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 계급에 살고 있을까?
부동산 계급사회를 이야기하기 위해 두 거장의 이야기로 시작해볼까 한다.
(1) 사회학자 부르디외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서로를 구별 짓는 존재이다.
취향은 권력이고, 취향에 따라 서로 위아래를 구별 짓는다
(2) <미식 예찬>을 쓴 사바랭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알려달라.
그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두 명언은 지금 이 시대 대한민국에 이렇게 적용된다.
사람은 서로를 구별 짓는 존재이다.
부동산은 권력이고, 부동산에 따라 서로 위아래를 구별 짓는다
당신이 어디 사는지 알려달라.
그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
과거 어디 사는지는 동네로 귀결되었다.
그 이상은 딱히 알 필요도 없고, 그 자체가 실례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 시대는 어디 사는지에 대한 질문이 진화하였다.
어느 동네 사는지?
자가인지 전세인지?
아파트인지 빌라인지?
몇 평형인지?
회사에서는 직급이라는 계급이 존재한다. 과차장 이상 시니어라고 할 수 있는 계급의 소유자가 있다. 요즘 긴 사회생활도 여전히 전세 생활을 하고 있다면 주니어의 리스펙을 사지 못한다고 한다.
회사에서 특별한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가 아니어도 부동산에 조예가 깊고 실전 경험이 많다고 소문나면 조언을 얻거나 정보 콩고물을 받고자 많은 후배들, 심지어 윗 계급의 사람들도 몰려든다고 한다.
이 이야기들은 완전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10년, 20년 아니 그 이전부터도 존재했던 일부의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모두가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고, 하루 한 달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아파트는 '사는 곳'에서 '사는 것'이 되었고
'사는 것'에서 '재테크의 수단'이 되었고
'재테크의 수단'에서 '자산'이 되었고
'자산'에서 이제는 '계급'이 되어가고 있다.
옷을 못 입어도 괜찮다.
뭐라도 입으면 되고, 다른 요소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으니까.
잘 못 먹어도 괜찮다.
1일 1끼가 좋다는 말도 있고, 다이어트도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자지 않으면?
두 발 뻗고 머물 나의 공간, 집은 필요하다.
집은 투자의 대상이기 이전에 살아가는 공간
부동산은 선택이 아닌 필수재이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가 있다. 바로 이 부동산이라는 필수재가 계급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금이 많은 사람이 부자였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엔 현금거래도 많고, 세금신고도 제대로 안 했던 때니깐. 취향이 부자인 적이 있었다. 해외여행 다니고, 명품을 걸치고, 와인과 예술에 대해 많이 아는 게 부유하게 보였으니깐. 하지만 지금은 계급이 하나로 귀결된다.
기사로 소식을 살펴보자. 연예인이 성공하면 건물을 사고, 웹툰작가가, 사업가가 성공해서 큰돈을 벌면 어김없이 모두 건물 혹은 강남 아파트를 산다. 성공을 하면 그것들은 사고, 그것들은 역으로 성공의 상징이 된다. 사람들은 꿈꾼다 강남의 아파트를, 그리고 건물주를.
지금 이 시대에 진짜 부자는 현금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는다. 건물에, 아파트에, 상가에, 땅에, 주식에, 채권에 담아 놓는다. 현금을 가지고 있어 봐야 넘쳐나는 유동성, 급격하게 높아지는 자산 시세에 점점 현금가치가 줄어들 뿐이다. 그들은 부동산에 자산을 담아 시간과 함께 더욱더 크게 키워내고 있다.
배고픈 예술가가 낭만인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부동산 가진 예술가가 낭만인 시절이다.
아니, 부동산 그 자체가 예술인 시대이다.
그렇게 부동산은 이 시대 계급의 상징이 되고 있다.
부동산 카페가 그 어떤 곳보다 트래픽이 많고 유튜브에서는 부와 부동산에 대한 계정들이 넘쳐흐른다. 그곳에서 탄생한 권위자는 신봉이 되고, 그 영향력은 가히 절정을 이룬다. 포털 기사를 보면 온통 부동산 그리고 돈과 관련된 내용이다. 2030들은 그룹을 모여 마치 고시처럼 '부동산학'을 공부한다.
