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중독되고 일상에서 뒤바뀐 변화들
많은 이들의 꿈 내집마련. 명품이나 자동차와 같은 사치재와는 다르게 집은 의식주, 먹고 자고 살아가는 필수공간이기 때문에 결혼을 위해, 육아를 위해 그리고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부동산이다. 그런데 점점 높아가는 금액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많은 가족들이 이 부동산으로 고민을 하고 있어 담아보는 개인의 경험담과 요긴한 팁에 대한 이야기.
그 시간 동안 지금 살고 있는 집이 2배로 올랐다. 그럼 큰 돈 번 거 아니냐고? 서울 아파트도 아니고, 브랜드 아파트도, 신축도 아닌 조그만 아파트다. 그리고 깔고 앉아 있는 집이고, 매달 갚아나가는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도 작지 않다. 시세상승은 분명히 자산가치의 상승이고, 더 나은 미래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지만 오히려 가장 크게 달라진 건 그 과정에서 배우며 내집마련 전후 달라진 마인드.
내집마련을 하고 달라진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본다.
집을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거나, 향후 내집마련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기억해야 할 이야기.
*함께 보면 좋을 이야기
2018년 지금으로부터 4년 전, 부모님과 함께 평생을 살던 집에서 하루아침에 나와 독립하게 되었다. 그곳은 서울 문정동에 위치한 보증금 3천에 월세 60만원 짜리 원룸 오피스텔. 나름 주변 여건도 깔끔했고, 회사로 출퇴근하기에도 괜찮아서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혼자 살게 되면서 두 가지의 큰 변화가 있었다. 먼저 혼자 살면서 필요한 아이템들을 마련하고 나만의 공간이 생긴 것. 그렇게 집도 꾸미며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는데 동시에 함께 찾아드는 게 있었으니 바로 갑자기 나가기 시작하는 고정적인 지출. (거주비, 식생활비, 공과금 등)
참 아까웠다. 무엇이? 월세가. 월세 60만원이 1년이면 720만원이고 관리비까지 하면 840만원인데 그냥 사라지는 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심을 했다.
내집마련을 하자!
내집마련을 결심하고 시작한 부동산 공부.
부동산을 좀 알았을까? 1도 모르는 부린이 (=부동산 어린이, 부동산 초보를 지칭하는 말)였다. 처음 재건축이 뭐고 재개발이 뭔지, 고덕이 어딨는지 마곡이 어딨는지도 모르는 부린이로 공부를 시작했다. 한 부동산 스터디에 나가서 기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고, 책 유튜브 팟캐스트 등 다양한 채널로 기본기를 쌓아가기 시작했다.
*TIP : 중고등학생이 나이 든 학자나 중년이 아닌 대학생에게 과외를 받듯이, 내집마련을 바라는 무주택자에게는 이제 취득한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의 생생후기가 가장 큰 도움이 된다. 그것도 오프라인에서 대화를 통해. (스터디, 술자리 모두 금쪽같은 시간)
그런데 부린이였던 것만큼이나 안타까운 부분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작고 귀여운 시드머니. (부동산 구매를 위해 필요한 최소금액) 그 당시 모아놓은 돈이 많지 않았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게 그 당시 가진 자금으로는 내집마련을 할 수가 없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나만의 방법이 필요했다.
부동산 경매로 내집마련을 하자!
그래서 선택한 방식이 바로 부동산 경매. 경매를 통해서 사면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당시의 나로서는 저렴하게 취득하기 좋은 하나의 방법이었다. 책과 유튜브로 독학하며 경매를 공부하고 부동산 내공을 키우면서 주말마다 새로운 동네를 돌아다녔다. 그렇게 내공을 쌓기를 반년, 이제는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출격을 마음먹는다.
부린이는 내집마련에 성공할 수 있을까?
