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최문희 매니저
배우고 싶은 것이 참 많은 요즘입니다. 배워서 남도 주고 나도 잘 쓰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배움 자체가 즐거움이고 배우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순수한 동기면 좋으련만, 요즘 같은 시대에는 끊임없이 배워야 산다는 생존 법칙이 더 크게 작용하는 듯합니다.
생각만큼 배움의 길을 가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하루 주어진 시간 안에서 해내야 할 일들이 많으니 뭘 배우겠다 말하기도 뻘쭘하게 시간이 흘러가기 일쑤고, 설령 뭘 배우고 있다 하더라도 이게 맞나 싶어 중간중간 머뭇거립니다. 생존법칙이라 한들 당장 쉬어야 할 숨쉬기만으로도 바빠 배움과 멀어지는 게 일상다반사입니다.
그래서 마녀는 스스로 구하고 찾는 사람을 존경합니다. 그런 사람은 생각에 그치지 않고 실천하는 사람이고, 쉽지가 않은 일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종종 마음이 앞서고, 말이 천리밖으로 먼저 달려 가는지라 그런 사람이 대단하게 느껴지고, 어려움이 있는 일을 헤쳐 나아가니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지요.
배움이란 것이 누구나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것인데도 실제로는 누구나 어디서든 배우지 못하고 어렵게만 느끼니 일도 사람도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합니다. 마케팅도 참 많이 배워야 하는 영역입니다. 단순히 이론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사람을 알아야 하고 팔 것에 대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마케팅은 그래서 어렵습니다. 그래서 또 쉽기도 합니다. 그 어려움을 알고 풀어 나가는 노력 속에서 해답을 찾기도 하고 뜻밖의 행운을 만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토크뷰 주인공은 이런 마케팅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끊임없이 구하고 찾는 배움을 통해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마케터입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저는 "되면 한다, 안 돼도 되게 한다." 실천과 실행을 굉장히 중시하는 사람이에요. 특히 배움에 목말라해서 배우고 싶거나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실행해 봐요. 그리고 생각해 보고, 생각에서 멈추지 않고 길을 찾아봅니다. 주변에서 '굳이 해야 하나'라고 할 때도 될 때까지 하죠. 그러다 보니 안 해도 되는 데 사서 고생도 합니다. 하하하. 일과 병행하며 뭔가를 배우려니 점심시간에도 여유 없게 살다가 건강을 해치기도 했었지요. 후회는 안 하지만 이제는 조금 균형을 맞추며 편하게 살아도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유명 광고대행사 몇 곳을 거쳐 현재는 인하우스(일반기업)로 옮겼는데, 계기가 있나요?
- '데이터'때문이에요. 전에는 재밌는 카피, 임팩트(impact) 있는 광고와 바이럴 위주로 고객의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했었는데, 지금은 거의 온라인에서 마케팅 활동이 펼쳐지다 보니 과거의 방식과 문법으로는 연결이 잘 안 되고 매출에도 효과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온라인상에서 연결을 하려면 데이터가 있어야 하고, 그 데이터를 읽고 해석해서 크리에이티브로 다시 연결해야 하는데 대행사에서는 고객의 데이터 접근에 한계가 있거든요.
저는 마케팅 캠페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이랑 연결시킬 수 있는 데이터를 보고 싶었어요. 데이터를 읽고 분석하고 크리에이티브로 연결하는 능력은 큰 자산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이 훈련이 덜 되어 있기도 했고요. 그래서 직접적인 고객 데이터를 보고 연결하는 능력을 키우고 싶어 일반 기업으로 이직을 하게 됐습니다.
왜 사업에 연결시킬 수 있는 데이터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지?
- MBA에 다니면서 관점이 많이 바뀌었어요. 캠페인이 좋았다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출까지 연결시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행사에 다녔을 때는 크리에이티브는 좋았는데 매출 전환 효과가 없다면, 그게 왜 효과가 없었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했거든요.
MBA를 하셨군요. 계속 배우는 이유는?
- 마케팅에 대한 욕심이 큽니다. 기술 변화에 따라 소비자 접점이 달라지니 계속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비자 이해를 바탕으로 마케팅을 하고 사업과 연결시켜야 한다고 봐요.
원래 마케터가 꿈이셨나요?
