇼어에서 다시 와이키키로 돌아오는 길에는 출출해진 터라 로라이모네 새우트럭에 들렸다. 이름부터 친근한 로라이모네는 Korean BBQ와 갈비, 불고기라는 한글이 큼지막하게 적힌 간판이 있다. 매콤한 양념이 버무려진 스파이시 쉬림프가 푸드트럭이 대표 메뉴였다. 하와이엔 많은 새우트럭이 있지만, 로라이모네 새우트럭에서는 그 맛이 더 특별했다. 대뜸 한국어로 던지는 농담과 슬쩍 챙겨주는 추가 메뉴까지. 정이 담겨 있기 때문에.
"너 우리 집 며느리 할래? "
“지난주에는 저보고 며느리 하라고 하셨잖아요."
로라이모가 농담을 던지자, 같이 간 미라언니가 대답했다. 그럼 로라이모는 센스로 대답을 더한다.
“너는 첫째 며느리, 얘는 둘째 며느리"
우리 모두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한참 농담을 이어가다 이모는 언제 한국으로 돌아가냐고 묻고는 사라지곤 했다. 잠시후에 아사이볼 한그릇을 테이블에 슬쩍 올려놓고선 입담을 이어간다. 다음에 다시 또 놀러 오라고 하와이에서 많이 먹고 가라며 넉넉한 인심을 푼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생각나는 새우의 맛은 사실 장난기 가득한 이모의 농담이 그립기 때문이지 아닐까.
<하와이 로망일기, 와이키키 다이어리>
평범한 대한민국 30대가 사표를 던지고 무작정 떠났던 하와이 한량 생활기입니다.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있는 그대로의 하와이를 만나고 돌아온 85일간의 와이키키 다이어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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