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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아론 Feb 11. 2022

[내담자 치료 일기] 10화 무의식 탐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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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조현정동장애(조현병+조울증) 진단을 받은 내담자가 직접쓴 글입니다.

1화부터 보셔야 내담자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aronsong/511

(1화)

https://brunch.co.kr/@aronsong/512

(2화)

https://brunch.co.kr/@aronsong/514

(3화)

https://brunch.co.kr/@aronsong/516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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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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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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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https://brunch.co.kr/@aronsong/519

(8화)

https://brunch.co.kr/@aronsong/526

(9화)




[내담자 치료 일기] 10화 무의식 탐험하기



상담실 의자에 앉자 원장님이 물었다.


원장님 

이번 주는 어땠어?


음... 솔직히 부모님한테 사과를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힘들어요.


원장님 

어떤 게 힘들어?


부모님이 예전 사고방식을 강요하는 것만 같은 느낌? 비록 사과를 받았어도 저는 부모님의 그런 사고방식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부모님의 예전 사고방식을 느끼면 갑자기 몸이 굳고 감정이 예민해져요. 저희 부모님은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어요. 예를 들면 학교 강요하는 것도 그렇고... 제가 학교를 가지 않으면 마치 제 인생이 끝날거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게 너무 거슬려요. 부모님의 그런 편견 때문에 제가 오랫동안 힘들었는데 또 그런 편견을 보니까 열이 받아요.


원장님 

어휴.. 그러면 안되는데.. 부모님이 여전히 너무 모르시네.


그러니까요.... 그걸 이해 못하시는게 답답해요. 늘 융통성이 없는거 같고.


원장님

괜찮아. 학교는 너무 신경 쓸거 없어. 학교를 다녀야만 성공할 수 있는건 아냐. 너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열심히 하는게 중요하지, 학교 자체는 중요하지 않아. 그러니까 일단 기다리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봐.


그런데 제 나이는 이제 와서 뭘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거 같아서... 제 나이에 다들 대학 졸업하고 직장 있고 그런데, 저는 아직도 대학을 못 마쳤고 학점도 너무 엉망이라서 아무것도 자신이 없어요.


원장님

어떤 분야에서 성공하는데에는 5년이면 충분해. 하나도 안 늦었어. 5년만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잘할 수 있어. 너도 지금부터 시작해도 안 늦었어. 걱정 안해도 돼.


그렇군요.(크게 안도한다. 5년 동안 정말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는게 맞는거 같으니 지금부터라도 노력하면 늦지 않은 나이에 성공할 희망이 있다.)


원장님

오늘은 이걸 해볼거야.


원장님은 커다란 도화지를 꺼내셨다. 왠만한 스케치북보다 더 큰 도화지였다.


원장님 

이 도화지에다가 어항을 그려봐. 그리고 이 어항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그리는거야.


어떤 물고기요?


원장님

나의 모습인 물고기야. 4~7세 때의 내 모습이 어떤지를 물고기로 그리고,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해서 현재의 모습을 물고기로 표현해봐.


네. 재밌겠네요.


나는 신나서 물고기를 그렸다.

      

내담자가 표현한 물고기(물고기들이 전무 수정속에 갇혀 있는 모습이다.)


물고기들은 전부다 좁은 수정속에 갇혀져있다. 초록색 이무기만 수정을 뚫고 나오려 발버둥친다.



0~4세(작은 빨간 물고기) 

기억이 안나서 아주 작게 빨간 물고기를 그렸다

.

4~7세(노란 돌고래)

저때는 나름 화사하고 즐겁게 놀았다. 아이답고 귀여웠던 내 모습이었다.


초등학생(피가 흐르는 분홍색 상어 머리)

초등학교 1~5학년까지는 전체적으로 다소 까불고 공격적이면서도 즐거웠다. 그러나 초등학교 6학년 때 심한 괴롭힘을 당하면서 큰 상처를 받았고 주저앉아버렸다. 그래서 몸이 끊어지고 피가 흐른다.


중학생(큰 주황색 고래)

 저때는 주황색 불꽃처럼 정열적이었다. 내 꿈을 위해서 뭔가 열심히 했고 성과도 좋았다. 하지만 학교 폭력으로 제 힘을 발휘하진 못하고 작게 그려졌다.


고등학교(아주 아주 작은 빨간 물고기) 

존재감도 사라지고 자신감도 없고 어떤 것도 해내지 못했다. 친구도 없고 성적도 엉망이고 항상 우울했다. 피로 얼룩진 작은 물고기다.


대학교(작은 빨간 물고기) 

아주 약간 커지긴 했으나 여전히 작디작은 빨간 물고기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고 존재감도 없다.



현재(기다란 초록색 이무기)

대학교까지의 물고기들은 전부 다 수정 속에 갇혀있다. 아무리 능력을 발휘해도, 열심히 해도 늘 좁은 수정 속에 갇혀서 답답하고 성과를 내는데 한계가 있었다. 기쁜 일이 생겨도 늘 갇혀있고 구속당하는 기분이었다. 초록색 이무기는 이 답답한 수정 속에서 구멍을 내서 탈출하려 한다. 그러나 단단한 수정을 뚫는 일이라 매우 부자연스럽고 삐딱한 면이 강하다. 현재의 내 모습도 이무기처럼 나를 구속했던 것들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그러나 너무 삐딱하고 예민하다.