- 아니에요. 여러 번의 인턴 경험을 통해 찾은 일이었어요. 정치외교학과 전공을 하고 외교부에서 인턴을 했었는데 제가 생각한 외교부와 많이 다르더라고요. 기자에 도전하고 싶었는데 글을 못 쓰고, 방송국 쪽 일을 해보니 실망스럽더라고요. 유일하게 광고대행사에서 인턴 할 때 실망하지 않았어요. 비록 인턴이었지만 야근을 해보니 제가 쓸모 있는 존재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죠. 분석부터 크리에이티브까지 경험하면서 이 일을 하려고 그간 그런 경험을 했구나, 생각하며 졸업하고 첫 직장으로 광고대행사에 입사를 했어요.
첫 직장에서 어떤 일을 했나요?
- AE로 유한킴벌리 화이트, 피자헛, 필립스, SK에너지 등 유명 기업들과 함께 협업했어요. 그때는 정말 할 일이 많아서 제가 쓸모가 많은 사람이구나 생각했지요. 야근도 잦았던 때로 가끔은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었지만(하하하), 촬영장도 가고 내가 생각한 것이 광고로 나오니까 너무 좋고 재미있었어요. 특히, 외국계 기업의 브랜드가 국내 들어올 때 피치(pitch)가 들어가는데, 그걸 저 연차때 할 기회가 많아 감사했죠.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면?
- 한 브랜드 과제로, 월별로 매장 현장을 방문해 보고서를 써야 했었는데, 특이사항이나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 월보고서를 쓰는 일이 곤혹스러웠었어요. 매장 허락을 받아 브랜드 사진도 찍고 경쟁사 브랜드의 배치, 팝업 문구 등을 함께 조사해야 했는데 매월 그렇게 하는 데 제약이 있었죠. 그래서 꼼수도 생각해 보고 머리를 쥐어짜며 월보고서 과제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하하.
보고서에 쓸 말이 없는데 써야 하는 고충, 하하하,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그래도 그 덕에 업무 스킬이 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 네, 맞습니다. 하하하. 지나고 나니 그때 그렇게 쥐어짜 내던 훈련 덕에 새로운 것들을 볼 수가 있었고요. 문서를 작성하고 보고하는 기술이 늘었어요. 그 당시에는 포장하는 기술이 없어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사회초년 시절 많이들 '화장실 문고리 잡고 운다'고들 하잖아요. 혹시 그런 경험이 있나요?
- 하하하. 있습니다. 많이 혼났던 일이 떠오르네요. 광고 제안서를 작성했는데, 내용은 좋다고 피드백을 받았는데, 제안서 디자인 색상에서 핑크색을 투톤(two-tone)으로 썼다고 상사께 혼이 났습니다. 투톤을 동시에 쓰면 복잡해 보이고 색이 깔끔해 보이지 않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한 톤으로 통일하라는 피드백을 받고 밤 9시에 수정을 시작해서 11시경 퇴근하면서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하하.
둘 다 핑크색이고 또 한 톤이 단조로워 보여서 투톤을 쓴 건데, 상사 분은 다른 색이라고 하시더군요. 그 당시에는 당연히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이제는 무슨 얘기인지 잘 이해하고 있고요. 그 덕에 투톤으로 색은 잘 안 쓰고, 색감이 다른 것을 잘 발견하게 되었어요. 미묘하게 다르다는 걸 알게 된 것이죠.
상사 덕에 색감 구별의 여왕이 된 거네요. 하하하. 억울했던 점도 있었을 텐데.
- 엄청 혼났는데 너무 회사에만 있으니까 힘들더라고요. 전 계획적인 사람이라 시간을 쪼개서 쓰는데, 자정 12시까지 야근을 하니까 저를 잃어가는 것 같더라고요. 한 번은 떡을 싸와 저녁으로 먹으며 일하고, 밤 9시에 퇴근해서 요가 수업을 가려고 한 적이 있었어요. 저녁 시간을 아껴 일하고 좀 더 일찍 퇴근해 보려는 심산이었죠. 그런데 9시에 퇴근하겠다고 했다가 엄청 혼이 났어요. 제 일이 끝났다고 일이 끝난 게 아닌데, 퇴근을 한다는 것이었죠. 팀 일이 끝나는 걸 봐야 한다는 얘기가 그때는 정말 이해가 안 되었어요. 그날 요가 수업은 못 갔고, 그다음에 새벽 수업으로 바꾸었죠. 하하하.
