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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우 May 30. 2019

월간 김창우 : 2019년 5월

영화


2017~2018년 2년간 영화를 300편을 몰아서 본 후,

올해는 아직 영화를 개시하지 않았다. 아, 아이들과 극장 가서 '덤보'를 봤구나.

덤보는 팀 버튼이 만든 영화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내가 만든 아이들이 물개 박수를 치며 영화를 감상하는 모습이 더 재밌었다.

아빠도 펄럭 펄럭 날갯짓까진 아니지만, 귀 움직일 수 있는데.


영화 300편 리뷰를 한 번 써보겠다는 것을 계속 미루다 보니,

그 숙제를 하기 전까지 영화는 당분간 쉰다.

1600만 명이 봤다는 극한직업도, 3시간 화장실을 참아야 하는 어벤저스도 아직 안 봤다.

다시 영화보기를 시작하면, 진도 따라가야 할 영화가 많아서 좋네.


'기생충'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역대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들과 나의 궁합은 그렇게 맞진 않았다.


'펄프픽션, 피아니스트, 나 다니엘 블레이크'처럼 투 떰즈 업 영화들도 있지만

'엉클 분미'처럼 과연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진짜 이해했을까 싶을 정도로 기괴한 영화들도 있어서,

기생충이 어느 쪽일지 궁금하긴 하다. 느낌상 평론가들을 위한 영화일 듯.


내가 지금 보고 싶은 영화는 '바이스' '크리드2' '그린북' '스타이즈본' 정도.



딸들에게


딸이 좋다.

딸들은 아빠에게 편지를 자주 써준다.

오늘은 아빠도 우리 딸들에게 편지를 써줄게.


우리 딸들에게,

기다리던 오늘이 드디어 찾아왔네.

우리 딸들, 3년 전 2년 전과 비교해서 얼마나 컸을까. 재밌게 놀자.


아빠 꼰대 같지만 몇 개만 당부할게.


첫째, 만 20세가 되면 성인식이란 걸 할 거야. 향수, 장미, 키스를 선물하는 날이라고 광고 메일들도 엄청 날아올 건데 이 중 향수, 장미까지만 하거라. 그리고 절대로 편의점 가서 가장 싼 양주 사 와서 친구들끼리 마시지 마라. 그거 마시면 며칠간 부모 얼굴도 몰라 본단다. 아빠가 그날 마시려고 좋은 와인 사서 와인셀러에 넣어뒀으니, 집에서 가족끼리 마시자.


둘째, 완벽한 척하며 사는 것은 상당히 피곤하단다. 실수 좀 하면서 살아라. 아빠도 외모 빼곤 완벽한 게 없단다. 넘어질 때마다 툭툭 털고 일어나면 된다. 안 넘어지는 사람보다 잘 일어나는 사람이 더 매력 있단다.


셋째, 남들의 인정과 칭찬을 위해 살지 마라. 좋아요 숫자도 아무것도 아니란다. 스스로의 만족과 행복이 가장 중요하더라. 주변 모두를 만족시킬 필요는 없단다. 그건 천하의 누텔라도 해내지 못하는 것이란다.


넷째,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혼자 끙끙대지 말거라. 기도할 수 있고, 기도하면 되는데 혼자 모든 걸 해결하려고 애쓰지 마라. 금전적인 문제가 있다면 아빠한테 계좌번호만 찍거라. 이유 따위는 묻지 않고 달라 빚을 내서라도 보내 줄게.


다섯째, 나중에 커서 남자를 고를 때, 상남자 좋아하지 말거라. 대부분 상남자가 아니라 그냥 상놈이다. 아빠 같은 사람을 만나라. 술, 담배 안 하고, 화 잘 안 내고, 가족 여행 좋아하는 사람으로. 사투리 쓰는 것만 좀 참으면 된다.


여섯째, 기념일 날 ‘남자 친구 자유이용권 3회’ 따위의 쿠폰을 주는 남자는 절대 만나지 말거라. 내 경험 상 가장 성의가 없는 놈들이다. 돈이 없더라도 이태원 길거리 리어카에서 귀걸이라도 좋으니 만져지는 것을 예쁘게 포장해서 주는 사람을 만나라. 이 말은 너희 엄마가 폭풍 공감할 거야. 프러포즈를 결혼 일주일 전 편지 한 장으로 퉁 친 남자와 12년째 살고 있으니.