전국 수십만의 사람들이 부동산학 자격을 얻기 위해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한다. 카톡에서 존재하는 무수한 단체방이며 가족, 친척 톡방이며 '부동산', '아파트', '집값' 키워드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난다.
왜? 필수재가 계급이 되었으니까. 월급은 계급 상승을 위한 수단이 아님을 알게 되었으니까.
현실과 반대로 가고 있는 정책 덕택에 계급은 더욱더 공고히 되고 있다. 부동산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그 안에서도 많이 가진 자와 하나만 가진 자로 나뉘어 그들의 리그가 생겨난다.
(1) 상위계급 : 부동산을 많이 가진 자, 드러내지 않고 키운다
그들은 소속된 사회적 집단의 포지션과 별도로 경제 측면에서 다른 계급을 가진다. 하지만 이들은 잘 드러내지 않고, 이야기를 아낀다.
왜? 누군가를 계몽할 시간에 자신의 자산을 키우는 에너지에 쏟는 게 나으니깐.
왜? 자신의 거쳐온 축적의 시간을 건너뛰고 답만 알려주는 어미새가 되는 건 별로니깐.
부동산은 답이 아니라 과정인 것을 모르는 이들을 안타까워하며, 그들 간의 리그에서 그들끼리 각자의 영역에 정보를 나누며 더욱더 강해져 간다.
(2) 중간계급 : 부동산을 하나만 가진 자, 영끌로 마련하거나 쭉 보유하거나
계급 사회에 이제 막 진입을 했거나, 중간계급의 초입에 위치해 있다. 이 안에서 한채의 가치로 또다시 촘촘하게 계급이 나뉘다. 이들은 위 계급을 바라보며, 그들과의 접점과 인사이트를 갈구한다. 더 큰 거인에 올라타고 싶어 하고, 위 계급이 걸어온 길을 좇는다. 그러기 위해 공부를 하고, 교류를 하고, 기사를 찾는다.
(3) 하위계급 : 부동산을 가지지 못한 자, 독을 뿜거나 갈망하거나
이들은 둘로 나뉜다. 하나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지지하며, 위의 계급들을 비난하고 사회의 악으로 규정한다. 하나는 막연하게 언젠가는 올라가야 함을 인지하거나, 혹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다.
여기서 부동산 계급 간의 선과 악을 규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가진 자의 얼굴은 우리 어머니 혹은 친구의 아버지, 나의 은사일 수도 있고 가지지 못한 자의 얼굴이 나 자신일 수도, 내 사회적 집단의 누군가일 수도 있다. 현상을 그대로 바라보아야 한다.
부동산에서 감정을 빼고
선과 악을 떼고 생각하자.
이 계급사회 확산은 끝이 아니다.
태풍이 퍼져
50대 이상의 리그에서
3040 영끌 내집마련으로 퍼지고
미래 세대인 20대로까지 전이되고 있다.
웹툰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1020이 많이 보는 웹툰 플랫폼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계급 요소이 여럿 보인다.
만화 속 연쇄살인이 일어난 건물이 있는데, 여기서 건물주 종부세를 걱정해주는 댓글이 나오기도. (유머의 일환이지만 웃픈 풍자)
미래의 모습을 떠올리자면 진짜 부동산 계급사회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점점 더 심화되고, 향후 공급이 없고 유동성이 넘쳐나고 팬더믹이 해소되어 다시 실물경기 회복세가 찾아온다면? 이후 수년간 부동산이라는 거인의 몸은 더욱 커지고 커져 지금과는 이루 비교할 수 없는 더욱더 큰 거인이 되고 거인 위에 올라탄 사람과 올라타지 못한 사람으로 구분될 것이다.
부동산이 계급을 만든 것이 아니다.
사람이 부동산을 계급화한 것이다.
가만히 앉아 불특정 다수를 욕하며 아래에서 거인을 바라볼 것인가?
힘겹게 거인에 올라타서 점점 커져가는 거인과 함께 계급사회 안으로 들어갈 것인가?
- 부동산 크리에이터, 초인 힙지노
https://www.instagram.com/boomiboomi2/
00 부동산에 중독된 마케터
마케터가 부동산에 중독되고 생긴 일
마케터가 알려주는 부동산으로 살아남기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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