지금은 이해가 되나요?
- 강제 야근을 시키려 그런 건 아니었다는 것은 이해하죠. 하하하. 팀 내 일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거였죠. 하지만 저는 팀을 어떻게 관리하는 게 좋을지 계속 생각해요. 웬만하면 일찍 퇴근해도 되는 팀원은 일찍 갈 수 있게 해주려고 하고 있어요.
반대로, 제가 시차가 있는 다른 국가와 일을 하면, 업무 외 시간에 일을 많이 하니까 다른 팀원들도 그 공을 인정해 주더라고요. 보통은 제가 브리핑하고 6시 퇴근하면 다른 국가에서 실행하고, 다음날 아침에 다시 제가 확인을 하는 식이예요. 하지만 이틀 안에 어떤 실행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밤새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일해야 하니까 팀원들도 그런 부분을 알아주더라고요. 서로가 서로의 업무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대행사와 인하우스, 일하기 좋은 곳은 어디라고 생각하나요?
-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사람들, 예산, 크리에이티브도 좋고 자원이 풍부한 곳이 핏(fit)이 맞는 것 같아요. 애착 브랜드를 키우는 재미를 느낄 수 있거든요. 브랜드 담당자라고 해서 꼭 담당 브랜드를 좋아하는 건 아닌데, 저는 제가 담당하는 브랜드를 정말 좋아해요.
중요한 얘기네요. 자신이 맡은 브랜드를 좋아하고 애착을 갖는 것. 당연한 말 같은데, 당연하지 않게 일과 별개로 브랜드를 대하는 분들이 있기는 하죠.
예산이 풍부한 곳은 누구에게나 핏이 맞지 않을까요? 하하하, 예산이 마케팅에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예산이 많으면 그냥 좋은 거겠지만요.
- 예전에는 TV만 틀면 광고가 노출되었고, 여러 번 노출하면 효과가 있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디지털 채널이 분산되고, 콘텐츠 소비 주기도 짧다 보니 콘텐츠 하나 잘 만들어서 성공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봐요. 지금은 알고리즘도 다르고, 광고를 해도 도달이 잘 안 되어 묻힐 수 있어서 여러 콘텐츠를 만들어 채널별로 주입을 하는 게 더 효과적이에요. 예산이 많을수록 좋고, 또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죠.
데이터와 알고리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까요?
- 콘텐츠에 힘이 생겨야 고객 참여를 늘릴 수가 있습니다. 알고리즘을 파악해 알고리즘에 핏 하게, 정확하게 게시물이 뜨게 해야 하고, 플랫폼 사용자들이 어떻게 플랫폼에서 노는지를 파악해 콘텐츠에 잘 설계해 넣어야 해요. 콘텐츠를 잘 구성만 하면 안 되고 놀이를 만들 수 있는 요소를 포착해 목표 고객이 잘 놀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요즘 '짤을 보내는 문화'를 파악하고 이해해 콘텐츠를 만드는 거예요. 제가 발견한 한 콘텐츠가 있는데, 블랙커피가 있는 유리잔에 우유를 부으면 어떤 문구가 보이는 재미있는 게임 콘텐츠였어요. 사랑하는 사람한테 이 콘텐츠를 보내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니 공유가 잘 일어나는 걸 봤습니다.
게임 요소를 넣어 콘텐츠에 재미를 불어넣는 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요새는 콘텐츠의 흥행이 재미에 달려있다고 할 정도니까요. 그간 수많은 콘텐츠를 만들어 오면서 성공 사례도 있었겠지만, 뼈아픈 실패 사례도 있었을 것 같아요.
- 한 기업 광고의 디지털 바이럴을 담당한 적이 있었어요. 당시 고객사가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던 때라 '폼'이라는 말을 가지고 언어유희 캠페인을 할 때였는데, 저는 바이럴을 위해 폼댄스를 만들어서 영상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당시 출연했던 가수 그룹 멤버 중 한 명이 데뷔 전 일으킨 사고가 이슈가 되어서 문제가 불거진 거예요. 멤버가 라디오에서 사과도 했지만 평판이 좋을 수가 없었죠. 유튜브에 영상을 태우긴 했는데, 해외팬들의 댓글 정도에 그치고 큰 성과를 얻지는 못했어요.
