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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Mar 01. 2023

우리는 무엇으로 행복해지는 가에 대한 오해

<Don't Trust Your Gut> 읽고 행동 변화 만들기 8

지난 글에 이어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원제: Don't Trust Your Gut)>의 8장 '인생은 소파를 박차고 일어날 때 바뀐다'을 읽으며 감명을 받은 부분을 인용하고 생각을 덧붙입니다.


인생은 소파를 박차고 일어날 때 바뀐다

이 장의 제목은 내가 이 글을 읽고 느낀 느낌과 잘 연결이 되지 않는 듯도 하다. 그런데 '소파에 앉아 있고 싶은 본능'을 '안정을 추구하는 마음'과 연결하면 부자 아빠 책에서 말한 교훈, 즉 안정을 추구하는 마음이 잘못된 믿음이라는 일침이 떠오른다.

종신교수 임용 이전의 참가자들에게서 얻은 데이터는 학자들이 종신교수로 임용되면 장기적으로 행복이 증진되리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종신교수 임용 이후의 참가자들에게서 얻은 데이터는 종신교수 임용이 행복을 증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월말 김어준>에서 박문호 박사님께 들은 마코프 블랭킷(Markov blanket)이 떠오른다. 과학자들은 생물이 생존 확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믿음의 통계에 근거한 경계를 갖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지각을 이용한 경계가 다층으로 존재하는 듯하다. 개인마다 믿음이 다를 뿐 아니라 <사피엔스>에서 하라리가 말한 '허구'가 실제 인간 사회의 다양한 경계(국가, 종교, 기업 등)를 만들어 온 것이 우리가 배운 역사이기도 하니까.


사실 데이터가 드러났다고 해서 그걸 바로 믿는다면 <팩트풀니스> 같은 책이 나올 이유가 없다. 내가 스스로를 돌아보아도 비합리적인 결정과 행동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행복에 대해서라도 태도를 바꿔보자

모든 문제에 대해 머니볼을 적용하지 못하더라도 찰나에 대해서라도 생각날 때 가끔 하더라도 바꿔볼 수는 있다는 생각이 이 장의 효용성이었다.

우리가 보기에는 끔찍할 것 같고 치명타가 될 것 같은 사건들도 대개는 막상 닥치면 그렇게 큰일이 아니다. 그러면 무엇이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할지를 예측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과거에 우리를 행복하게 했거나 불행하게 만든 것이 무엇인지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 인생을 위한 '머니볼'을 위해 혹은 자기 객관화를 위해 나는 (지금보다 더) 나 스스로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우리가 무엇 때문에 행복 해졌는가에 대한 오해

순간효용과 기억효용의 불일치라는 개념이 있다.

레들마이어와 카너먼은 결장경 검사 도중의 어느 순간에 느꼈던 통증의 강도와 그 검사의 고통에 대한 환자들의 기억은 상관관계가 별로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간단히 말해서 고통을 적게 느꼈던 사람들이 나중에 더 큰 고통을 느꼈다고 기억했다.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믿기 어려운 놀라운 사실이다.

인지편향은 과거에 우리가 느낀 기쁨과 고통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게 만든다. 행복한 일에 관한 기억을 왜곡하는 주요한 인지편향으로 '지속기간 무시duration neglect'가 있다. 지속기간 무시란 우리가 지나간 경험의 성격을 판단할 때 그 경험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가를 고려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나는 아내가 건망증에 대해 걱정할 때마다 (대꾸하는 대신에 조금 더 안전한 방법으로) 뇌의 저장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본 일이 많다. 그러던 차에 이 글을 읽으니 '지속기간 무시'는 노의 저장 공간을 아까기 위해 꼭 필요한 생각이 든다. 비슷한 듯 다른 기억의 특징 중에 엄청난 시차를 두고 벌어진 일들이 동시에 떠오르는 일도 있다.

