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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경영 회고

악플러 당신에게 긁혔어요.

현재 시각 1월 3일 새벽

여전히 불안한 마음에 안경을 낀 체 노트북 앞에 있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불안하게 만들까.


예측가능한 현금흐름을 만들고 싶어서인 것 같고,

갑자기 경제의 중력이 높아지는 기상천외한 일에도

죽어가는 것이 아닌 딛고 일어나기 위한 발버둥침일까.


경제는 이미 박살나고 있는게 보이는 지금,

고객을 반응을 살피고 제품을 만들고 현금흐름을 만든다는 것이

때론 조급한 마음에 과정이 더디게 느껴지기만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세상을 알고 있는 느낌보단

내가 세상에게 쥐락펴락 당하고 있는 느낌이 더 든다.


고객들이 반응하는 우선순위 높은 제품 개선 방법을 찾고,

그럴려고 고객들을 만나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반복적으로 실패하고, 그 와중에 살아남으려고 하고,

그게 반복해서 벌써 몇년째인지.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스타트업 씬에 10년을 있다보니,

어중간하게 남들보다 돈을 버는 잔머리는 탁월해졌다.

그게 마냥 나쁜게 아닌 이유는 그런 작은 현금흐름들이 회사를 살렸고, 나를 살리기도 했고,

나를 가끔은 풍족하게 만들었지만 그게 누군가는 그런 내 모습이 사기꾼처럼 보여지길 바랬나보다.


(아! 글을 쓰다보니 내가 악플을 봐서 긁힌 마음에 마음이 요동쳤던거구나.)


작은 이 업계에서 악플러를 발견했다.


17살부터 도전을 해온, 어렸던 청년의 반복된 실패들을

어떻게든 내리찍어 마침표를 쓰게 하고 싶나보다.


"다시 도전!" 이라는 도돌이표는 그에겐 사치였을까.

블라인드에 게시된 익명 글들과 스타트업 오픈채팅방에 써지는 나에 대한 가십들이 많다.


보고 싶지 않지만 내가 만든 서비스의 리뷰를 검색하다보면

자연스레 아주 종종 드물게 보이는 글들에 가끔은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익명 뒤에 숨겨진 글들이 나를 무지 좋아해서 집착할 정도로 찾아봐야만 쓸 수 있는 글들도 있어, 얼마나 내가 싫으면 그렇게까지 행동했을까 싶은 마음도 든다. 어쩌면 익명에 숨어있던 당신도 이 글을 보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상처는 꽤나 빠르게 회복된다는 것을 먼저 말해주고 싶다. 나에게 집착하셨으니 알겠지만 내 브런치에는 아주 오래 전에 쓴 여러 평판에 대한 나의 고찰들을 쓴 글들이 많다.




옛날에 쓴 글들 몇 개 보여드릴게요. 악플러씨.

23살일 때 에 쓴 글인데 제목은 "누군가 진정성을 의심하더라도 묵묵히" 내용은 아래와 같아요.

누군가는 당신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 있어요. 또는 가볍게 볼 수 있어요. 어떨 땐 당신의 진정성을 평가할 수도 있어요. 가끔은 그렇게 당신의 진정성을 갖고 이야기하는 주체가 가까운 사람일 때도 있죠. 그래도 뭐 어쩌겠어요. 마음이 속상하지만 나아가야죠. 훗날 나의 진정성이 빛을 발휘했을 때 모습을 기대하면서 묵묵히 걸어가야죠. 항상 열심히 달려가는건 여전하지만 매번 속도를 낼 순 없는 것 같아요. 때론 모든게 멈출 수도 있고, 속도가 더뎌지는 순간도 있지만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뷰티패스가 2년간 도전했던 첫번째 서비스가 종료되고, 대부분의 주주들까지 신뢰를 저버린 순간이 있었어요. 당시 저는 막 스무살이었는데 3-5억원을 다 쓴 상태였죠. 이미 열 명이 넘는 팀원들을 대부분 정리했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동력이 없었던 순간이였어요. 이제 이렇게 내 인생이 어린 나이의 도전들로 평판도 없이 끝나는건가 싶은 때가 있었어요.