광고주의 입김이 많이 들어가 스토리라인도 끌려 다녔고, 모델 의존도도 너무 높았던 것이 위험 요소였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고객과 어느 정도 타협을 하더라도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조율했어야 하고, 기본 팬층이 있는 모델이라도 절대적인 의존을 하는 데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큰 교훈을 얻었더랬지요.
그래서 한때 기업에서 모델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가상 모델을 쓰기도 했었죠. 개인적으로는 사람이 모델로 나오는 광고를 더 선호하기는 합니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처럼, 요즘은 TV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배포할 소셜 미디어 채널이 다양해지고 있는데요. 관심 있게 보고 있는 소셜 미디어가 있나요?
- 인스타그램과 틱톡. 제일 쉽게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플랫폼이고,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는, 세상을 알 수 있는 '창'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마케터가 써보고 일을 하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가 있을까요?
- 이해도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소셜미디어든 제품이든 마케터가 직접 써봐야 '이렇게 하면 되겠다'라는 시각과 해석하는 능력이 생겨요. 실제 상황과 연결시키는 힘도 생기죠. 기술적으로 이해하는 것보다 직접 기능들을 써보고 활용해서 건강한 콘텐츠를 만들고, 놓칠 수 있는 요소도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소셜미디어의 경우, 알고리즘, 기능 변화 등을 직접 써보지 않고 이론에 의존만 하면 통찰이 생기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과제가 주어지면 무조건 써보고, 해봅니다.
소셜 미디어 마케팅 시 주로 활용한 도구가 있다면?
- 소셜 리스닝(social listening) 도구를 썼는데요. 아직은 풍자성 언급은 잘 못 잡아내는 것 같아 일일이 확인을 하고 판단을 했어요. 긍정적, 부정적 언급의 정확도를 높이는 게 중요한데, 그런 소셜 리스닝 도구를 만들어 보고 싶더라고요.
마케터와 달리 콘텐츠를 태울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대내외 고객이 있을 수도 있을 텐데, 어떻게 소통을 하는지?
- 일단 비유를 많이 해요. 예전 제품이나 유사 제품을 사례로 들면 쉽게 이해를 도울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페이스북 세대에게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을 얘기해야 하면, 페이스북의 어떠 어떠한 점에 집중해 영상을 강화한 것이 틱톡이다,라는 식으로 단순하고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해요. 또, 다른 브랜드, 경쟁사, 유명 기업의 사례를 많이 준비합니다. 레퍼런스에 고객이 가장 많이 움직이거든요. 보통 '우리도 OOO처럼 하자', '경쟁사보다 잘 하자'... 이렇게 마무리가 되죠.
요즘 눈여겨보는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가 있다면?
- 챌린지 광고. 활성화 측면에서는 정체기가 아닌가 싶기는 한데, 플랫폼에서 유행할 수 있는 챌린지가 뭐가 있을까 살펴보고 있어요. 예전에는 모두가 한 번씩 해보려고 했는데, 요즘에는 그들만의 콘텐츠라든가, 인플루언서나 연예인만 하는 것으로 대중성이 떨어지는 챌린지들이 많은 듯 보여요. 또, AI로 만들거나 접목한 광고도 중요한데요. 기발함이나 신선함이 떨어지고 있는 것 같아 소재로 활용하고 싶은데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 내기가 힘드니까 고민 지점이 많네요.
마케팅은 계속 고민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마케팅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 공부하고 알아야 한다는 것. 요즘은 예전처럼 영향력이 큰 하나의 캠페인이 없어요. 과거 성공한 캠페인의 방식을 동일하게 적용했다고 동일한 효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죠. 내가 아는 만큼 효과가 나오지도 않고 예상이 잘 안 되기도 하고요. 그런 안정성이 없는 것이 마케팅의 어려운 점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마케팅의 재미있는 점은?
