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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Aug 11. 2023

다른 사람 마음은 짐작하지 말고 물어보기

週末안영회 2023

<듣기의 말들>에서 주목한 내용과 그에 따라 떠오른 생각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브런치를 폈습니다. 어떤 내용부터 정리할까 궁리하는데, 얼마 전 보관해 두었던 둘째 아이의 우는 모습을 담은 눈에 띄었습니다. 글을 쓰지 않고 '다른 사람 마음은 짐작하지 말고 물어보기'라고 제목만 붙여 둔 상태였습니다.

이 사진을 찍어 둔 이후에도 아이가 그때 왜 아빠는 자기 마음은 몰라 주고 형만 챙겼다는 말을 해서 놀란 일이 있습니다. 아이가 저의 '자기 이해'를 돕는 장면이구나 재해석할 수 있습니다. '자기 이해'는 바로 방금 전에 읽은 <듣기의 말들> 104쪽에 나오는 표현이니까요.


듣기는 상대에게 자기 이해를 낳는 기회를 제공한다

빠져들듯 읽은 <듣기의 말들>에서 가장 난해한 문장을 후반부에 만났습니다.

듣기는 상대에게 자기 이해를 낳는 것이며 그래서 산파술이라고 부를 수 있다.

'산파술'이라니? 다행히 몇 번 곱씹어 읽다가 '아하'하고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책에서 배운 전반적인 내용과 특별히 어렵게 느낀 '산파술' 비유 그리고 관련이 있는지 불분명한 아이의 울음 장면을 연결하고픈 충동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도식화를 시도했는데, 현재 저의 이해도를 나타낸다 할 수 있습니다.

점으로 표현한 다섯 개의 활동 중에서 '자기 이해' 하나만 (듣는 사람 기준으로) 상대방의 역할입니다. 교감은 상호 활동이니 다른 셋은 듣는 이가 노력할 내용입니다. 이 책이 저에게 준 가장 큰 교훈은 듣는 것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란 깨우침입니다.


다른 사람 마음은 짐작하지 말고 물어보자

다시 아이의 사진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주말 아침에 보통은 밥과 시리얼 중에 선택을 하는데, 두 아이들이 어제 먹고 남은 치킨을 너무나 맛있게 먹었습니다. 큰 아이가 뼈를 어디다 버리느냐고 묻는데, 원래 시리얼을 먹겠다고 했다가 치킨을 함께 먹는 아이 옆에 빈 그린이 있어서 큰 아이 옆에 끌어다 놓고 여기에 버리라고 했습니다.

이후에 자기 앞에 있던 그릇에 형이 먹던 닭뼈가 있는 것을 보고 아이가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제 마음대로 한 행동은 이후에 다른 그룻으로 바꾸어 시리얼을 앞에 놓아준다고 해서 풀릴 일이 아니었습니다.


짐작은 무의식적인 발언권 박탈일 수 있다

아이에 대한 존중 부족이 불러일으킨 제 행동과 그에 따른 아이의 울음을 중대한 문제로 깨닫게 해 준 데에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를 읽고 행동에 반영하려던 시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아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한 후, 큰 단계에서 세부 단계로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중략> 진정한 공통점을 찾아내려면 실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중략> 미국에 사는 사람들 중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미국인이 아닌, 채식주의자나 환경주의자로 규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방금 관련 내용을 찾아 다시 보니 확실히 제가 아이를 동등한 입장에서 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습니다.[1] 저는 <듣기의 말들> 책을 훑어보며 경청이 상대에 대한 존중을 표한다는 문구를 찾아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다른 구절을 찾았는데요. 어린아이를 키우는 저에게도 그대로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이런 못난 면모를 내 몸의 열매들이 닮으면 어쩌나 덜컥 겁이 났다. <중략> 아이들의 말을 경청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더불어 '몸의 열매'들이란 아름다운 표현은 제랄드 와인버그가 말한 '돌 줍기'를 따라 모아 두고 다음에 벽(글을 은유)을 만들 때 활용하고 싶어 집니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듣기의 말들> 책 메모를 하려고 시작했다가 거기에 배운 깨우침을 응용하여 아이에게 아픔을 주었던 순간을 반성합니다. 그리고 즉흥적으로 그린 그림 덕분에 아이의 울음은 경청과 같은 효과를 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제가 '자기 이해'를 해서 '짐작은 무의식적인 발언권 박탈'일 수 있는데, 어쩌면 오랫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행하고 있었을 제 모습을 이제야 발견했습니다.


주석

[1] 회고란 좋은 것입니다. 애자일 공부를 할 때, 회고의 절차와 방법에 빠진 일이 있습니다. 우리가 자기 모습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는 이치를 깨달으면 회고는 어쩌면 당연하게 해야 할 일이란 생각을 합니다.


지난 週末안영회 2023 연재

1. 계획은 개나 주자

2. 측정, 단위 그 이전에 기댓값

3. 바둑판 같이 존재하는 우주인가?

4. 내가 책을 고르고 거르는 방식

5. 도전하고 실패해도 편안하게 성장하기

6. OKR과 퍼스널 칸반 접목하기

7. 학습 피라미드와 코드 리뷰 피라미드 비교해 보기

8. 나의 경력관리와 직업사

9. 삶에서 문제 삼기와 함수의 활용

10. 기업 = 지속가능함 + 성장가능성

11. <강력의 탄생> 그리고 개인 차원의 창조적 파괴      

12. 이젠 어른이 돼야 해, 소년

13. 나의 바운더리를 튼튼하게 하는 이분법

14. 난 왜 람다 계산법이 생각나지?

15. 배움 혹은 이상과 내 삶 사이에서 균형 잡기

16. 만남은 기회이니 피하지 말고 집중하자

17. 정원관리는 공동체 리더의 필수 덕목

18. 성공했냐가 아니라, 목적이 뭐고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

19.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20. 함께 존재하고 늘 희망을 품고 살기

21. 우리는 처음부터 개성을 가진 존재다

22. 대화를 하세요, 그게 관계예요  

23. 협력에서 방향성의 문제란?

24. 아기 발걸음과 실패할 용기

25. 나를 흔드는 일들 고찰하기

26. 감정의 언어 지각하고 적극 대응하기 

27. 여유와 용기 그리고 감정이 하는 말

28. 전할 내용이 있다면 번거로움을 넘어 소통할 수 있다

29. 영어 문장 AI가 알아듣게 읽기 놀이

30. 외면(外面)하기와 직면(直面)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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