그렇게 정신 못차리고 잠만 잤어요. 몇 주간 계속 잠만 잤어요. 그간 못잔 잠을 몰아 잔 느낌이였어요. 스타트업 사람들에게 평가 받는 것도 무섭고, 내 스스로에게 확신으로 가득찬 자신감은 온데간데 없어서 집에만, 어쩌면 침대에만 누워있었어요. 일어날 때면 꼭 식은땀에 온 몸이 젖어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자다보니 어느 순간 정신차리자는 말을 스스로 되뇌이더라고요. 그렇게 월세도 밀린 사무실로 새벽 시간에 갔어요. 옛날에는 들여다보지도 않은 노트를 펴곤, 내가 갖고 있는 에셋을 적어보며 새로 도전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해봤었어요.

정말 가볍고 빠르게, 혼자서 여러가지 시도해보니 주변 분들이 같이 일해보자고 기회도 주시기도 했구요. 이것저것 사업을 하다보니 숫자가 나오더라고요. 제가 혼자서 컨트롤 할 수 있는 사업으로 새로 시작했어요. 사이트도 혼자 만들고, 로고는 파워포인트로 만들고, 결제 시스템도 혼자 붙이고, 마케팅도 혼자해보고요.

그렇게 첫 달 매출이 700만원이 나왔어요. 정신 차리자고 되뇌이며 다시 시작한 도전이 제법 순조롭게 시작됐던거에요. 저도 뭐 아직까지 제대로 이룬게 없고, 기껏 실패하는 도전 속에서 망해가는 회사을 살리겠다며, 아등바등 시도했던 것이 전부지만요.

결국 조금씩 마이너스였던 모든 것들이 원점으로 되돌아가더라고요. 주주분들과도 신뢰를 미약하게나마 그나마 쌓은 것 같구요. (그래도 끝까지 싫어하는 사람은 어떻게 할 순 없었어요. 지금까지도 저를 뭘 해도 싫어하는 분도 있는걸요.) 뷰티패스를 그냥 폐업했더라면, 저는 아마 지금까지 어떤 창업도 다시 도전 못했을거에요. 도전 할 기회조차 없었을거에요. 살아보니 알겠더라고요. 창업이든 다른 도전이든 혼자서는 못해요.

도와주고 믿어주는 가족, 동료, 투자자, 주변 업계 사람들, 고객들 모두 필요해요. 결국 다 사람을 위한 일이고, 사람을 위한 도전이다보니. 평판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그런 무서움에 당시 존버했어요. 그냥 존버는 아니고 아등바등 살아남겠다고 이것저것 책임지는 과정을 살며 존버했는데요.

그렇게 또 인생이 살아가지더라고요. "책임감 있게 주주들의 투자금을 회수시키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그냥 새로운 도전들을 하고 있었는데요. 정말 신기하게도 그렇게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대웅제약에서 기회를 보았고, 지금은 또 다른 도전을 하는 환경까지 얻게 됐어요.

어쩔 땐 정말 사랑하는, 존경하는 가까운 사람이 당신의 진정성을 의심하거나, 열심히 안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저도 제 주변에 매번 만날 때마다 저에게 더 열심히 해라, 더 잘해라, 더 헝그리하게 살아라 이야기해주세요.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 자체가 여러분에게 관심이 있는 뜻이기도 한 것 같아요. 관심도 없으면 별 생각이 없을테니까요. 기관투자 라운드를 돌 때면 서러울 때가 간혹 있어요. 어쩔 땐 제 진정성이 참되다는 것을 설득해야 하거든요. 보여줘야해요. 더더더 진정성 있다는 것을. 사명감 또는 스스로 어려운 순간도 버티는, 최면을 거는 원동력이 사업 안에 있다는 것을요.

https://brunch.co.kr/@minjoon/238 (원문)


이 글은 제목이 "다시 창업하는데 용기를 주세요" 였네요. 참. 이런 당신한테 용기를 바랬나봐요.