- 정답이 없는 것. 어떻게 잘 구성하고 짜느냐에 따라 재미가 달라지는 것이 마케팅의 재미라고 생각해요. 브랜드 사운드라는 것이 있는데요. 브랜드 사운드가 바뀌었다는 것을 기업 메시지로 소셜 미디어에서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죠.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메시지 효과도 있으면서 재미를 전달할까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하게 돼요. 스토리를 개발하고 시리즈별로 변주도 주고 인플루언서 마케팅도 해볼 수 있겠죠. 이런 점들이 저는 다 재미있게 느껴져요. 때로는 재미없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게 뿌듯하기도 하고요.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세상의 흐름을 읽는 것. 제품이나 서비스를 전달할 때 세상의 흐름과 맞춰서, 맥락에 맞춰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그것이 곧 소비자가 인식하기 쉽게, '내가 필요한 거구나'라고 생각하도록 전달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제품의 효과에만 근거하기보다 지금 세상이 어떤 트렌드를 가지고 있는지와 연결시킬 때 성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대행사에 있었을 때, 이런 요소보다는 광고주 임원만 재미있으면 제안이 통과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요, 마케터로서 삶은 편해졌지만 만족도는 떨어졌던 경험이 생각납니다. 하하하.
마케터가 꼭 갖춰야 할 자세가 있다면?
- 글쎄요. 음. 융통성을 말하고 싶네요. 후배랑 일할 때 답답했던 경험이 있어요. 일을 꼼꼼하게 정석대로 열심히 하고 정성이 있는 친구긴 했는데, 그때그때에 맞는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같은 아이디어라도 시의적절하게 완성시켜야 하는데 늦을 때, 일단 완성되었어도 업무 프로세스에서 끝날 때까지는 중간중간 수정이 필요하기도 한데 그런 부분들을 놓칠 때 아쉬움이 있더라고요. 정답이나 정석만 생각하는 사람은 마케팅을 할 때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마케팅을 하다 보면 에너지가 소진될 때가 많을 텐데요, 개인적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이 있는지?
- 전시나 공연을 보는 것을 좋아해요.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 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있을 때가 있어요. 똑같이 배치를 하더라도 스토리텔링이나 디테일로 전시나 공연이 사는 경우를 볼 때면 좋더라고요. 한 번은 유명 브랜드의 전시회에 간 적이 있었는데 감동을 받았어요. 전시 구조물 중간중간에 구멍들이 있었는데, 그 구멍 안에 영상 인터랙션(interaction)이 있어서 찾아가는 여정을 만끽할 수 있었죠. 스토리텔링과 더불어 조명이 음악과 함께 흘러나오게 하는 디테일의 차이도 경험할 수 있어서 너무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예전 상사께서 잡지를 많이 보라고 코칭을 해준 적이 있어요. 제가 처음에는 광고를 했던 다른 친구들에 비해 PPT 작업을 하나도 못했거든요. 하하하. 전시도 잡지처럼 색감, 스토리텔링, 인사이트에 도움이 많이 돼요. 아, 그리고 걸그룹 댄스도 재밌게 배운 적이 있어요. 춤 분석을 해보면 손짓 등 디테일이 다 다른데, 그런 경험을 하는 데서 저는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아요.
아 혹시 워커홀릭? 모든 것을 일과 연관시키는 그대는 프로 워홀인가요? 하하하. 일을 대하는 진정성과 열정이 느껴져서 부러움이 샘솟네요.
끝으로 5년 후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내게 한 마디 한다면?
- "회사 다니고 있을 텐데, 이게 최선이니? 디지털 쪽에서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은데. 데이터나 AI나 깊이 있게 볼 수 있는 게 있을 텐데 게을러진 것 같다. 연차가 쌓이면서 관리형으로 가느냐 실무형으로 남느냐 기로에 서게 되는데, 내가 지금 그 기로에 있잖아. 그간 실무를 열심히 해온 만큼 실무형 관리자로 실무를 놓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남들이 볼 때는 내가 이것저것 해보면서 자격증이라든지 명패라든지 결과물로 보이는 게 없어서, '쟤는 결과가 없네'라는 식으로 보일 수가 있으니 앞으로는 그런 결과물을 보여주면서 깊게 파보는 것을 해보자. 전에는 카페 가서 공부 투자를 많이 했었잖아."
