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를 품고 살아온 어느 베짱거북이 이야기
개미는 벌레학교의 우등생 출신으로 남들보다 빠르게 일을 시작했다
안정적이고 탄탄한 벌레상사에 들어가 말썽 한번 피지 않고, 반듯하게 살아왔다
하루 한돈을 받아 아끼고 사치하지 않고 한달에 열돈씩
일년에 백이십돈을 모았고, 그렇게 차곡차곡 모아서
십년을 모으니 천이백돈이 모였다
어릴 적 친구 베짱이는 참 이상하다
꼬박꼬박 한돈 두돈나오는 일자리를 빨리 찾아
차곡차곡 모을 때인데 여행 다니고, 놀고, 재미만 추구하고 참 철없는 친구
조언을 하면 잘 듣지도 않고. 앞날이 걱정이다
게다가 빚까지 자꾸 낸다는데 나중에 어떻게 될까 싶다
집에 있으면서 매일 내가 응원하는 곤충팀 경기보고
주말엔 내손에 전파놀이로 레벨업도 하면서 이게 낙이지
자 이제 내 보금자리를 마련해볼까!
욕심을 비우자. 조금 일터에서 멀어도 되고, 조금 낡아도 돼.
...네? 오천돈이라고요??
그럼. 앞으로 이십년만 더 일하면 되겠네.
그럼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을거야.
그리고 올해는 한달에 다섯돈을 더 주는걸?
두시간씩 더 일하면 여섯돈까지도 받을 수 있을거야
십년 이십년이 지나고 나면 나는 행복해져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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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는 남들보다 늦게 시작을 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이거저거 배우는 걸 좋아해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진득하게 하나를 하기보단
새로운 것을 해보는 재미로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하루 반돈을 받아 사치는 못해도 다섯돈씩은 꼬박꼬박 여행가는데에
다섯돈씩은 음악부터 그림그리기, 사냥 등 다양한 것을 배웠다
배움은 느렸지만 꾸준히 이어나갔다
누구는 음악으로, 그림으로, 사냥으로 재능을 발휘해 수익도 키워나갔지만
베짱이는 두루두루 조금씩 잘하는 정도로 취미에 그쳤다
그러면서 주위에 사냥을 좋아하는 풍뎅이들을 만났고 풍뎅이들의 재밌는 점을 발견했다
풍뎅이들은 이백돈 삼백돈을 빌려서 창고를 만들고
그 창고를 빌려주면서 열돈 스무돈씩을 벌었다
그 재밌는 과정을 배워가면서 조금씩 따라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남들 창고 하나를 가지는 시간이
베짱이는 두세배는 더 걸렸고,
남들 열돈 남길 때, 베짱이는 다섯돈만 남았다
하지만 거기서 조금씩 남기는 것들로 더 다양한 것들을 배워나갔다
어릴 적 친구 개미는 참 이상하다
하루 한돈씩 알짜로 벌면서 여행도 안 다니고 맛있는 것도 잘 안 먹는다
그게 다 무슨 재미냐고 빈정대며, 참 재미없는 친구
풍류를 모르고 세상물정 모르는데 앞날이 걱정이다
창고로 돈남기는 좋은 방법들을 알려줘도
빚이라는 얘기에 옴짝달싹 못하는데 나중에 어떻게 될까 싶다
자 이제 내 보금자리를 마련해볼까!
창고 중의 하나를 비워, 짚을 깔고, 빛을 내고, 깨끗이 하자.
엇 창고가 더 좋아지네?
천돈에 가져가겠다고요? .. 그럼 나중에 이천돈도 될 수 있겠네.
다른 창고들도 보금자리로 만들면 앞으로 삼십년도 거뜬히 쏠쏠하겠네.
그리고 올해 한달에 창고로 육십돈씩이 남는데 남는 창고 하나가 골치.
엇, 여기에 음악바를 열어봐..?
베짱이는 음악바를 시작하여
그간 좋아해왔던 음악벌레들을 데려오고
그림그리기를 하며 그려왔던 공간으로 꾸미고
사냥을 좋아하는 혈기왕성한 풍뎅이들을 초대해
하루하루를 신나게 보냈다
자연왕국에 소문이 나 베짱이바는 성지가 되었고
이곳저곳에서 베짱이바를 찾았다
옆동네 저동네에서도 베짱이바의 골수벌레들이 생겨
그곳들의 창고를 찾았고, 창고를 알았던 베짱이는 좋은 곳에
베짱이바 2호, 3호를 연이어 내고 어느새 풍류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베짱이바 4호를 맡던 풍뎅이가
풍뎅이바로 이름을 바꿔 베짱이바의 음악벌레들을 데려가고
더 큰 창고에 풍뎅이바 2호, 3호를 만들어내면서
베짱이바는 이전과는 다르게 사그라들었다
그 와중에 창고 한곳이 붕괴되어
보관하고 있던 물건까지 물어주게 되었고
베짱이는 한동안 알아보기 힘들게 수척해졌다
오늘은 비루하지만, 그래도 이런 과정도 나름 재미있잖아..?