5년 전, 학교를 자퇴하고 스타트업씬으로 들어왔습니다. 경험도 사회성도 부족해 미성숙한 나이에 가장 전투적인 환경에 들어와 많은 것을 몸으로 직접 부딪쳤습니다. 뷰티패스를 창업해 감사하게도 가장 존경하는 창업 선배님들께 투자도 받았지만 제 자신이 부족해 결국 꿈꾸던 그림을 제대로 실현 시키지 못했습니다.

실망하신 한 선배님은 주변에 저를 나쁜 사람으로 평가하였고, 그럼에도 끝까지 응원해주신 선배님은 회사가 인수된 직후 격려금을 보내주시며 위로해주셨습니다. 한 분도 빠짐없이 기회를 주셨던 모든 선배님들께 정말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당시 제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셨을 뿐만 아니라 가능성을 보고 투자까지 결정해주신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 감사함을 저버릴 수 없기에 회사 존폐가 갈린 마지막 순간에도 혼자 남았지만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폐업하지 못하고 여러가지 사업 아이템을 치열하게 피봇하면서까지 법인을 포기 할 수 없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죄책감과 정신적인 고통이 있었고, 혼자 부딪치는 과정을 통해 주님의 기적을 느끼기도 하였고, 제 행동과 실수들을 성찰하고 사업적으로 답을 찾아가는 시간이 됐습니다. 감사하게도 대웅제약 윤재승 회장님께서 저와 회사를 거둬주셨습니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지나 이제라도 한번 더 용기내어 창업을 하고 싶습니다.

이번에도 나쁜 사람이라는 이야기는 듣지 않기 위해 제품부터 만들어 출시하고 시장에게 평가를 받은 시점에서 오랜만에 페이스북에 개인적인 글을 작성하게 됐습니다. 이 시점에서 묵묵히 준비를 하다보면 기회를 잡을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솔직히 그 날까지 생존을 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어떤 기관에서 다시 한번 저를 믿어주시고 투자 해줄지 모르겠고, 또 자체 매출만으로 당장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팀원들이 미어캣 캐릭터로 인형을 만들어 장사까지 하였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단단한 팀이 됐고, 계속해서 작은 성공을 만드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려울 때 기회를 주신 창업 선배님들께 그동안 감사의 인사도 제대로 전하지 못했고 소홀하고 서운하게도 했습니다. 메일을 쓰기도 하고, 카카오톡을 보내려고 내용을 적다가도 죄송한 마음에 연락드리지 못하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나중에 잘돼서 어떻게든 보답할 것이라고 되뇌이고 있습니다.

저를 나쁘게 보는 분들도 계시지만 진심으로 계속 도전하며 열심히 할거고 아마 훗날 시간이 지나 그 진심을 인정 받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어렸던 한 창업가가 있는데 훗날 성인이 되고 시간이 지나 제대로 사업을 이어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참 솔직해서 좋지 않나요? 어려서 몸빵하며 배웠는데 투자 받고 제대로 그림도 실현 못했고 결국 나쁜 사람으로 평가 받기도 하고 죄송하고 그래서 폐업이 아닌 어떻게든 인수라는 길을 택했고 (어디 인수되는게 쉬운 줄 아나보네) 그 뒤에 당시 주주들에게 간 금액 전부를 다시 피인수된 기업에 100% 내 힘으로 돌려주는 의사결정을 했다니. 23살 나이에 했다기엔 내가 볼 땐 책임감 있는데 왜 그렇게 물어뜯는지. 휴!


아래 당신의 글을 보고 사실 좀 상처 받긴 했거든요.

