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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Nov 06. 2022

다양한 0의 쓰임: 없음, 자릿수, 시작

아이와 함께 공부하는 수학 8

<수학에서 고구마로, 고구마에서 삼투로> 편에서 좋았던 점은 아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준비한 내용을 고집하지 않았다. (학습을 여행(?)처럼 만들 수 있다.)

나의 주제에 대한 탐색이 아니라 아이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길을 찾는다. (그래서 함께 할 수 있다.)

잘 아는 내용인지 따지기 전에 함께 해보자는 자세가 길을 열어주었다.


없음을 나타내는 0, 자릿수를 표현하는 0

반면에 예상하지 못한 주제인 ‘삼투’로 끝나서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시 지난번에 다룬 섭리 수학 책 내용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지난 글에서도 추렸던 0의 쓰임을 준비해서 아이와 대화를 시도했다. 다행히 아이가 함께 책을 보며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0이 자릿수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책장 여러 칸을 숫자 자리에 대응시켜 주었다. 그러고 나서 아이가 보는 책에 자주 나오는 '이진수'를 대상으로 자릿수를 대입해보기로 했다. 종이 여백에 수를 하나씩 더하면서 자릿수가 늘어나는 이진수 숫자를 썼다. 이내 아이가 자기가 하겠다며 연필과 종이를 달라고 했다.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인 점을 고려하여 원리는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기억에 자극을 남기는 수준으로 접근했다.


기준을 나타내는 0, 시작을 나타내는 0

이어서 아이가 좋아하는 나침판 앱을 켰다. (공간성 설명 대신에) 0을 북쪽에 대응시키면 방향을 숫자로 표현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1] 아이가 딱히 감흥을 느끼지 못하자 변화를 주기 위해 해가 어느 쪽에서 뜨는지 아는지 물었다. 다행히 아이가 동쪽이라고 답하고 그게 우리집에서 거실 방향이라서 그쪽으로 휴대폰을 돌려 숫자를 보게 하였다.

아이는 나침판을 장난감으로 여기니 한참을 가지고 놀았다. 나는 감각에 따라 방향과 숫자가 연결된다는 경험을 남기는 정도로 기대했다. 다만 360도를 모르니 시간이 0으로 시작하는 것을 보여주려고 벽시계를 함께 봤다. 정작 시계에는 0 표시가 없어 긴 설명이 필요했다. 긴 설명은 유효하지 않다고 느꼈다.


그래서 휴대폰으로 보여주려는데, 아이가 59 다음 0이 되는 조작을 직접 하겠다고 나섰다. 그래서 시, 분, 초가 0으로 시작한다는 점을 그렇게 함께 둘러보았다.


주석

[1] <정보홍수시대에 문해력은 어떻게 갖출 수 있는가?> 편의 동기가 된 <다스뵈이다> 박태웅 의장님의 디지털 설명이 떠올랐다. 그래서 아이에게 방향과 숫자를 연결하면 '디지털'이 된다고 했더니, 아이가 '아날로그'를 말했다. 책에서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쌍으로 다루는 탓이다.


지난 아이와 함께 공부하는 수학 연재

1. 구(球)와 체(體), 면(面) 의미를 찾아보기

2. 선(線)과 점(點)의 의미를 찾아보기

3. '구체면선점' 대신에 배우는 사람 중심으로

4. 주제는 그저 학습 여행에 이름을 붙일 뿐

5. 식의 이해: 우연이 준 갑진 학습여행

6. 닮음에 대해 느끼게 하기

7. 수학에서 고구마로, 고구마에서 삼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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