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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가 지망생 May 26. 2016

기업가 기질, 투자자 기질

나는 어떤 사람일까.

기업가, 특히 창업가의 본질은 '똘끼'다. 반면 투자자의 핵심은 '손절매'다. 내가 떠올린 생각은 아니고, 들은 이야기다. 꽤 그럴싸하다. 기업가와 투자자는 모두 돈을 만지는 사람이라서, 얼핏 비슷할 것 같다. 그렇지 않단다. 아니, 그러면 안 된단다. 기업가와 투자자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사람이어야 한다. 


기업가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다들 가망 없다고 해도,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 그게 필요하다. 어떤 회사는 그러다 대박이 난다. 또 어떤 회사는 결국 망한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게 무엇인지는 모른다. 운일수도, 아니면 능력일 수도. 그걸 알려면 끝까지 가봐야 한다. 내게 운이 있는지 없는지는 복권을 사봐야 안다. 아예 복권조차 사지 않으면, 운이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 운이 내게 있는지를 아는 방법은, 그냥 끝까지 가는 거다. 마지막까지 달렸는데, 행운이 안 왔다면, 그제야 알게 된다. 나는 운이 나쁘구나.


능력도 마찬가지다. 세상 일은 한두 가지 능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학창 시절 시험 공부와 다른 점이다. 시험 성적은 지능, 과거 쌓아둔 배경 지식, 그리고 성실성의 조합이 거의 결정한다. 하지만 세상살이는, 특히나 기업 운영은 그렇지 않다. 말그대로 총체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인간적인 매력처럼 계량하기 힘든 요소가 중요하다. 그러니까 끝까지 가는 수밖에 없다. 그 전에는 내게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 없다. 정말 끝까지 갔는데, 그래도 실패하면, 그제야 알게 된다. 나는 능력이 없구나. 어찌 됐건 끝까지 가는 수밖에 없다. 기업가는 그래야 한다.


투자자는 완전히 다르다. 끝까지 가는 건, 패가망신을 부른다. 영원히 수익을 내는 투자는 없다. 적당히 벌고 손 떼야 한다. 아니다 싶으면, 손해 좀 보고 접어야 한다. 이런 결정을 하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러니까 투자가 어렵다. 투자는 손해만 안 보면 성공이다. '손절매' 잘 하는 사람이 최고의 투자자다. 


투자자 기질 지닌 사람이 기업 하면 망한다. 적당히 간만 보다 슬쩍 접는 사람. 돈 좀 벌고 나면 다른 사업 알아보는 사람이 성공한 기업가가 될 수는 없다.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투자자 기질이 너무 세면, 사람도 못 모은다. 숫자를 너무 꼼꼼하게 따지는 기질 역시 마찬가지다.


반대로 기업가 기질 가진 사람이 투자해도 망한다.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누가 뭐라고 하건 끝까지 달리는 게 기업가 기질인데, 그런 식으로 투자하는 걸 '묻지마 투자'라고 한다. 무조건 망한다. 기업가 기질 가진 사람은 '손절매' 타이밍을 놓치기 십상이다. 


기업가 기질 지닌 사람이 투자자 기질이 필요한 직업을 택하면, 인생이 답답하다. 그걸 못 견디고 사고치는 경우가 있다. 법조인으로 치면, 검사나 변호사 했어야 할 사람이 판사를 한 경우다. 


반대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평론가가 창작을 하면, 따분한 결과밖에는 못 낸다. 기업가 기질이 창작에 어울린다면, 투자자 기질은 평론에 어울린다. 


나는 투자자인가, 기업가인가. 모처럼 선선한 오후, 곰곰 생각해본다. 




소설 '알을 품은 섬'


첫 번째 이야기 :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두 번째 이야기 : "머리를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세 번째 이야기 : "활 잘 쏘는 자가 왕 노릇 하는 까닭"

네 번째 이야기 : "화살 맞아도  끄떡없으니 활쏘기란…" 

다섯 번째 이야기 : "화살이 눈에 박히자 가야 전사들은"

여섯 번째 이야기 : "그 활로 나를 쏘거라"

일곱 번째 이야기 : "그들을 나와 함께 황천으로 보내라"

여덟 번째 이야기 : 왕이 제 자식 죽인 자를 접대한 까닭

아홉 번째 이야기 : "죽은 왕은 알에서 태어났소"

열번째 이야기 : "우리 자식들 대신 그들을 묻읍시다"

열한 번째 이야기 : "죽은 왕은 썩은 피를 타고 났소"



소설 '내 남자친구는 북한 간첩'


<1> 내 남자친구는 북한 간첩


 


- 소설가의 각오


- 로봇 시대의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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