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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우 Apr 26. 2019

월간 김창우 : 2019년 4월


4월 초가 되니 봄이 왔다.

벚꽃, 개나리, 목련, 민들레, 손지우, 손지아 등의 꽃들이 피어났다.

산책로에 벌레들도 다시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4월 말이 되니 여름이 왔다. 갑자기 27도가 되면 안 되잖아.

겨우내 틀어놨던 전기장판도 아직 안 치웠는데 여름이라니.

운동을 안 한 지 오래돼서, 여름용 몸뚱아리 만들려면 몇 달은 더 필요한데.


그리고 어제, 오늘.

다시 겨울이 되었다.

나랑 지금 장난하냐.


대추랑 감만 먹으면 봄, 여름, 가을, 겨울 다 느낄 수도 있는 하이브리드 4월이 지나가고 있다.



중간고사


7주의 수업을 끝내고, 이번 주는 중간고사 휴강이다.

난 시험을 싫어하던 학생이라, 중간고사는 당연히 안 본다. 다른 과목 열심히 하랬다.


혹시나 해서 조교에게 요즘도 중간고사 시험을 안 볼 시 수업을 하는 교수가 있냐고 물었더니, 가끔 있다고 한다.


예전엔 그런 교수님들 참 독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입장이 되어 보니, 정말 대단한 에너지, 열정, 사명감, 애정이 없으면 그렇게 못한다.


나도 사실 수업을 하고 싶었다.

이제 교단에 서면 50여 명의 학생들 얼굴이 하나하나 들어오기 시작했고,

얼굴과 이름과 스토리들이 합쳐지며 정이 들고 있는데, 절반이 지났다고 하니 벌써 아쉽다.


후반기엔 공휴일, Field Work, Study Week 등이 껴있다 보니

내 인생의 보너스 선물 같은 강의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구나.



Youtube


새로운 경험은 언제나 재미있다.


요즘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다. 3번의 방송을 찍었다.

내가 메인은 아니고, 라디오스타로 치면 탁월한 진행자들 맨 끝에 앉아 있는 차태현 정도의 존재감 정도.


메인 진행은 방송인이신 어머니 한 분이 맡고 계신데, 정말 방송인은 달랐다. 말을 어떻게 저렇게 잘하실까.

라이브 방송 중 실시간 채팅으로 와이프 이름이 보였다. 나에게 한 마디 남겼다. "서울말 쓰고 계시네요."


진지하게 묻고 싶다.

나 진짜 평소에 서울말 쓰지 않아? 서울생활 25년 차야.

나 부산말도 이제 안 쓰거든. 아니 못쓰거든. 그럼 이게 서울말이 아니면, 내가 지금 쓰는 언어의 정체는 뭐지?



재검


6개월 만에 재검을 받았다.


mri를 찍고, 안과 검사를 받고 겸허히 결과를 기다렸다.

그렇게 주사를 많이 맞았는데, 이건 적응이 안된다. 오히려 주삿바늘 공포증이 생긴 것 같다. 주사가 왜 이리 아프지.


사실 나의 모든 시계는 오늘로 맞춰져 있었다.

6개월 단위로 5년을 검사받아야 하지만, 첫 단추인 첫 번째 검사가 참 신경 쓰였다.


몸 컨디션은 좋았지만, 10개월 전 종양이 충분히 커져서 급히 수술을 받으러 들어갈 때도 컨디션은 좋았다.

그래서 말은 안 했지만 지난 6개월간 모든 것이 신경 쓰였다.


이마에 여드름 같은 것이 나도, 잘 때 몸이 가려워도, 몸무게가 1kg 빠져도, 눈이 갑자기 침침할 때도

내 몸의 사소한 변화 하나하나에 예민해졌다.


신경외과 주치의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두렵다.

보통 1~2시간을 기다렸는데, 그날은 금방 내 차례가 되었다.

지영이와 착한 걸음걸이와 공손한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분이 앉아 계셨다. 이 분 앞에선 한없이 작아진다.


인사를 나눈 후, 나의 mri 차트를 한 참을 보셨다.

종양이 뚜렷하게 보이는 수술 전 mri도 함께 띄워놓고 비교하시는 것 같아서,

어떤 사진이 현재의 것인지 알기도 어려웠다.


차트에 조용히 이것저것 적으셨다.

일부러 보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들이 쓰시는 단어들은 아랍어 수준이라 본다고 알리도 없었지만.


1분 정도, 이 침묵의 시간은 공포심으로 사람을 경직시킨다.

담담할 줄 알았는데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니 못난 모습이 자꾸 나오려 했다.


무서운 주치의 선생님이 드디어 입을 여셨다.


"음... 괜찮아 보이네요."


"종양을 떼어낸 곳도 잘 차오른 것 같고~ " 그 뒤로도 몇 마디 더 하셨지만 내 귀엔 "괜찮아 보이네요"만 계속해서 맴돌았다. 시신경을 건드렸는데, 안과 검사에서도 특별히 더 나빠지는 징후는 없다고 했다. 주치의 선생님은 세 개의 립서비스 선물을 더 주셨다.


"이제 안과는 안 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

"6개월 후 말고, 1년 후에 봐요."

"이제 정상적으로 생활하시면 됩니다."


아...

좋다.

정말 좋다.


오랜만에 느끼는, 순도 100%짜리 기분 좋음이다.


지난 6개월은 내심 불안한 가운데서도 행복했는데

앞으로 1년은 모든 불안함 이제 벗어던지고, 완전무결하게 행복하기만 하자.



하와이 패밀리


네 번째 하와이, 진짜 가자.


그동안 예약만 걸어놓고 결제를 미루고 있었다.

재검 결과에 따라,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조금은 있었나 보다.

병원에서 돌아와서 후다닥 예약과 결제를 끝냈다.


진짜 갑니다, 네 번째 하와이.


글은 충분히 많이 썼으니,

트렌드에 맞게, 이번 네 번째 하와이 여행은 Youtube를 찍어볼까.



4월의 사진들


셀프 가족사진
15분간 막 찍으면 됨. 가격도 착함.
소품 들고가도 된데서 글러브, 탭볼 챙겨간 복싱 도라이.


아빠 이제 괜챦대. 하와이 준비하자.
수업 끝나고 와이프랑 신촌에서 딤섬 한 잔
멀쩡한 거 버려주셔서 감사. 분리수거장 득템. Mouton 자전거 안 부럽다.
지아야, 우리 땐 머리 그렇게 하면 양아치라 그랬어.
프랑스에 왔습니다.
각도의 중요성
양손으로 두 개 돌리며 30초 안쪽에 완성하면, 2G 핸드폰 사줄게.




https://brunch.co.kr/@boxerstyle/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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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생일


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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