일곱째, 공부 잘하는 남자는 있어도 현명한 남자는 없단다. 남자 10명 중 3명은 나머지 7명처럼 어리석단다. 그러니 커서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기 위해선 너희들이 현명해져야 한다. 다행히 너희에겐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엄마가 있으니, A부터 Z까지 엄마의 모든 것을 배우기 위해 노력해라.


다음에 생각날 때 또 쓸게. 위에 내용 다 까먹어도 되니, 마지막 문장만 마음속에 북마크 해놓거라. 아빠가 해주고 싶은 말은 사실 그게 전부다. 엄마처럼만 살거라.



Life


인생을 다양한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대학입시 전과 후, 결혼 전과 후, 얼굴 돌려깎기 전과 후 등.


내 기준에서는,

인생은 아플 때와 안 아플 때로 나뉜다. 그렇게만 나누면 된다.


내가 만약 안 아픈 구간에 살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야 한다.

괜히 다른 사람의 기준에 따라, 명함에 찍힌 단어 몇 개에 따라, 물질의 크기에 따라, 자녀의 성적표에 따라,

이 소중한 구간의 행복을 나눌 필요가 없다.



회복탄력성


세상엔 많은 Capital들이 있다.

난 그중 Venture Capital을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Capital은 Positive Psychological Capital이라 생각한다.  


내 안에, 혹은 내가 속한 조직에 Positive Psychological Capital을 쌓기 위해서는

HERO, 즉 Hope, Efficacy, Resilience, Optimism이 필요하다.


Hope은 중 1 때 외웠고,

Optimism과 Efficacy는 고등학교 때 Voca 22000 책에서 파생어로 외워서 알고 있다.

Resilience는 영어를 접한 30년간 단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던 단어다. 다행히 네이버는 알고 있었다.

회복탄력성(Resilience) : 어떤 실패나 역경을 겪은 뒤 다시 회복하는 힘.


하와이에 카우아이란 섬이 있다.

과거에 오지 중의 오지인 이 섬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지독한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다 성인이 되어 대부분 알코올 중독자나 정신질환자가 되었다고 한다. 불행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1950년대 많은 학자들이 이 섬으로 건너가 그들이 왜 이렇게 불행한 삶을 사는지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일부 아이들은 그 속에서도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발견하고 그들을 추적 검사하여 공통점을 찾아냈다.


그들에겐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최소 1명이 있었다는 것이다.

회복탄력성은 그런 환경 속에서 길러지는 것이다.


2019년 1학기, 후배들에게 그 1명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한 학기 강의가 모두 끝났다.


내가 그 1명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53명의 새로운 친구들이 생긴 것 같다.



하와이 패밀리


네 번째 하와이로 향해 떠납니다. 5/30 ~ 6/11

이번에는 오아후, 마우이, 빅아일랜드에 이어 회복탄력성의 섬 카우아이로.



수미쌍관, 다시 영화


처음으로 저가항공이 아닌 국적기 대항항공을 탄다.

기간을 잘 맞추니 가격차도 그렇게 크지 않았다.


대한항공 5월 영화 상영작을 검색했다.

와우, 내가 보고 싶던 '바이스' '크리드2' '그린북' '스타이즈본'이 다 있었다.

대한항공이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이 기분은 무엇.



5월의 사진들


후배들 단체훈련. 양복 입고 뒤에 서 있어도 내가 누군지 모른다.
그 정도 높이로 마녀라 불러주기는 좀.
해먹에 누워 잘생기긴 어렵다.
어른이 사진 찍을 때, 똥 싸는거 아니야.
산책로에서 사귄 친구
청설모 아닙니다람쥐
아빠 1+2 따위는 잘 아니까 자꾸 묻지마.
증여 완료. 이제 네 꿈을 펼쳐라.
18년차 디지털피아노, 또 두 음이 자살했다.
두 달 간 해 본 유튜브. 나랑은 안맞는 걸로.





https://brunch.co.kr/@boxerstyle/174

https://brunch.co.kr/@boxerstyle/173


https://brunch.co.kr/@boxerstyle/171

https://brunch.co.kr/@boxerstyle/169

https://brunch.co.kr/@boxerstyle/167

https://brunch.co.kr/@boxerstyle/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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