원장님

아주 잘 그렸어. OO 이는 4~7세 때는 노란 돌고래처럼 귀엽고 자유로웠어. 초등학교 때는 머리만 남아 피가 흐르고. 중학교 때는 나름 큰 고래야. 고등학교, 대학교 때는 존재감이 아주 작아졌고. 그래서 이 모든 것들은 전부 좁은 수정 속에 갇혀 있어서  늘 갇혀있는 기분, 뭘 해도 한계에 부딪치는 기분이었어. 맞지?


네....



원장님

좋아. 이번에는 새로운 어항을 그려봐. 그리고 물고기를 다시 그리는 거야. 똑같이 4~7세부터 지금까지 물고기를. 하지만 이번에는 네가 원하는 모습, 네가 바랐던 모습으로 그려야 해. 그리고 미래의 내 모습인 물고기도 그려봐. 미래에 나는 어떤 모습일지 그 물고기를 그리는 거야.


네.


나는 지금까지는 힘들었지만 미래는 꼭 크게 비상하겠다는, 성공하겠다는 마음으로 크고 거창하게 그렸다.



긍정적으로 그린 물고기



어항은 없다. 드넓은 바다라서 내 물고기들은 자유롭다.

0~4세부터 중학교 때까지 나는 계속 커지고 있다. 전부 다 푸르고 살이 찌고 건강해 보이는 물고기들이다.

어두웠던 고등학교와 대학교 생활은 실패가 아니라 더 크게 도약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다.

마치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 위해 번데기로 잠자고 있듯이.

나 또한 커다란 존재가 되기 위해서 고등학교와 대학교 생활은 번데기처럼 인내하고 있다.


그리고 내 미래 모습은 아주 커다랗고 화려한 용이다. 나는 미래에 용처럼 웅장하게 비상할 것이다. 오랫동안 인내한 대가로 나는 커다란 용이 되어 날아오를 것이다. 내 물고기들은 푸르고 맑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놀고 있다.




첫 번째 그림에서는 과거의 나를 표현했다. 과거의 나는 분명 볼품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그림을 그리는 나 자신을 보며 나 자신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안타까웠다. 이렇게 밖에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나 자신을 위로해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두 번째 그림에서는 내가 원했던 나, 그리고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렸다. 과거를 다르게 그리면서 나 자신은 볼품없는 과거를 지닌 게 아니라 더 날아오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나라고 생각을 바꿀 수 있었다. 또한 미래의 나는 커다란 용처럼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화려하게 날아오를 것이다. 이렇게 미래의 내 모습을 표현하니 정말로 내 미래는 멋지고 클 거 같은 예감이 든다. 또한 내가 절실히 원했던 소망을 그려보면서 나의 쌓여왔던 분노와 욕구를 마음껏 드러낼 수 있었다. 나 자신을 이렇게 표현하니 억눌려왔던 내 마음이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기분이었다.



원장님은 명상최면을 진행했다. 진행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그림을 떠올리고 그 모습을 보고 느낀다. 

두 번째 그림을 떠올리고 그 모습을 보고 느낀다.


이렇게 비교해보면 난 너무나도 당연하게 두 번째 그림을 선택하고 싶어 진다. 나는 명상최면에서 첫 번째 그림을 작게 만들어 날려 보냈다. 그리고 두 번째 그림을 크게 키운 후 그 에너지를 숨으로 들이마셨다.

그렇게 명상최면을 마쳤다. 덕분에 내 마음은 에너지가 넘치는 그림으로 긍정적인 힘을 가질 수 있었다.





상담소를 나오면서 나는 안도하고 기분 좋게 돌아갔다.

내가 늦은 나이에도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고 마땅히 해낸 게 없는 거 같다는 불안이 있었지만 학교는 의무적인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선택사항이다.


그래서 내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지 학교 그 자체가 중요하진 않다. 학교는 그저 내 일을 해내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내 일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학교는 그만두어도 된다. 그러므로 학교 자체에 너무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리고 어떤 분야든 정말 노력하면 5년 안에는 높은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지금부터 5년 노력해서 성공해도 나는 늦은 나이가 아니다.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아무튼 5년이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그러므로 내가 늦은 나이에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것 때문에 너무 걱정하거나 열등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일단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를 천천히 생각해봐야겠다.


물고기 그림을 통해서 나는 나약하게 살 필요가 없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보장도 없다는 걸 알았다.

나 또한 강하고 웅장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힘들었던 고교, 대학 시절은 내가 모자랐던 실패 경험이 아니라 훨씬 더 멋지게 살기 위해 묵묵히 인내하고 있는 귀중한 시간이다.

그러므로 나는 실패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저 묵묵히 배우고 있을 뿐이다. 내 미래는 과거의 배움을 통해서 크게 도약할 것이다.

이렇게 나의 고민과 생각에 대해서 관점을 바꾸니 너무 불안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다. 앞으로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는 얼마든지 멋진 삶을 살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자신감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미술치료, 인지치료, 명상최면치료를 동시에 진행한 심리치료입니다. 상처가 많은 내담자는 지금까지 삶이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나는 이 삶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내담자에게 바꿀 수 있다고 피드백과 코칭을 한다고 한들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이미 경험을 통해 가치관과 신념이 부정적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때 하는 치료가 미술치료입니다. 미술을 통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합니다. 부정적인 그림을 긍정적으로 그려봅으로서 나도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인지) 만들어 줍니다. 마지막으로 하는 명상최면은  내담자의 긍정적인 생각을 극대화시켜주는 치료입니다. 

도서 '벼랑 끝, 상담'에서는 더욱 자세하고 구체적인 심리치료 기법들이 자세히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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