(산에서 칼을 휘두르며 수련을 하다가 이제 막 무림에 나가는 초보 무사 심정이랄까)
*TIP : 경매를 공부할 때 학원을 가야하는지, 누굴 찾아가야 하는지 문의가 많은데 그 분야의 마스터가 될 게 아니라면 독학으로도 충분하다. 부동산 읽어주는 남자 유튜버의 경매강의로 시작하면 좋고, (그 당시 대부분의 영상을 무료로 들을 수 있었다) 경매서적 5권 정도 읽으면 기본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괜찮은 물건을 찾았고, 그 물건은 낡은 서울의 빌라. 다각적으로 분석도 하고 고민하며 낙찰가도 선정해서 법원에 갔고, 입찰을 하게 되었는데 결과는 어땠을까? 탈락! 가장 높은 금액을 써서 입찰한 사람이 가져가게 되었다. 처음이니까 뭐. 경매는 싸게 주택을 사기 위한 방식인데, 막상 낙찰을 받아가는 사람들은 시세에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낙찰받는 실제 비율은 아주 낮은 편이다.
그렇게 여러 번을 반복하며 다섯 번을 떨어졌다. 왜지? 사람들은 왜 경매까지 와서 계속 비싸게 낙찰받아가는 걸까? 마음 같아선 마음 정한 가격보다 확 1천, 2천 더 써서 낙찰을 받고 싶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돈이 많지가 않았으니까. 그래서 경매를 선택한 거였으니까. 직장인으로 회사를 매일 가야 하는 신분이었고, 연차 내서 매번 법원에 가기도 쉽지 않았기에 연이은 탈락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렇게 몇 달이 이어지다 6번째 도전에 드디어 낙찰! 부동산 공부를 시작한 지 1년, 경매라는 판에 뛰어든 지 6개월 만의 결실이었다. 장소는 광명이었고, 당시 시세보다 3천만원 정도 싸게 매입할 수 있었다. 낙찰가는 3억대였고, 준비된 자금이 적었기에 보금자리 대출로 70%의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여기에 신용대출을 여럿 끌어다가 힘겹게 잔금을 맞출 수 있었다. 등기를 치고 첫날 집에서 잠든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첫 이사 날 만취해서 기억에 없다는) 그렇게 내집마련을 하게 되었고, 그 집에서 지금까지 3년 가까이 살아오고 있다. 그 사이 부동산시장이 계속 활황을 보이며 3자리가 7자리로 올라가는 마법을 직접 보게 되었다.
여기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의 핵심은 부동산 경매 그 자체가 아니다.
경매는 하나의 수단이었고, 내집마련을 위해 부동산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여러 변화들. 여기에 부수적으로 다양한 루틴이 생겨났다. 어떤 루틴들이 있을까?
첫 번째, '새로운 동네'를 알아가는 걸 좋아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주말이면 이태원이나 홍대처럼 맛집 많고 취향에 맞는 힙한 동네만을 찾았는데 부동산을 공부하면서 주말마다 찾는 곳이 바뀌게 되었다. 구리, 하남, 광교, 위례, 성남, 군포 등 새로운 동네를 가서 그 동네 분위기가 어떤지, 누가 사는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부동산과 동네를 돌아다니는 걸 임장이라고 하는데, 데이트도 임장으로 가기도 하고 (부동산에 빠진 걸 미리 부밍아웃한 후에) 동네를 돌고 나서 그곳 맛집 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부동산에 들어나서 소장님들과 넉살좋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점점 부동산이 일상이 되어갔다.
*함께 보면 좋을 이야기
두 번째, '경제와 정책 뉴스'에 더 많이 관심을 가지고 되었다.
이전과 다르게 금리, 세금, 대출정책이 어떻게 변하는지 계속 보게 되고 각종 개발호재와 도시계획을 보게 되었다. 이것들이 실제로 나의 자금마련에, 내가 갚아가야할 대출에, 내 자산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때문에 더 몰입감있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세상의 이치와 이를 바라보는 시야가 더 넓어지게 되었다.
이렇게 새로운 동네를 알아가고, 각종 개발 계획을 공부하면서 부동산을 보는 눈을 키워갔는데 신기하게도 경매물건에 이전에 임장하며 봤었던 광명의 아파트가 나온 것. 미래가치가 좋은 입지여서 고민할 거 없이 입찰했고 낙찰까지 이어지게 되었던 것. 그렇게 부동산을 공부하면서 새로운 동네를 알아가고, 각종 경제 소식과 정책을 수시로 보게 되는 루틴을 가지게 되었다. 나의 일상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져 갔다.
내집마련을 했던 방식이 부동산 경매라고 밝였는데, 이런 궁금증이 들 것이다.
경매로 내집마련 괜찮을까?
