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발걸음 학습법의 개발 17
<모래사장의 아이를 바라보며 느끼는 존재에 대한 생각>편을 쓴 이후 연재를 그만두어야 하나 싶었습니다. 인위적으로 학습을 끌어갈 동력이 부족하다 느낀 탓입니다. 고민 끝에 띄엄띄엄 쓰게 되더라도 자연스럽게 기회를 포착했다면 시도하고 기록하는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아내가 백서향이 풍기를 길을 걷자고 해서 기회가 생겼습니다. 아내는 아이들에게도 꽃에 대한 감수성을 개발해주고 싶었는지 수차례 노력했지만 역시 남자아이들이라 잘 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모처럼 둘째와 학습 여행을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걸으며 대화한 경험과 사후 학습을 연결한 내용입니다.
처음에는 넷이서 함께 했는데, 나중에 둘이서 손을 잡고 1km 정도를 걷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습관적으로 얼마나 남았냐고 물었습니다. 올레패스라고 도장을 찍는 북을 방금 사서 도장을 찍으러 가는 길이라 도착지까지 남은 시간을 묻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이의 형이 다니는 학교 운동장 트랙이 200m인 점을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어림잡아 400m 정도 지났다고 느껴질 즈음에 '형아 학교 운동장 두 바퀴 정도 돌은 거리랑 비슷하게 왔네. 그래서, 세 바퀴 정도 더 걸으면 될 것 같아.'라고 답했습니다. 아이는 아하 하더니 조금 이따 또 물었습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답을 했는데, 이번에는 아이가 그런데 왜 몇 바퀴 남았다고 하는 거야?
직선으로 걷는데 왜 몇 바퀴 남았다고 말하느냐는 뜻으로 이해하고, 나중에 집에 가서 설명해 주어도 되냐고 의향을 묻고 아이에게 '네'라는 답을 얻었습니다.
다음날이 되었습니다. 어제 사건을 떠올리고 궁금하면 아빠가 설명해 주겠다고 의향을 먼저 묻습니다. 아이가 반가워하며 좋다고 답합니다. 먼저 어제 함께 걸었던 길을 종이에 묘사합니다.
그러고 나서 길과 빗대어 보았던 운동장을 그립니다. 200m란 사실은 아이도 알고 있으니, 어제 걸은 길과 다섯 배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부각합니다. 그리고 다시 전에 식을 썼던 기억을 강화합니다. 강화라고 표현한 것은 아이가 정확하게 기억하는지 중요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기억에 흔적을 남긴다는 의미입니다. 아직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라 산수를 배우지도 않았고, 선행 학습을 시킬 의도는 아니니까요.
직선과 곡선이 맞닿은 그림을 그립니다. 사실 종이를 말아서 길이가 같다는 사실을 보여주려 시도했는데 둘째가 흥미를 잃은 듯 떠났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흥미롭게 지켜보던 큰 애가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그러는 중에 아내가 마련한 일정을 따르느라 학습은 여기서 끝났습니다.
15. 포켓몬 쓰기에 운지법 추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