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툰 26-털렝이라 미안해
얼마 전에 체크카드를 잃어버렸다.
밤톨군과 운동 중 햄버거 가게에 들러 햄버거를 사서 집에 와서 맛있게 먹었는데 그 후에 카드가 보이지 않는 거다. 추정을 해 보니 '카드를 대충 받아 비닐에 함께 넣고 다 먹은 쓰레기를 넣어 함께 버렸다'에 가능성을 두었다. 며칠 동안 찾다 찾다 결국 새 카드를 발급받았는데 며칠 후 카드가 나타났다.
"엄마 카드 내 지갑에 있었어. 내가 결재하고 엄마 준 줄 알았는데…"
밤톨군이 머리를 긁적이며 카드를 내민다. 맞다. 그때 내 카드로 결제를 한 게 너였지!
끄악! 그래! 내가 잃어버린 게 아니라니까!
카드 발급 벌써 두 번째다. 지금껏 지갑 한 번 잃어버린 적 없는데 카드 재발급 두 번이 왠 말이냐. 아이들 심부름 보낼 때 체크카드를 쥐어주기도 하는데 첫 카드는 알밤양 심부름 후 실종이 되었다가 한참 후에 보조가방 바닥에 깔려 있었고 두 번째 발급한 카드는 밤톨군 지갑에서 발견했다. 온갖 장소를 찾아보면서도 지갑을 볼 생각을 못 하다니 가장 중요한 기본 핵심을 놓쳤다는 생각에 허탈해진다. 앞으로는 내 영역만 뒤지지 말고 녀석들 주변도 샅샅이 살피자!
기억력이 자꾸 떨어진다. 노래 가사도 안 외워지고 어떤 건 너무 잘 놔뒀다 못 찾기도 한다. 대부분은 엄한 구석에서 찾아내기도 하지만 집 안에서 잃어버렸는데 결국은 못 찾는 물건이 있다. 소싯적 원고 작업할 때 무척 애용하던 심을 넣어 쓰는 파란색 샤프형 연필이 있었는데 어디론가 사라졌다. 저녁까지 잘 그리고 책상 위에 놔둔 연필이 어디로 간 것일까, 샅샅이 뒤졌지만 결국 이사갈 때까지 찾지 못했다. 양말이 자꾸 짝짝이가 되는 미스터리도 벌어진다. 몇 명의 식구 것이 섞이면 짝을 맞추는 게 일인데 특히 남편 양말이 자꾸 한 짝씩 없어진다. 양말서랍에 짝꿍을 기다리는 외로운 양말 몇 짝이 침울하게 쭈그려져 있다. 이럴 때는 꼭 내 주위에 블랙홀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리고 블랙홀은 특히 가벼운 양말을 좋아하는 게 틀림 없다.
25화: 남편의 고등어 추어탕 https://brunch.co.kr/@miyatoon/170