검사가 끝난 뒤에는 지속기간 무시 편향이 나타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고통스러운 경험이 길었는지 짧았는지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 <중략> 어떤 사람들은 4분 동안만 결장경 검사를 받았고, 어떤 사람들은 1시간이 넘게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모두가 똑같이 그것을 '고통스러운 검사'로만 기억했다.

피크엔드 법칙은 '마지막 3분'이라고 기억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과거의 경험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게 하는 또 하나의 인지편향은 '피크엔드 법칙peak-end rule'이다. <중략> 우리는 그 경험이 절정에 달한 순간과 그 경험이 끝나는 시점에 과도한 가중치를 부여한다. <중략> 래들마이어와 카너먼은 사람들이 자신이 받은 결장경 검사를 얼마나 고통스럽게 기억하는지를 예측하는 주요 변수가 검사의 마지막 3분 동안 경험한 고통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스마트폰이 조사를 가능하게 해 준 행복활동표

스마트폰 덕분에 연구자들이 순간효용에 대한 방대한 조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폰이 대체로 사람을 불행하게 한다는 사실을 스마트폰 덕분에 데이터로 증명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들이 만든 표를 나는 '행복활동표'라고 부른다. 내 상각에 데이터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표를 자주 들여다보면서 자기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행복활동표 꼭대기를 차지한 활동에 대한 명쾌한 글이 등장한다.

형편없는 섹스라 해도 문자 그대로 인류가 생각해 낼 수 있는 다른 모든 활동보다 즐겁다.

다음 문장을 읽으면서 일단 18위까지 출력해서 휴대폰 뒤에 붙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신이 나와 같은 통계광이라면 이 표를 촬영해서 폰케이스 제작 업체에 보내 행복활동표가 인쇄된 폰케이스를 주문하라. <중략> 당신이 이 표를 보기 전에 TV 시청이 원예보다 훨씬 작은 행복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당신은 느긋하게 긴장을 풀고 있는 것이 조류 관찰보다 훨씬 덜 즐겁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당신은 요리가 그리기와 만들기보다 사람을 덜 행복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사실들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과소평가된 활동과 과대평가된 활동

사람들이 어떤 활동이 제공하는 행복의 양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면 당신은 그 활동을 자주 하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

저자가 제시한 대표적인 과대평가 활동 중에 내가 해당하는 일은 3가지(수면/휴식, 컴퓨터/스마트폰 게임, 인터넷 서핑)이었다.

사람들이 어떤 활동이 제공하는 행복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면 당신은 그 활동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삶을 행복하게 사는 요령은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큰 즐거움을 주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내가 과소평가하는 일들은 놀랍게도 주로 아내 때문에 하게 되는 일들이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편견 중 하나는 수동적인 활동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중략> 우리의 마음은 이런 수동적인 활동들이 실제보다 더 큰 기쁨을 준다고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것 같다.

운동에 게으른 나에게 경각심을 주는 내용이다.

반대로 '과소평가되는 활동' 목록에 포함된 활동들은 에너지를 들여야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이다. 박물관 관람, 스포츠, 운동, 장보기, 원예. 이런 활동들을 하려면 소파에서 일어나야 한다.


에너지가 많이 들어갈 것 같은 활동을 피하는 본능을 이겨내기

행복을 증진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에너지가 많이 들어갈 것 같은 활동을 피하려는 본능을 피하는 것이다. 어떤 활동을 하려는 생각만 해도 입에서 "으아" 소리가 나온다면, 그건 당신이 그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신호가 아니라 그 일을 해야 한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Don't Trust Your Gut> 읽고 행동 변화 만들기 연재

1. 내 인생을 위한 '머니볼'

2. AI 시대의 결혼

3. 아이 키우기 좋은 동네는 왜 좋을까?

4. 유전자의 힘에 어떻게 대응할까?

5. 부자와 성공에 대한 머니볼

6. 다작으로 행운이 굴러들어 오게 하라

7. 데이터광의 외모 대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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