위험하진 않을까? 끝물 아닐까?
부동산 경매 취미가 가진 3가지 장점으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것 같다.
첫 번째,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것
에이 그거 다 옛날이야기야~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데 그건 전체의 일반화이고, 분명히 지금도 기회는 있다. 경매는 전국 법원에 걸쳐서 진행이 되고, 특히 서울 수도권만 해도 북부, 남부, 서부, 수원, 성남, 안산, 안양 등 다양한 곳에 걸쳐 매주 진행되기 때문에 매물은 항상 있고 기회는 계속 열려 있다. 다만 필요한 것은, 그 안에서 가치 있는 것을 발견하는 눈을 키우고 적정가치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여기에 더해 레버리지, 즉 대출을 활용해서 보다 적은 비용으로 마련할 수 있다는 것. 흔히 가지고 있는 오해가 경매면 더 많은 대출이 나올 것이라 생각하는데 주택의 경우에는 일반 매매와 동일한 주택담보비율이 적용된다. 다만 경매를 사게 되면 다양한 대출 브로커들을 통해 더 다양한 기회와 상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TIP : 대출 브로커는 대출을 해주는 기관과 사용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이고 대출 수수료는 이용자가 아닌 기관이 부담하기 때문에 다양한 브로커를 통해 알아보는 것이 좋다.
*함께 보면 좋을 이야기
두 번째, 부동산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
매물의 감정가가 싼 지 비싼지 입지를 분석하면서 기본을 쌓을 수 있고, 대출은 얼마가 나올 수 있는지 정책을 공부하게 된다. 그리고 등기를 치고 명도라는 기존 세입자를 보내는 과정을 통해 협상력도 키울 수 있다.
세 번째, 안전한 거래방식이라는 것
흔치는 않지만 부동산을 통해 일반 매매를 할 때 권리관계를 속이는 등 중개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들이 종종 있다. (부모님도 실제 이런 건으로 많은 마음고생을 하신 적이 있다) 경매물건은 전부 공개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또 법원이 중개를 하기 때문에 그 어느 과정보다도 투명하고 안전할 수 있다.
*TIP : 지지옥션이나 스피드옥션 같은 경매 사이트 유료결제하면 분석 시간도 많이 줄일 수 있다. 경매를 진지하게 마음먹는다면 월 결제액 몇만원은 기꺼이 투자하기를 추천한다.
이런 장점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경매를 익히는 과정 = 부동산을 빠르게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과정과도 같다.
요약해보면 부동산 경매의 장점은 다음 세가지를 기억하면 좋겠다.
첫 번째,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다
두 번째, 부동산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세 번째,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
이렇게 내집마련을 마음먹었던 순간부터 취득하는 과정을 통해 달라진 것들, 그 안에서 배운 것들을 담아보았다. 그리고 부동산에 중독된 채 지금도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을 하고 있고, 다양한 부동산 관련된 콘텐츠들도 만들고 있다. (수익 1도 안 되는 순전히 덕력으로 하는 활동들) 지금도 늦지 않았냐고? 아직 늦지 않았다. 이제 끝물이야. 이제 다 폭락할거야. 라는 말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수년째 들어왔고 그러길 기대하는 사람들의 반복되는 좌절 속에서도 반대로 공부하고 실천하고 움직여 성취한 많은 사람들을 보아왔으니까.
작은 경기도의 아파트이지만,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데 큰 힘이 되는 것 중의 하나가 지금 살고 있는 이 보금자리이고 그 과정에서 배우고 쌓은 것들은 더없이 소중하다. 이걸 꼭 기억하면 좋겠다. 부동산의 시작은 '내집마련'부터이고, 이를 위해 먼저 진지하게 마음먹고 공부하며 시간을 들여야 한다. 인서울 대학가려면 공부를 제대로 해야하고, 스포츠를 잘 하려면 끊임없는 맹연습이 필요하다. 가만히 앉아서 세상이 가져다주길 바라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키워나가면서 이 이야기를 통해 언젠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사람이 몇몇이라도 생겨나기를 기대해본다.
- 부동산 크리에이터, 초인 힙지노
*다음에 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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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부동산에 중독된 마케터
마케터가 부동산에 중독되고 생긴 일
마케터가 알려주는 부동산으로 살아남기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