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영회 습작 Feb 04. 2023

아이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익힐 때, 아빠는 거들뿐

아기발걸음 학습법의 개발 16

아이들의 밈(meme), 다시 말해 따라 하며 배우는 능력은 인지할수록 대단합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경험을 설계하는 아기 발걸음 역시 타고난 인간의 특성을 이용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축구 클럽 색상 표기하기

아침에 축구 하이라이트를 함께 보았더니 둘째 아이가 중계 화면에서 스코어 표시를 하는 글자와 그 글씨 앞에 표시하는 색상을 따라 합니다. 말해준 일도 없는데 영상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요즘 스스로 글씨를 배우는 재미에 빠져 있기도 하고, 며칠 전에 형을 따라 글자 꾸미기를 했던 기억이 작용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월드컵에서 대한민국과 브라질 경기를 봤던 기억이 있는지 스스로 대한민국과 브라질을 씁니다. 그리고 색상을 물어보기에 구글링을 통해 유니폼 검색을 해서 보여줬더니 색상을 결정해 칠하더군요. 그러다가 이제는 볼펜 색상에 맞춰서 나라 이름을 고르려고 했습니다.

볼펜 색상과 대응되는 프랑스와 독일이 아이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200이 아닌 204개 조각의 퍼즐 맞추기

아이가 장난감 속에서 200 조각 퍼즐을 가져왔습니다. 혼자서 맞추기에 버거워 보여 물었더니 아빠랑 같이 맞추려고 가져왔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함께 맞추고, 아이의 성취를 기념하려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구구단 모르고도 곱하기 공부하기> 때의 기억을 소환하여 강화하기 위해서 숫자를 세어 보자고 제안합니다. 모두 세려면 너무 많으니까 전처럼 가로와 세로 숫자를 센 후에 계산기를 사용하자고 합니다. 아이는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고, 가로가 17 그리고 세로가 12인 점을 확인했습니다.


17이라니. 뜻밖의 숫자에 아이가 잘못 센 줄 알고, 직접 세어 보았는데 17이 맞네요. 곱하기를 해보니 204였습니다. 박스 어디에도 204란 숫자는 없었는데... (그렇군요!)


한글은 포켓몬으로 다 익히네

아이가 친구의 포켓몬 도감 책을 부러워한다고 아내가 말해서 구입한 책을 둘째에게 주었더니 너무 좋아했습니다. 처음부터 훑어보더니 나중에는 사전을 봤던 기억도 살려서 귀여운 포켓몬을 찾는다면 'ㄷ'으로 시작하는 이름을 오른쪽 구분을 보고 찾는 모습은 기특했습니다.


아내가 그 모습을 옆에서 보며 '우리 아들, 한글을 포켓몬으로 다 익히네'라고 말합니다. 저도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아직 유치원에 다니는 나이라 동화책 긴 문장 읽기는 버겁지만, 포켓몬 이름 정도는 자신이 있는지 혼자 심취해서 소래 내어 이름을 다 읽는 모습에서 (학교에서 가르치는 개념 말고) 자기 주도 학습의 원형을 보는 듯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인 큰 아이도 역시 포켓몬 도감을 보는데, 이름 수준이 아니라 '진화 방식' 등의 상세 내역으로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자기 전에 함께 침대에 누워서 가만히 아이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아빠의 생각을 조금 덧붙인 질문들을 합니다. 그러다가 '풀타입' 같은 표현에서 '타입(Type)'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 묻고 활자 시스템과 타이핑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야기로 풀어주면 재미있어합니다.


불과 몇 주 전에 스스로 민첩성을 강조하며 아이들 흐름에 맞추는 일이 쉽지 않다는 표현을 쓴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꾸역꾸역 반복하니 느낌을 알겠습니다. 그 느낌을 요즘 다시 유행한다는 슬램덩크의 유명한 문장을 패러디하여 써보면

아빠는 거들뿐


지난 아기발걸음 학습법의 개발 연재

1. 항해하듯 아이와 밀당하기

2. 민첩하게 우연을 활용하기

3. 유아 주도 학습을 위해 배경음이 되기

4. 구구단 모르고도 곱하기 공부하기

5. 형을 따라 하는 아이를 돕기

6. 7살 되려면 몇 밤 자야 해요?

7. 키보드로 포켓몬 쓰기 학습 여행

8. 아이의 호기심에서 출발하기

9. 계단 오르내리기 숫자를 곱하기로 연결하기

10. 아이가 물은 단어로 학습 루틴 만들기

11. 다음 단계의 학습 여행을 위한 인내

12. 창의는 재미에 의미를 더하는 일

13. 꾸준한 시도 그리고 인내가 만들어준 시야

14. 아이들 세계로 들어가고 형제를 오가기

15. 포켓몬 쓰기에 운지법 추가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