아니 끝까지 일과 공부인가요? 하하하. 이쯤 되면 배움이 체질이라 하겠습니다. 필요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배움 자체를 즐기는 것 같아 더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습니다. 요새 '마케터의 정석' 같은 분들을 많이 만납니다. 마녀에게는 뜻밖의 행운들입니다. 경험하지 못했던 것, 느끼지 못했던 것, 미처 깨닫지 못한 것, 재미있는 것까지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시간들을 갖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그런 뜻밖의 행운의 시간이었기에 설레었습니다.
행운의 시간을 나누어주신 최문희 매니저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최문희 매니저는 배운 사람입니다. 계속 배우고 있고요. 앞으로도 배움을 멈추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배움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고 자가발전을 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듭니다. 참 잘 배운 사람이 아닌가 하는데요. 요즘 마녀가 읽고 있는 책, <아주 세속적인 지혜>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초반에 모든 힘을 소진하다 끝에 가서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생각은 많지만 실행력이 없기 때문에 항상 흐지부지하게 끝난다. 이렇게 하면 결과물을 내지 못하므로 명성도 얻지 못한다.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사람은 한 걸음 떼고 모든 걸 멈춰 버린다. 인내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끝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은 노력하여 장애물을 극복할 수는 있지만 뒷심이 부족해 최종 완성품을 내놓지 못한다.
.
.
.
현명한 사람이라면 목표물을 쫓아가는 것에만 만족하지 말고, 끝까지 쫓아가 손에 넣어야 한다.
책, <아주 세속적인 지혜>, P242, '끝까지 밀고 가라' 중에서
이 구절을 읽는 데, 실천과 실행을 중시하고, 생각에서 멈추지 않고 길을 찾아보며, 주변에서 '굳이 해야 하나'라고 할 때도 될 때까지 한다는 최문희 매니저가 떠올랐습니다. 끝까지 배움을 밀고 나가 지혜를 얻고 현명한 사람으로 성장해갈 그녀의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진면모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구절도 있었는데요.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주변의 피드백까지 수렴해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찾은 모습이 예로부터 지혜로운 자의 모습이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쓸모 있는 마케팅을 하며, 결과물을 보여주면서 깊이 있는 공부를 하는 것!
사람은 세상만사를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보이는 대로 판단한다. 먼저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동시에 그 쓸모를 드러낼 방법을 찾아라. 잘 드러낼 수 있으면 그 효과가 배가된다. 보이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 책, <아주 세속적인 지혜>, P130, '자신을 제대로 보여줘라' 중에서
어떻게, 과연 이 마케터를 막을 수 있을까요? 하하하. 최문희 매니저의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하겠습니다!
오늘도 한 수 배우는 토크뷰를 마치며,
이상 친절한 마녀였습니다!
[더 토크뷰]는 홍보마케터, 그리고 협업하는 대내외 여러 직군의 사람들을 만나 슬기롭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친절한 마녀의 B2B 마케팅] 매거진 속 코너입니다. 사람에 초점을 맞추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각각의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통찰을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또, 다른 기업에서 일하는 홍보마케터, 개발자, 기획자, 그리고 CEO 등의 이야기를 통해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도 있겠구나’ 이해하며 소통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이 글은 어때요?
[더 토크뷰 시즌 3]
스물두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기분좋~게 가슴 뛰~게 마케팅
L [기고] 당신, 1인 마케터인가요?
스물한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내향형이지만 마케팅은 잘합니다
[더 토크뷰 시즌 2]
스무 번째. [더 토크뷰] 마크툽! 운을 내 편으로 만드는 마케터
열아홉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마케팅 문해력왕
열여덟 번째. [더 토크뷰_CEO 편] 날개를 준비하는 사람
열일곱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위풍당당 마케터
열여섯 번째. [더 토크뷰_CEO 편] 나의 꿈이 너의 꿈을 빛나게
열다섯 번째. [더 토크뷰_피플팀 편]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세계
열네 번째. [더 토크뷰_CEO 편] 가짜 일ㆍ진짜 일ㆍ대표의 일
열세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잇프피 마케터의 불편한 마케팅
열두 번째. [더 토크뷰_CEO 편] 시를 사랑한 청년 CEO-파트 1
[더 토크뷰_CEO 편] 시를 사랑한 청년 CEO-파트 2
열한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서울 강남에 외국계 기업 다니는 마케터 전 과장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