함께 자리를 지켜준 베짱이바의 벌레들과 합심해
베짱이 자신의 보금자리를 터서 창고 세개 네개 크기로
사냥꾼 스타일의 새로운 베짱이바를 등장시켰고
세상에 없던 새로운 곳의 등장에 벌레들은 열광하며 베짱이바 신드롬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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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와 개미는 시간이 흘러
같이 만나 쌀알을 한일 베어 먹었으며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었다
개미는 베짱이에게 물었다
모두가 베짱이바를 찾고, 창고는 잘 되고, 보금자리도 좋고 그럼 어떤 기분이야?
베짱이는 개미에게 물었다
사고 없이 평온하게, 큰 흔들림 없이 사는 그런 안정감은 어떤 느낌이야?
개미는 베짱이에게 털어 놓았다
사실 티는 안냈지만 내심 너가 부러웠어. 창고도 가지고, 거침없이 바도 만들어내는 그런게
베짱이는 개미에게 털어 놓았다
사실 놀려대기는 했지만 너가 부러웠어. 벌레학교 우등생 타이틀에, 벌레상사 벌레줄 달고 있는 그런게
개미는 베짱이에게 비밀을 이야기 했다
겉으로는 세상 착하기만 한 개미로 살았지만, 사실 독하게 살았었어
벌레학교 갈라고 어릴 때부터 놀지도 못하고, 가서도 잠을 아끼며 지냈고,
한돈 두돈 모으면서 내일 올 하루하루를 버티었어
베짱이는 개미에게 비밀을 이야기 했다
나도 사실 음악, 그림, 사냥 배우고 다니면서 창고일을 했지만
벌레경기 볼 새 없이, 전파놀이 할 시간에 바를 상상하면서 지냈었어
하나 둘 배워가며 하루하루를 지새웠어
개미는 베짱이의 바람같은 면모가
베짱이는 개미의 돌같은 단단함이 부러웠던 것이다
우리가 인생을 다시 산들 서로 바뀐 모양새로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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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눈을 떴다
파티에서 돌아와 술에 취한 채 잠이 들었던 베짱이의 한낱 꿈이었다
십 수년간 보지 못했던 개미가 왜 꿈에..? 진지한 얘길 했던 것 같은데.
베짱이는 몸을 뒤척이며 다시 잠에 들었다
개미는 그 시간 작은 보금자리로 옮기며
아이개미를 벌레학교에 보내기 위해 벌레학원 등록비를 마련한 채
피곤에 지쳐 잠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개미는 꿈 속에서 벌레학교에서 수석이 되어 있는 아이를 안고 해맑게 웃고 있었다고 한다
뒷이야기.
투자 모임에 나가서 처했던 재밌는 상황
치과 의사 그녀와 나, 그리고 건물주 그.
이렇게 셋이 있었다
당시 대출이 필요했던 나는 대출이 많이 나오는 치과 의사의 신용 한도가 부럽다 했고
치과 의사는 연금처럼 월세가 나오는 건물주가 부럽다고 했다
내가 부러워 했던 치과의사가 부러워했던 건물주의 대답은
누구나 알만한 그런 회사에서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했더란다
그게 안 되어 부동산, 투자일을 하게 되었다고
내가 속해 있는 익숙한 집단이 건물주에게는 부러운 공간이 되고,
그녀가 가지고 있는 익숙한 한도가 나에게는 부러운 숫자가 되고,
그가 가지고 있는 익숙한 세는 그녀에게 부러운 수입이 되고.
그런 뫼비우스같은 상황이 재밌어서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그 뫼비우스들이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심이었는지
그저 사교적인 멘트였는지는 알 방법이 없겠다만은.
마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처럼
어릴 적 함께 했지만 두 세계로 갈라진 개미와 베짱이
개미에게 베짱이는 벌레상사의 동료들과는 다른 세계 사람이었고
베짱이에게 개미 역시도 다른 세계 사람이었다
시간이 지나고나면, 누가 선을 그었다라고 할 수 없이
여러개의 세계로 구분이 되어간다
하지만 무의식에서 너무 달랐던 두 개의 존재는 서로를 휘감고 있었고
열등감과 우월의식, 성공욕과 성취욕 서로 다른 가치관이
복합적으로 얽히고 설킨 베짱이와 개미
현실 세계에서는 볼 수 없어도
서로의 존재는 평생 각자의 이면이 될 것이다.
00 부동산에 중독된 마케터
마케터가 부동산에 중독되고 생긴 일
마케터가 알려주는 부동산으로 살아남기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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