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만들 것인가, 빛을 만들 것인가
지난번에 부동산 계급사회에 대해 담아보았다.
부동산이 이 시대 계급의 상징이 되면서 서로를 구별 짓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
내집을 갖고, 더 나은 곳으로 옮기고 그렇게 이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대출에 감춰진 레버리지의 진실을 깨닫고 이것을 이용해야 한다. 대출이 권력이 된 사회이기 때문에.
그럼 왜 이 시대에 대출은 권력이 되었을까?
뜨거웠던 뉴스가 있었다. 신용대출로 집을 사면 대출을 반납시킨다는 내용이었는데, 막차로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적용일 전 날까지 은행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바야흐로 대출 난리통이 벌어졌다.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대출을 받으려는 걸까?
왜 나라는 대출을 못 받게 하려는 걸까?
그 중심에는 바로 화제의 중심, 부동산이 있다
그와 관련해 요즘 부동산의 큰손이 된 30대들에게 유행하는 말이 있다.
영끌대출
영혼까지 끌어낸 대출로 아파트를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집값이 계속 오르는데, 소득은 한정되다 보니 각종 대출을 활용해서 집을 사서 실거주하거나 전세를 끼고 사면서 들어가길 기다리기도 한다. 이들 나름의 생존법이다.
신용대출, 담보대출, 학자금대출, P2P대출. 그 외에도 무수히 존재하는 많은 대출들.
대출은 대체 무엇일까?
대출은 이 시대에 무엇을 의미할까?
이 자본주의 시대에 무엇을 안겨줄 수 있을까?
대출에 대해 알아가고 실제로 여러 상품을 이용하고 경험하면서 지금 이 시대가 갖고 있는 대출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먼저 대출은 물건이 아니다. 돈을 의미한다.
그럼 돈은 무얼까, 지폐?
그럼 돈을 다발로 들고 다닐까?
요즘 결제하실 때 이 지폐로 쓰이고 있을까?
지금 이 시대의 돈의 실체는 지폐가 아니라 가상에 존재하는 신용의 숫자이다. ‘돈의 감각'이란 책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돈은 신용이다
신용은 빚이다
그렇다면 돈은 빚이다
옛날 어른들로부터 이렇게 배워왔다. 빚은 나쁜 것이라고. 하지만 자본주의 시대는 돈이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 돈은 좋은 것이고 빚은 나쁜 것이다? 돈은 애초부터 빚이기 때문에 빚이 나쁜 것이라는 명제부터가 맞지 않다.
그럼 왜 돈이 빚일까?
이걸 설명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가정이 필요하다.
대출은 권력이다
이게 뭔 소리일까?
돈은 빚이라는 말에 이어, 대출은 권력이라니.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누군가 건물을 사면 이 은행 저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라고 연락이 온다고 한다. 더 좋은 조건으로 빌려주겠다고. 이를 테면 100억짜리 빌딩을 사서 70%의 담보대출로 70억의 대출을 일으키면 그렇게 실행이 된 대출은 해당 지점의 커다란 자산이 된다. 이건 7천만원짜리 대출을 100건 성사한 것과 마찬가지이며 7억짜리 대출 10개와 동일한 성과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자소득도 있지만 고객의 예치금이나 대출이 실적이 되기 때문에 이런 큰 금액의 대출은 모든 지점이 탐내는 찬스이기도 하다. (은행은 예치와 대출의 알고리즘 속에서 돌아가는 자본주의 금고이다)
그리고 대출을 회수하게 되는 순간 해당 지점의 자산이 일시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대출을 일으킨 사람을 유지하기 위해 VIP로 모시고, 대출을 한 사람은 돈도 빌리고 대우도 받는 그런 우월한 위치에 서게 된다. 여기서의 대출은 권력이 된다.
그럼 모든 대출이 다 그럴까? 앞서 말씀드린 케이스는 건물이라는 아주 우량한 상품이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다. 조그마한 마이너스 통장을 하나 만든다고 VIP가 되지는 않는다.
앞서 사례가 건물이라는 우량 담보를 가진 케이스였다면 그럼 신용대출은 어떨까? 의사가 개업을 하면 수억을 빌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럼 무일푼이고 직업이 없는 누군가가 가게를 연다고 하면 어떨까? 연봉 1억을 받는 대기업 부장과 연봉 3천만원의 계약직 사원이 얼마씩 빌릴 수 있을까? 통상 소득의 1.5배 정도를 신용대출로 빌릴 수 있다고 하면, 그 증거가 되는 소득에 따라 한도 차이가 달라진다.
정규직 VS 비정규직
전문직 VS 일반사무직
누가 더 많은 신용을 가질까?
그럼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겠다.
신용은 경제적 능력치이다
즉, 앞서 이야기한 두 가지, '대출은 권력이다'와 '신용대출은 경제적 능력치이다'를 합치면 내가 벌 수 있는 소득과 내가 얻을 수 있는 대출의 합계가 바로 이 사회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자본의 신분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의 소득은 현재 받고 월급과 앞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의 지속성을 모두 담고 있다. 지금 당장 수입이 없어도 개업을 앞둔 의사에게 많은 돈을 빌려주는 것과 같은 이치. 신용대출은 신용을 담보로 현재 받을 수 있는 가치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돈은 빚이다
이렇게 대출의 본질에 대해 담아보았다. 그리고 또 대출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흐름이 있다.
1980년대 고성장 시대에는 은행 이율이 얼마였을까? 잘 나갈 때는 15%? 이것은 은행에 맡기면 그만큼 이자를 받는다는 말이기도 하면서 반대로 은행에서 빌리면 15%의 이자를 감당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15% 이자,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 않은가?
과거의 고이율은 우리나라에 집을 담보로 하는 사금융, 즉 전세제도가 생겨난 원인이기도 하다.
그럼 지금 이 시대는 어떨까? 지금 우리는 저금리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무제한 양적완화를 하며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은 거의 제로금리에 가까운 정책을 펼치고 있고 우리나라도 역사에서 가장 낮은 금리정책을 펼치고 있다. 10% 금리일 때는 1억을 빌리면 월 83만원이 이자를 내야 하는데, 이제는 3%이면 25만원만 내면 되니 부담액부터가 다르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겠다.
지금 이 시대의 정의는 이렇다.
대출이 권력인 시대
저금리의 대출 르네상스 시대
각자가 다른 크기의 대출, 권력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대출을 갈구하고 또 누군가는 대출을 무서워한다. 누군가를 대출을 레버리지로 이용해서 더 큰 부를 만들고, 누군가는 대출을 받아서 소비에 집중한다. 각자가 가진 권력을 다르게 활용한다. 투자를 위한 레버리지는 더 큰 자산, 빛을 만들어낼 수 있고, 소비를 위한 대출은 옛날 어른들이 말하던 위험한 빚이 될 수 있다.
대출을 맞이하는 감정과 태도가 다를 수는 있어도, 이 레버리지의 개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자본주의의 신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이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하나의 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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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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