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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Feb 19. 2023

정치적이지 않은 죄?

비종교인으로 읽은 <욕쟁이 예수> 8

이 글은 지난 글에 이어 <욕쟁이 예수> 중에서 '투표하는 예수'와 '웰빙 예수' 내용 중에서 밑줄 친 내용을 기준으로 메시지를 도출하고 생각을 덧붙인 글이다.


정치적이지 않은 죄

뜻밖의 문장이다. 저자인 목사님의 견해와 내가 만난 수많은 기독교인의 견해는 매우 다를 듯하다.

다른 사람은 어찌하든 그리스도인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죄이다.

소제목 '정치적이지 않은 죄'를 보자 자연스럽게 <신앙은 긴장을 살아내는 예술>편에 인용한 배우 문소리 님 발언이 떠오른다.

그리고 곧바로 <분노의 속살을 어루만지라>편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미안함이 또 떠오른다. 나는 여전히 정치 참여에 게으르지만, 꾸역꾸역 내 몫을 하며 살자.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려면 정치 참여가 필수이지만 이를 두려워하는 주류 기독교는 죄책감을 덜기 위해 봉사만을 강조한다.

그리고 뜻밖의 날 선 비판과 함께 쓰인 문장에 힘이 실려 있어 밑줄을 쳤다.

경건하고자 하는 자는 반드시 정치적이어야 한다.


그리스도의 계절의 의미

나의 게으름을 또다시 자극하는 문장이다.

시간과 수고를 들여 누구의 정책이 더 나은지 '공부'해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수고도 없이 입바른 소리로 "그놈이 그놈이지" 한다면 어떻게 이 땅에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겠는가.

언젠가 '다스뵈이다'에서 봤던 미 하원의원 후보자 영상이 떠올랐다. 미국 LA인근에서 의원 출마하여 다년간 계란으로 바위 치기를 실천하는 후보자가 유권자들에게 후보자들에 대해 공부하라고 호소했다.

나는 대한민국 유권자 대다수가 '시민'으로써의 기본적인 노력을 투자한다면, 저자가 말한 '그리스도의 계절'이 올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현대사에 대한 명쾌한 문장을 읽자 기분이 좋아지는 듯했다.

리영희 선생이 우리의 근본 모순이 '분단 모순'(남북 분단)이라고 지적했듯이 정부를 비판해도 빨갱이, 북한과 대화하자고 해도 빨갱이, <중략> 노동운동을 해도 빨갱이로 낙인찍혔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에선 중도 개혁 혹은 중도 좌파 성향의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권을 진보로 보는데 이는 긴 세월 극우 보수적인 분위기에서 살아온 탓에 약간의 좌파적 성향조차 진보로 간주하는 것이다.


우리가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똥멍청이란 표현이 우리의 오류에 대한 지적에 힘을 더 실어 주는 듯하다.

죽어라 경제 발전하고, 죽어라 환경을 파괴한 대가로 힘들게 돈을 모아서 기껏 한다는 짓이 산업화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이런 똥멍청이가 있을까 싶다.

저자는 과거에 나도 읽은 듯이 느껴지는 책인 <가장 소중한 것부터 버려라>의 일부를 인용한다.

그 모든 것을 다 이루고 나면 무엇을 하느냐고, 그러자 여행자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한가로이 햇볕을 쬐면서 바다나 바라보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자 어부는 자기가 벌써 그렇게 하고 있지 않느냐고 대답했다.

최근에 읽은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에서도 여러 차례 강조하는 삶의 자세에 대한 변화를 말한다.


전인적인 참살이

하나님이 주시려는 전인적인 참살이the whole wellbeing를 누리려면 근본적으로 다른 삶의 방식이 요구된다.

저자는 다시 한번 '제국의 가치가 아닌 나다운 가치 추구'를 논한다.

'거진이진居塵離塵' 즉, "먼지 속에서 거하되 먼지와 떠나 있다"라는 말이 바로 이러한 삶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이 제국을 거스르는 삶의 방식을 빚어 가기보다는 세상의 흐름을 타는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 것으로써 그리스도를 드러내려고 하였다.


비종교인으로 읽은 <욕쟁이 예수> 연재

1. 그들이 뭐라 하든 자신이 되어라

2. 분노의 속살을 어루만지라

3. 신앙은 긴장을 살아내는 예술

4. 내 경험 속에 내가 현존하기 위하여

5. 삶의 방식으로서의 기독교

6.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쁨

7. 제국의 가치가 아닌 나다운 가치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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