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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력도시 연구소 Jan 05. 2018

커뮤니티와 커뮤니케이션: 소도시의 두 가지 선택

매력도시 매거진 vol.02_오노미치 (8)

매력도시 대담: 조성익 x 이호


조성익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매력도시 매거진 편집장

이호       FIT Place 대표, 매력도시 연구소 연구원





조성익   지난 대담에서는 소도시가 발신기지를 가져야 한다, 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오늘은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죠. 우리나라 소도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이호  가장 주목할 만한 최근의 변화는 소도시들이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것이죠. 지역 공동체를 만드는 일의 중요성 말입니다. 공간이나 시설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공간에서 사람들을 모으고 교류하도록 하는 운영의 노하우가 필요함을 알게 된 거예요. 소도시일수록 말이죠.


조성익   매력도시 매거진 양양 편 대담에서 '기획자 주도의 도시가 운영자 주도의 도시로 바뀌고 있다.'라는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그런 생각과 일치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군요.


이호  맞습니다. 그런데, 운영자 주도의 소도시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뭔가?라고 물었을 때, 사이클 호텔 <오노미치 유투>는 독특한 관점의 대답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발신기지를 만들어 신호를 보내는 일 말이에요. 지역 사람들을 모아 커뮤니티를 만드는 방법 대신, 한 점을 갈고닦아 세계와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일을 먼저 했어요. 이 커뮤니케이션이 성공하자, 발신기지로 사람들이 모였고, 자연스럽게 도시의 여러 곳으로 사람들을 흩뿌리는 역할을 하고 있었어요.  

 

조성익   그렇군요. 커뮤니케이션이 먼저, 그리고 커뮤니티가 따라오는 것이군요.


이호  사실, 지금 지방 소도시가 커뮤니티 형성에 먼저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인구가 감소하니까, 도시에 남은 이들 만이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교류하도록 만들어야 하죠. 도시의 존폐가 걸린 시급한 과제니까요. 물론, 자발적으로 동네 사람들이 지역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기는 한데, 처음부터 그러기가 쉽지 않으 누군가가 그 지역으로 들어가서 커뮤니티의 시작을 자극할 필요가 있었죠. 그런 커뮤니티 리더들이 나타나고 있고, 그게 지금 우리나라 소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교훈도 얻었어요. 커뮤니티를 만든다는 게, 그리 빨리 되는 일이 아니다, 라는 것.


조성익    커뮤니티를 만드는 움직임은 앞으로 소도시에서 활발하게 진행될 거라고 보는군요. 도시가 살아남기 위해서.


이호   네, 매력도시 매거진에서 곧 다루겠지만, 안동, 군산을 취재하면서 우리는 그 열망을 확인했어요. 특히 지역의 젊은이들이 커뮤니티 형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어요. 삶의 지향점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뭉치고 네트워크를 만들려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 지점까지는 우리가  있다고 봅니다. 지역 공동체에 대한 열망은 앞으로 더 커질 거예요.

그런데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주목할만한 변화가 우리 소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느냐 묻는다면, 그건 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은 누군가에게 신호를 보내야 하는 것이고, 신호를 보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점이 가진 좋은 감도입니다. 우리 소도시의 감도가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은 열망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경우가 보인다는 거죠.


조성익   네, 오노미치는 우리나라로 치면 통영 정도 되는 도시인데도, 오노미치 유투는 영국에서 폴 스미스가 소문을 듣고 찾아올 국제적인 감도를 갖추고 있었으니까요. 글로벌 포인트를 중심으로 로컬 커뮤니티가 생기는 것이 가능하겠구나, 생각이 들었죠.


이호   물론 지역 전체의 평균값이 올라가는 것도 가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강력한 한 점, 즉, 발신기 하나기고, 신호를 보내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그 특이점을 중심으로 네트워크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 사례를 오노미치에서 니다.


조성익   커뮤니티와 커뮤니케이션. 지방 소도시 재생에 접근하는 두 가지 방법이라 할 수 있겠군요.



커뮤니티와 커뮤니케이션.
지방 소도시 재생을 시작하는 두 가지 출발점.


조성익   이호 대표님은 상업 공간 디자이너로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이호 대표님이 소도시 발신기지를 하나 만들어야 한다면, 무슨 일부터 하겠습니까. 앞서 풀어놓은 이론 말고, 선수들은 뭐부터 손댑니까?


이호   스태프와 그 사람들이 입을 옷부터 정하겠습니다. (웃음)


조성익   갑자기...옷이 문제였습니까? (웃음)


이호   정확히는, 발신기지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캐릭터 character와 아웃핏 outfit을 먼저 디자인할 거라고 해두죠. 공간을 채운 사람의 외모, 행동, 말투 같은 것 부터 정하겠습니다. 컨셉트, 공간 디자인 이런 것과 함께요.


조성익   그렇군요. 막상 생각해보니, 우리가 오노미치 유투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청바지 천으로 만든 앞치마를 입고 키친에서 함께 요리하던 할머니와 청년, 자전거 수리점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대화 같은 것이었네요. 마치 스토리에 잘 어울리는 배우들을 적절한 위치에 세워 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이 사람들이 공간과 잘 버무려지면서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죠. '여기라면 안심하고 쉬었다 갈 수 있어', 라는.


이호   사람이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 아무리 공간과 컨셉트에 돈을 들여도 작동이 안 될 테니까요. 한 사람의 생각과 태도는 그 사람의 옷, 머리 모양, 말투, 행동에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발신하고 있는 거고요.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신호가 꼭 멋있어야 한다, 고급스러워야 한다, 이런 뜻이 아닙니다. 시골스러움, 소박함, 내성적인 모습... 이런 것들도 매력적인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기획과 운영에 맞는 사람들과 그들의 발신. 

저라면, 공간에 어떤 사람 세울 것인가, 그것부터 고민하겠습니다.   매력도시연구소



사람이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
아무리 공간과 컨셉트에 돈을 들여도 작동이 안 될 테니까요.




매력도시 매거진 vol.01_양양

4편: 왜 양양인가? 기획자의 도시에서 운영자의 도시로


매력도시 매거진 vol.02_오노미치

1편: 오노미치 U2_쇠락한 도시의 우아한 신호탄

2편: 오노미치 U2: 어서 오세요, 폴 스미스 경

3편: 고양이 언덕: 심심함이 도시의 매력

4편: 오노미치 상점가

5편: 오노미치 데님 숍: 청바지로 사람들을 잇다.

6편: 시마나미 카이도와 사이클 투어리즘

7편: 소도시여, 발신기지를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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