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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a Kim Dec 10. 2019

쓸만한 인생은 쓸만한 일상에서 온다

#한달쓰기 10일 차를 기념하며 

#한달쓰기 리스트

01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는 글을 쓰기로 했다

02 <이별가>가 들려주는 글의 비밀

03 발라드 보기 좋은 계절이 왔다

04 가슴 뛰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05 당신의 천장은 얼마나 높은가요?

06 푸르른 2020을 위하여

07 공감할 때 생기는 힘

08 고된 현실의 관찰자가 된다는 것

09 쓸만한 인생은 쓸만한 일상에서 온다








#한달쓰기 10일 차


한달쓰기를 시작한 지 벌써 10일이 지났다. 10일을 기념하기 위해 모든 한달쓰기 멤버들에게 같은 질문이 던져졌다: 



3분의 1 지점에 서서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매일 글을 써야겠다 다짐한 마음, 하루에 하나씩 나의 생각을 덤덤히 담아본 7편의 글, 글을 올리지 못했던 하루, 그리고 오늘이 오기까지 나의 어떠한 부분이 변했는지 점검해본다. 




#1 쓸거리를 골라내는 눈 



매일 글을 쓴다는 건 똑같이 반복되는 삶에서 ‘쓸거리’를 골라내는 눈을 가졌다는 의미이다. 우연히 들은 라디오에서 DJ가 했던 멘트, 버스 앞자리에 앉은 학생이 전화로 친구에게 건넨 말, 거리에서 지나친 할아버지의 표정, 방 정리를 하다가 찾아낸 오랜 사진 등에서 쓸거리를 찾아내는 눈. 그 눈이 없으면 매일 글쓰기란 쉽지가 않다.  


난 사실 한달쓰기를 시작하면서 새롭게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기보다, 지금껏 쓰려고 했지만 쓰지 못했던 마음을 먼저 이겨내고 싶었다. 지나간 일들, 지나간 생각들, 지나간 만남들에서 꼭 써야 할 것들을 골라내어 글로 완성하고 싶었다. 


특별한 일이 하나도 없는데 도대체 무엇에 대해 써야 하는가?라고 질문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매일 지나치는 건물인데, 매주 보는 사람인데, 너무나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것 투성이인데, 어떤 것을 글로 만들어야 하나, 고민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눈을 뜬다. 그리고 나를 본다. 10일 전의 나. 매일 쓸 수 없었던 나. 쓸 것이 없었던 나. 그리고 그로부터 10일이 지난 지금, 8편의 글을 써낸 나를 본다. 한 번쯤 생각했다가 말았던 것들을 기록으로 바꾼 나를 본다. 아무도 중요하지 않다 말해도 나는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어주었고, 아무도 읽지 않는다고 해도 다시 읽고 또 읽으면서 그런 나의 마음에 공감해주었던 나 자신을 본다. 


나의 눈이 달라졌다. 

그 눈이 바라보는 것들이 달라졌다. 




#2 쓸거리를 정리하는 시간 



커피를 마시다가도, 하루 일정을 정리하다가도,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도 문득 기억이 난다. 오늘, 글 한편을 꼭 올려야 한다! 글을 쓰고 다듬고 정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만큼의 시간은 따로 빼놓고 글쓰기에 온전히 사용해야 한다. 나의 뇌가 이미 그렇게 알고 작동하기 시작한다. 


하루 24시간이 세상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다. 누구는 30시간, 누구는 16시간을 받는 것이 아니다. 너도 나도, 우리 모두 24시간을 갖는다.  


글을 올리지 않은 8일 차를 제외한 나머지의 날들은 오후든 저녁이든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글을 다듬고, 글을 정리하여 발행 버튼을 눌렀다. 다른 어떤 것보다 그 일에 집중했다.  


그러는 동안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아무것도 안 하고도 보낼 수 있었던 시간인데 나는 글을 썼구나. 이 시간이 오롯이 글을 쓰는 데에 쓰이고 있구나. 내 정신과 마음과 온몸이 이를 감지하고 있었다. 단 5분이거나 1시간이거나 어떤 길이의 시간이라도 소중히 보내야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시간을 대하는 나의 자세가 달라졌다

소중한 시간을 들여 글을 쓰는 나까지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3 나누는 기쁨을 누리는 여유 



브런치는 공개적으로 글을 쓰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가 찾아와 내 글을 읽는다. #한달쓰기 커뮤니티에 속한 멤버들도 공유된 링크를 따라 브런치에 들어와 나의 글을 본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지 나는 알 수 없으나, 남겨진 댓글을 통해 나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9번째 글을 쓰는 지금도 아직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지만, 내 생각을 나누는 것에서 오는 기쁨을 조금씩 깊이 느껴가고 있다.  


아무런 방해 없이, 어떠한 갈등 없이 혼자 걸어가는 길이 더욱 능률적이고 시간 대비 효과가 좋다고 생각해왔다. 조금 외롭더라도 그 편이 훨씬 지혜롭다고 믿었었다. 글을 쓰면서 그 생각이 바뀌었다. 

함께 가는 것, 나누는 것은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맛보고 있다. 


나눔에서 오는 기쁨을 몰랐던 이유는 나눌 수 있는 일상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눈을 열어 나와 세상을 보고, 내게 주어진 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자 나눔의 기쁨이 무언지 알 것 같다. 


나눔에 대한 내 기준이 달라졌다. 

나눔에서 오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마음으로 달라졌다.  




인생의 변화는 일상의 변화로


앞으로의 20일은 한 달 쓰기의 나머지 시간이기도 하지만, 2019년의 마지막 나날들이기도 하다.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것을 조금 더 선명하게 느끼면서 마무리하게 될 2019년. 나는 무엇이 변화하고 성장한 사람으로 2020년을 맞이하게 될까.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일상이 먼저 변해야 한다. 오늘 하루, 오늘 저녁 시간, 지금 이 순간이 먼저 변해야 한다. 쓰는 인생을 만들고 싶다면 먼저 쓰는 일상을 만들자. #한달쓰기에 도전하면서 나를 글쓰기에 밀어 넣고 보니 #한달쓰기는 다른 게 아닌 나의 일상을 쓰는 일상으로 바꾸는 시도였음을 알게 되었다. 


어떠한 인생을 살고 싶다면 그런 일상으로 오늘 하루를 먼저 바꾸어보자.

감사가 넘치는 삶은 감사가 넘치는 일상에서 시작되고,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삶은 그러한 하루에서 비롯된다.


한달쓰기는 결국 하루에 달려있는 것이었다. 나와 당신이 살아가는 바로 지금 이 순간, 말이다.






Sources:

Cover image by Sebastien Gabriel

Caption images by  Rob Laughter,  Drew Coffman,  Toa HeftibaKelly Sikk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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