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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장금 Jul 19. 2020

진통제요? 저는 맞고 싶지 않은데요?

올바른 치료법은 의사의 환자 그 가운데 주체적인 나를 두는 것


교통사고를 당했다. 신호대기 중에 누군가가 내 차를 뒤에서 들이받아 목과 얼굴에 강한 충격을 입었다.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코에서 쏟아지는 흥건한 피를 맨손으로 닦아냈다. 나는 119 응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왔다. 사고 직후 온몸이 덜덜덜 떨리기는 했지만 정작 통증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팔, 다리도 멀쩡했다. 육안으로 볼 때도 문제가 있는 곳은 부어오른 콧등과 다량의 코피가 전부였다. 응급실에 도착하니 의료진이 나를 침대에 눕혔고 간호사샘이 얼른 주사를 챙겨 왔다.


"일단 주사 먼저 놓을게요" 

"무슨 주사죠?"

"진통제입니다" 



"아... 저는 지금 진통제를 맞고 싶지 않습니다. 
진통제를 맞을 만큼 극한 통증이 느껴지진 않아요. 
오히려 지금 진통제를 맞으면 통증이 둔해져서 
안 그래도 상태가 안 좋은 목을 마음대로 움직여 더 좋지 않을 것 같은데
의사 선생님께 한번 여쭤봐 주세요."



간호사가 의사에게 주사를 거부한다는 내 뜻을 전달하자 의사 선생님은 알았다고 하셨다.

당직 간호사 샘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왜 그래? 뭐야?" "주사를 안 맞을 거라네" "왜?" "몰라!!" 

 

목과 얼굴이 아프다고 하니 의사 선생님은 X-레이를 찍어 봐야 한다고 하셨다. 아... X-레이, 국소적인 부위에 방사선을 단시간에 고농도로 조사하는 것이 암 발생의 원인이 되며 하루에 담배 몇 갑을 피는 것보다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걸 여러 곳에서 본 적 있어서 깊은 한숨부터 나왔다. 특히 머리는 CT를 찍어야 하니... CT의 방사선 조사량은 X-레이와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양이다. 하지만 머리를 크게 부딪혀서 뇌혈관이 터진 곳이 없는지 확인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서둘러 사진을 찍고 당직 의사샘으로부터 "큰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전문의가 다시 봐야 하니까 내일 오전에 다시 오세요." 하는 말을 듣고 일단 집으로 왔다. 진통제를 맞지 않아서 밤새 통증이 심해지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괜찮았다.   

    

다음날 신경외과 담당의를 찾아갔다. "뇌출혈은 없습니다. 코뼈에 약간의 금이 가서 미세하게 기울어졌네요. 다른 불편한 곳은 없나요?" "어젠 놀래서 잘 모르겠던데 아침에 일어나니 목과 허리에 힘이 안 들어가요. 가슴에도 통증이 있고 호흡도 편하지 않네요. 그래도 코와 목이 젤 아픕니다. 머리를 엄청 세게 박았거든요." 

"그렇다면 허리와 가슴 X-레이도 찍어봐야겠어요."



"X-레이는 뼈 상태를 확인하는 거죠? 꼭 X-레이를 촬영해야 할까요? 
만약 뼈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통증이 어떻게 느껴지나요? 
괜히 사진 찍었다가 정작 뼈에는 아무 문제도 없는데
방사선에만 잔뜩 노출되는 게 아닐까요?" 



의사 선생님은 유난한 나에게 "방사선 노출이 걱정되시나 보네요. 하지만 평소 생활에서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의 방사선에는 늘 노출되어 살고 있어요."라고 하셨다. "하지만 하루에 온 몸에 자연스럽게 조사되는 양과 국소적인 부위에 잠시 동안 집중적으로 노출되는 방사선은 차원이 완전 다르지 않나요?" 하며 망설이고 있으니 의사 선생님은 "꼭 원하지 않으시면 안 찍으셔도 됩니다. 그런데 교통사고건이라... 사진을 안 찍으면 아프지 않다고 판단하겠죠." 


진퇴양난이었다.


"며칠 더 지내보고 가슴과 허리가 많이 불편하면 그때 찍어도 될까요?" 선생님은 그렇게 하라고 하셨다. 며칠이 지나자 가슴과 허리 통증은 점점 괜찮아져서 엑스레이는 찍지 않았다.  


의사들이 해 주지 않는 이야기(린 맥타가트/ 허원미디어)


의사들이 해 주지 않는 이야기(린 맥타가트/ 허원미디어)
의사들이 해 주지 않는 이야기(린 맥타가트/ 허원미디어)
의사들이 해 주지 않는 이야기(린 맥타가트/ 허원미디어)


만약 가슴이나 허리의 X-레이나 CT 사진을 찍어야 한다면
의료진의 노골적인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갑상선과 생식기를 보호하기 위한 납 가리개를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갔다고 의사 선생님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의 저자 최진석 교수님은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읽기-쓰기, 배우기-표현하기, 듣기-말하기 사이의 - 에 자기 활동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이처럼 주체적인 환자로 올바른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의사라는 직위에 주눅 들지 말고 내가 알고 있는 작은 지식도 한껏 활용해야 한다. 그렇게 의사와 환자 사이에 있는 나를 상세히 설명하고 소중한 내 몸에 대한 치료법에 대해 끊임없이 발문 해야 한다.른 치료법은 의사의 환자 그 가운데 주체적인 나를 두는 것


올바른 치료법은 의사의 환자 그 가운데 주체적인 나를 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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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 의사 사이에 올바른 치료를 받기 위한 주체적인 내가 있어야 한다. 


주위를 둘러보라.

의사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고 무조건 약을 잘 먹는 환자의 회복이 정말로 가장 빠르고 정확한가?


참고도서) 

탁월한 사유의 시선(최진석/21세기 북스) 

의사들이 해 주지 않는 이야기(린 맥타가트/ 허원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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