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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창우 Oct 18. 2017

대안 학교 대안 아빠 #10

* 학교명이 두레학교에서 새음학교로 변경되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 이런 다양성은 상당한 힘과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문화 속에서는 개개인들의 생각의 차이가 건강하게 부딪치며 창의력을 낳는다. 하지만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곳에서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내 상식, 경험, 통계에 바탕을 둔 예측모형의 영역 밖의 사람'이라 정의한다. 영어로는 아웃라이어(Outlier), 전문 용어로는 '또라이'라 부른다.  


한국 사람들은 모든 신체부위 중 입근육이 유독 발달하여, 세 명 이상만 모이면 주위 '또라이'들의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이런 뒷담화 문화 덕분에 테이크아웃 중심의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선 큰 매장의 커피 전문점이 성황을 이룬다.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없을 땐, 단톡방에서 열심히들 씹어댄다. 한 명이 침을 튀기며 '또라이'에 대해 썰을 풀면, 다른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맞장구를 쳐줘야 한다. 그래서 "헐. 대박. 왠열. 실화냐" 등의 추임새 단어들이 문자와 육성을 넘나들며 맹활약을 하고 있다.


또라이 상사가 싫어서 이직을 했더니, 옮긴 회사에는 더 상또라이가 씨익 웃으며 기다리는 현실. 그 상또라이를 피해 타 부서로 옮겼더니, 옮긴 부서에선 덜또라이들 여러명이 헤~헤~ 웃으며 기다리고 있는 현실. 그래서 사람이 세 명 이상 모인 곳이라면 상또라이 한 명이건 덜또라이 여럿이건 반드시 존재한다 하여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란 말까지 나왔다.


우리 주위의 또라이는 곳곳에 숨어 있는데, 단연 직장 내에 가장 많다. 가을철 모기처럼, 없어진 줄 알았는데 구석구석에서 계속해서 출몰한다. 퇴근시간에 일 던져주고 퇴근하는 사람, 아랫사람 들들 볶는 사람, 모든 일에 시니컬한 사람, 돈 자랑하는 사람, 인맥 과시하는 사람, 한 때 잘 나갔다는 이야기만 하는 사람, 약속은 일관되게 안 지키는 사람, 별 것 아닌 일에 화를 잘 내는 사람, 냄새나는 사람, 계산할 때 사라지는 사람, 입이 걸레거나 깃털처럼 가벼운 사람, 노래방에서 감정 극대화시켜 놓고 고성을 지를 찰나에 후렴구 따라 불러버리는 사람 등 열거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그리고 직장만큼 많은 사람들이 뒷담화에 열을 올리는 곳이 있다. 바로 학부모 커뮤니티다. 주변인들이 모두 학부모가 되는 나이가 되다 보니, 화제가 아이 교육 문제로 넘어가면 언제나 "우리 애 반에 말이야~"로 시작하는 대화가 펼쳐진다. 맘에 안 드는 선생님, 정서나 행동이 이상한 아이, 그리고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그 아이의 부모가 주인공으로 번갈아가며 등장한다. 온통 자신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아웃라이어, 아웃라이어, 아웃라이어들의 세상이다.


이런 또라이의 기준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상대적이라, 무난하고 정상적이라 생각하는 나 역시, 누군가에겐 이해할 수 없는 또라이로 불리고 있을 것 같다. '다름'의 또다른 표현이 '또라이'인 세상을 살아가다 보니, 주위에 또라이들이 많다고 투덜대는 사람일수록, 자신도 그들에 의해 또라이로 많이 불리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또라이 청정구역이라 자신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별로 없는 곳, 바로 새음 학교다.


여기서 만난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은 공교육이 주는 평균적인 안전함을 포기하고 대안 학교를 선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개개인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교육관을 위해 큰 기회비용을 치르는 용기를 냈던 사람들이 모여 있다. 할아버지 재력, 부모 직업, 집 평수, 학업 실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 아니라, 교육에 대한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 교육관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로 드글드글해야 할 학부모 커뮤니티에 '내 상식, 경험, 통계에 바탕을 둔 예측모형의 영역 밖의 사람'이 없다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 '학교 내 핸드폰 금지'라는 교칙을 세웠을 때, 어느 한 명의 이탈자라도 생기면 시대를 역행(?)하는 이런 룰은 쉽게 허물어진다. 하지만 비슷한 생각을 가진 학부모들이 모두 이 교칙에 찬성하고 합심하여 따르기 때문에, 지금 새음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지우도 처음엔 핸드폰을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다른 친구들도 가지고 다니지 않기 때문에 요즘은 사달란 소리도 하지 않는다.


'미디어 금지'란 교칙도 있다. 이런 교칙들은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만들어서 강요하진 않는다. 한 달에 한 번인 학부모 교육 때, TV, 스마트폰을 포함한 미디어가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전문가가 나와서 강연을 해준다. 그리고 아이들도 학교에서 그 교육을 받는다. 그 후 선생님, 학부모, 아이들이 다 함께 미디어에 대한 그라운드 룰을 만든다. TV를 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마음과 보여줄 수밖에 없는 사정들도 감안하여 적당히 숨 쉴 공간은 만들어 준다. 그렇게 해서, 지금 지우 반에서는 미디어를 일주일에 3시간만 보는 룰을 만들었다. 단, 쉽게 보여주지는 않는다. 미디어 시청 계획서를 작성하여, 스스로 한 주 동안 어떤 프로그램을 볼지 정하고, 보고 난 후에 감상문도 짧게 적어야 한다.


물론 미디어 3시간 룰은 칼같이 지켜지지는 않는다. 소피아 공주가 마법에 걸렸다는데, 어찌 3시간 채웠다고 TV를 끌 수가 있겠는가. 응원하는 야구팀이 1점 뒤지고 있는데 9회 말 무사 만루 찬스에서 정규방송 관계로 방송을 중단해버리는 것만큼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아무런 룰이 없는 것보다는, 아이들 스스로 미디어를 자제하고, 부모가 통제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다. 그리고 다소 비교육적으로 보이는 '짱구는 못 말려'같은 프로그램을 미디어 계획서에 적는 것은 본인도 좀 부끄러운지, 차츰 안 보게 되는 효과도 있다.


적어도 교육에 관련해서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없다는 것, 이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아이들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새음 학교 학부모 입장에서의 장점들도 앞으로 하나씩 공유할 생각이다.


이렇게 서둘러 글을 마치려 하는 이유는, 아래 광고를 위해서이다.

그렇다, 광고에 낚인 것이다.






새음학교 입학설명회가 아래와 같이 개최됩니다.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들을 만나는 소중한 경험을 함께 하시길.

그 날 참석하는 새음학교의 선생님, 학부모, 아이들의 표정에서 만족감을 느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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