일단 뷰티패스 엑싯은 망해가는 사업체다, 재능인수였다고 여러 매체와 내 유튜브에도 이야기했고, 위약금은 더 적은게 아니라 원금 100%고 누군가에게 빌린 적 없습니다. 은인인 인수기업에 폐를 끼친 것도 없고요. 매각된 것을 대단히 성공적이었다고 한 적도 없어요. 이건 여러 유튜브에서 제가 인터뷰한 이야기를 보면 솔직한 제 모습과 발언을 볼 수 있으시겠지요.


어웨이크코퍼레이션에서 초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웨이크코퍼레이션이 망하고 초원을 만든게 아니고요. 제 유튜브까지 찾아서 내용 끝까지 볼 정도면 악플러와 팬은 한끝 차이 같기도 하네요. 그리고 분명 다 영상 보신 것 같은데 짜집기하듯 안좋은 부분들만 모아놓으시니 진짜 악질 같긴 하세요. 총평까지 친절하게 남겨서 특정인을 갈기갈기 비판하고 싶었다는게 슬퍼요. 그러면서 당신은 어떤 사람인지 안타깝고요.


그런데 제 슬픈 개인의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증명하고 싶은 에너지로 전환되어서 좋아질 것 같아요. 아마 저를 비판하는 이런 글을 쓰는 분보단 최소한 더 열심히 살았을 것이고 제 인생에 떳떳할 것 같아요. 토스 스타트업 서바이벌에서 매 라운드마다 1등하고, 디캠프 1등하는게 어디 쉽나요. 100억원을 투자받고도 어웨이크코퍼레이션 매출 못내는 기업도 많이 봤어요. 포브스 선정으로 까내리시는데 당신은 그마저 타이틀도 없잖아요...... 아너소사이어티 가입했다 뜻이 안맞아서 자진탈퇴한 것도 맞고, 그 이후에 저는 제 개인의 기부를 해왔어요. 별개적인 기부 활동만 누적적으로 최소 어림잡아 3천만원이 넘을거에요. 아마 당신보다 기부를 더 많이 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제 기부 활동을 허세지표로 삼고 싶지도 않아요.


초원은 20개월간 88만명 사용자를 모았고

월간 27만 MAU 를 기록하고 있어요. 로그인 유저 기준으로요.

초원으로 피봇팅한 이후에도 어웨이크코퍼레이션에 투자했었던

서울대기술지주와 여러 주주들이 후속투자를 참여했었고요. (보도자료는 안냈지만)

매 달 주주들과 업데이트 문서를 공유하고 미팅을 주고 받으며 관계는 매우 투명하게 잘 쌓고 있어요.


당신에겐 제가 실속이 없어보이겠지만

최소한 우리 팀원들과 고객들, 그리고 주주들 앞에서 실속있는 삶을 살고 있어요.


수백억원을 투자 받고 한 푼도 보존 못하고 청산하는 기업이 얼마나 많은데,

21살 겨울에 본인의 경영 오판을 인정하고 죄송하다고 말하고 어떻게든 보존하려고 행동한게

제가 그 당시 할 수 있는 최선의 바로잡음을 위한 노력이었거든요.


저는 스타트업씬에서 소문 다 나서 후속 투자도 매우 어려울 것 같다고 하시지만

제가 꿈꾸는건 후속 투자를 받는게 아니라 위대한 기업을 만드는거에요.



아! 제가 예전에 쓴 글 몇 개인데 당신한테 더 보여주고 싶어요.


자 이제 글로 내 마음 풀었으니

저는 발 닦고 다시 일하러 잘래요. 안녕.


저 이제 사업하면서 법원도 자주 다녀보고 해서 저도 법 좀 잘 알아요.

악플러 당신 뿐만 아니라 어떤 누구도 저 하나 정도는 보호할 수 있도록

떳떳하게 살려고 노력해왔어요. 목적을 갖고 사기를 칠 생각 해본 적도 없고요.


이제 절 그만 사랑해주시고 애증을 놓아주세요.

저는 당신을 법원에서 만날 시간과 노력을 할 만큼 안바쁜 사람이 아니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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